TK 운운 하면서 숫자라고는 1만 아는 무뇌아 취급하시는 분들 많죠.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이전에 저의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해서 사전 설명을 조금만 할게요.
바른 말로 어릴때야 제가 뭘 알았겠습니까.
박정희 대단한 줄로만 알았고, 노태우 유세할때 구름같이 모여 이름을 연호하는 인파를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보면서 대단한 사람인가보구나 싶었죠.
영남을 대표하는 당이 정권을 잡는게 그저 자연스러웠고 그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에 관해서 태생적으로 대구의 전형적인 보수문화에 길들여져 있었고 거기다 양가 모두 3대째 개신교 집안이었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종교와 정치적 아젠다가 교묘하게 혼합된 사상체계를 갖고 계셨어요.
저희 집에서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민자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던 영남정권을 지지하는게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일제에 맞서 신간회 활동도 하셨고 독립운동과 학교 설립을 위해 많은 재산을 투척하셨고 투옥까지 당하셨던 외조부의 영향으로 저는 어려서부터 민족주의 성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지간 해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저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흔들기란 어려웠습니다.
적어도 이명박이라는 인물을 알기 전 까지는요.
이명박이 대선 후보가 되었을 때 어떻게 그에게 그렇게 거부감이 들었는지 사실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본능적인 그 무엇이 작용했을 거라고 밖에는 사실 설명이 안됩니다.
그 이전까지는 저는 고건 전 시장도 존경했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ㅠㅠ)은 알지도 못했으며, 평소에 정치에는 딱히 관심 자체가 없었습니다.(그 시절에는 그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 투쟁하셨던 많은 분들께는 실례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 제가 느끼기에는 그랬습니다.)
어쨌든 참여정부때 까지는 정치가 실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에 대선 투표일에 저는 낮잠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당연히 제가 1번을 찍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은 자고 있는 저를 깨워 투표하고 오라고 하셨고,
저는 정동영이 대통령인 우리나라를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거부감이 너무나도 강했던 이명박은 더더욱 피하고 싶었기에 정동영에게 한 표를 던지고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저를 괜히 깨워 투표 보냈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하셨죠.
그리고 나서 저는 이명박의 만행을 전부 목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저의 갈등은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이명박근혜로 이어진 이 시기동안...
그 시기가 직접적으로 저에게 해를 끼친 일은 없습니다.
물론 간접적으로 영향은 있겠지요.
그저 제가 겪은 것이라고는 저의 자부심과 기대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다 못해 상처입고 파괴되고 망가져 가는 사랑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지켜본 것 뿐이었습니다.
딱히 제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온 것도 없는데, 저는 숨도 쉬지 못할만큼 깊은 슬픔에 빠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세월호가 있었습니다.
저는 예술가를 꿈꿨는데, 세월호는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 싶던 그 모든 가치들을 가둔 채로 바다 깊숙히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있기 전 현 정권의 대선 투표 때, 저는 어머니와의 연을 끊을 정도의 갈등을 겪었습니다.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생활 패턴이 전부 성경공부, 기도회 등의 종교활동으로만 채워져 있는 어머니는 어느 기도회에서 무슨 얘기를 들으신 건지 황당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으셨습니다.
북한은 그냥 두면 괴사할 정권인데 문재인이 당선되면 김대중 노무현에 이어 북한에 퍼주기를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적화통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일성을 신성시 하는 북한은 우리의 종교 자유를 박해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땅에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박근혜를 지지해야 한다는 새누리 당조차도 부끄러워 못 할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더 이상 나가지 않게 된 저에게 네가 교회를 나가지 않기 때문에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무현 귀신이 씌었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이성적인 설득은 불가능하다고 느꼈고, 당시 살던 아파트 12층 난간에 매달려 박근혜를 찍으려거든 내가 죽겠다고 떼를 써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등돌리고 앉아 울고 계실 뿐이었죠.
이런 이야기를 쓴다는 게 저의 사랑하는 어머니를 욕되게 할 수 도 있고 저에게도 큰 상처가 되었던 사건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지금 제가 느끼는 억울함을 표현하기 위해선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사연과 신념이 있는 것이니, 어머니에 대한 욕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전 또한 교회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많이 느끼고 현재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성경과 기독교의 교리 자체에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 자체에 대한 비방은 이 글의 논지와는 벗어나므로 이 글이 그에대한 콜로세움의 계기 또한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시간들을 지나 최근에 들어서야 저는 어머니와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집을 나와 살게 되었고, 어머니는 홀로 지내는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되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어머니로부터 화해의 제스쳐가 있었고, 어머니의 상처에 대해서 저의 상처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우울증이 있으셨던, 그래서 일반적인 대인관계가 힘드셨던, 그래서 애정어린 말투만 존재하는 교회에서만이 교우관계가 가능하셨던, 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셨던, 그래서 으례 미안할 수록 남탓으로 핑계 대기를 버릇처럼 하셨던 어머니. 그 어머니께서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의 말을 경청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그간 자신의 세계관과는 어긋났던 저의 이야기들에 조금은 수긍하시는 듯 했고, 내가 너를 믿고 너를 존중하며 세상 이치에는 밝지 못하니 네가 하라는 대로 투표하겠다고 약속을 하셨습니다. 저는 세월호로 상징되는 침몰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며 너무나도 절박했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어머니의 선택의 자유를 구속해서라도, 나라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에 어머니의 약속이 너무도 고맙고 소중했습니다.
그동안 주절주절 길고 지루한 사전 설명을 읽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제 본론을 말하고자 합니다..
그간 더불어 민주당이 창당하는 과정과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며, 제가 얼마나 영혼으로부터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 시기가 부모님과의 화해와 더불어 저는 드디어 저의 영혼이 구속으로부터 풀려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세월호의 상징이 저의 영혼에 족쇄지워져 바닷속으로 침전하다 마침내 풀려나 수면으로부터 투영된 햇빛을 따라 상승하는 듯 했습니다.
이제 곧 숨을 쉴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제가 설명한 달라진 더불어 민주당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시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대를 산산조각내버리는,
더이상 어머니에게 제시한 대안이 대안으로서 존재할 수 없는,
어머니를 설득하던 저의 논조가 성립될 수 없는 최근의 더불어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감이란 표현은 적당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저의 억울함을 이해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저는 시위에 나서 유치장이라도 같혀본 경험은 없지만,
그 시간동안 제 영혼은 언제나 감옥에 갇힌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의 억울함 경중은 여기서 활동하시는 그 누구에게도 비할바가 못 된다고 생각은 합니다.
공감받을 수 있을지 두려움이 더 큽니다.
저의 억울함은 현재 제가 느끼는 제 존재의 보잘것 없음 만큼이나 사소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의 존재가 작기 때문에 이 억울함이 사소할 지라도 저에게 크게 느껴지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저 이 억울함이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한 제게 그저 하나 남은 소망, 내 다음 세대에게는 나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나는 누리지 못할 지언정, 어릴 적 착각속에서나마 느꼈던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실제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더 나은 조국에 대한 희망, 그 소망 하나마저 앗아가 버렸기에....
그게 잠시나마 기대를 품게 했던 직후의 일이기에....
그저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고서는 배겨내지 못할만큼 억울했다고...
지금 너무 가슴아프다고...말하고 싶었습니다.
할말 다 하고 보니...고작 이 말 하려고 이렇게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았나 싶기도 하고...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긴 글 읽느라 수고하신 분들께 송구스럽기까지 하네요..
미안한 마음에 자꾸 더 주절거기게 될 것 같아..이만 줄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지지않으려 한다는 말만 남기고 싶습니다.
저의 지금까지의 삶은 보잘것 없지만, 보잘것 없는 힘이나마 끝까지 지지않고 보태려 합니다.
아직 놓을 수 없는 소망을 위해서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