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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cook_68631
    작성자 : 밀크대오
    추천 : 16
    조회수 : 14572
    IP : 220.76.***.101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3/11/18 14:08:17
    http://todayhumor.com/?cook_68631 모바일
    꿀술 만들기. (feat. 목청목청, 인삼, 더덕, 계피가루)
    (작년 10월 경에 담궜던 목청주입니다. 사진이 없어 마지막 1장 빼곤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베스트에 간 꿀술 만들기 보고 올려봅니다.
     
    작년 10월 쯤에 친구가 야생 목청(나무안에 생긴 벌집)을 가져왔습니다.
     
    심마니를 따라 갔다가 현장에서 딴 목청을 선물 받았다고 하더군요.
     
    묵직한 것이 2.5kg 정도 되겠더군요.
     
     
    아래 목청 사진입니다.
     
     
    목청1.jpg

    목청이 들어 있는 나무는 이렇게 생겼으며,
     
    나무에 따라 입구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 목청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채취합니다.
     
     
    %B8%F1~1.JPG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청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죠..
     
    목청은 일반 꿀에 비해 효능이 좋아 일부 사람들 사이에선 산삼에 버금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격도 비쌉니다.
     
    보통 1kg에 30만원에서 50만을 호가합니다.
     
     
    친구가 가져온 목청은 색깔이 짙은 검은 색을 띄는 것이
     
    얼핏 봐도 4년 이상은 되어 보이는 귀한 목청이었죠.
     
     
     
    그러니까 친구가 가져온 목청을 가격으로 따지면
     
    최소 6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되는 물건 중의 물건이었죠.
     
     
    저는 기쁨에 몸부림치며 친구에게 계란후라이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목청을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
     
     
     
    사실 20대 후반 남자들의 뇌구조는 아주 단순합니다.
     
     
     
     
    "젠장! 도저히 어떻게 먹는지 모르겠다! 그냥 술 담궈 먹자!!!!"
     
     
     
     
    흐흐흐흐흐흐흐흐흐...
     
     
     
    보통 목청은 매우 귀하기 때문에 꿀을 내리고 난 다음에
     
    벌집으로만 술을 담급니다.
     
     
    이런 식으로 꿀을 내리죠.
     
     
    목청4.jpg
    목청5.jpg
     
     
    저런 방식으로 부비트랩을 설치해서 따뜻한 방구석에 3일 정도 두면
     
    목청이 뜨끈뜨끈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흘러 내려버렷!!!!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목청은 아주 비쌉니다.
     
    그래서 꿀을 내린 다음,
     
    꿀 자체를 약으로 쓰고 벌집은 술로 담급니다. 
     
     
     
    하지만 20대 후반 남자의 뇌구조는 상상 이상으로 단순합니다.
     
     
    "힝! 귀찮네~ 걍 전부 술통에 넣을 꺼임!!!!"
     

     
     
    동네 마트로 갑니다.
     
    10리터 짜리 술통 하나를 샀습니다.
     
    35도짜리 담금술을 샀습니다.
     
    보통 목청주는 그냥 목청 하나만 넣고 술을 담급니다.
     
    왜냐하면 그냥 먹어도 보약이기 때문에 다른 부재료가 안들어가도 충분히 몸에 좋죠.
     
     
     
     
    하지만 20대 후반 남자의 뇌구조는 그냥 돌덩이와 같습니다.
     
     
    목청은 몸에 좋다...
     
    지나가다 보니 인삼이 눈에 띕니다.
     
    인삼도 몸에 좋다....
     
    바로 옆에 더덕도 있습니다.
     
    더덕도 몸에 좋다....
     
     
     
    몸에 좋음 + 몸에 좋음 + 몸에 좋음 = !!!!!!!!!!!!!!!!!!!!!!!!!!!!!!!!!!!!!!!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다 삽니다.
     
     
    집에 와서 술통을 소독합니다.
     
     
    술통에 목청을 넣습니다.
     
     
    그냥 다 넣습니다.
     
     
    인삼을 잘라서 넣습니다.
     
    왕창 넣어 줍니다.
     
     
    왕 더덕을 잘라서 넣습니다.
     
    거리낌없이 넣습니다.
     
     
    왠지 배고파져서 더덕 한 줄기는 썰어서 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
     
    맛있습니다.
     
    더덕을 죄다 집어넣은 것을  후회합니다.
     
     
    맛의 궁합을 위해서 계피 가루를 조금 넣습니다.
     
     
    원래는 통계피를 넣을려고 했습니다.
     
    마트에 안팝니다.
     
    그냥 만족합니다.
     
     
    그리고 밀봉합니다.
     
     
    아래의 사진이 그 날 찍은 사진입니다.
     
     
    꿀술.jpg

     

    목청에 검은 꿀이 가득한 것 보이시죠?
     
    그리고 주위에 이따시만한 인삼과 더덕이 마구 떠다닙니다.
     
    재료비 100만원 가량의 슈퍼 초울트라 약술이 완성되었습니다!!!


     
    꿀을 안내리고 걍 집어넣어서 그런지 술을 넣자마자 검은 색 기운이 감돕니다.

    왠지 악마의 술 같습니다.

    걍 바로 먹어보고 싶었지만 참습니다.

    20대 후반 남자는 좀 단순하긴 해도 

    몸에 좋은 음식 앞에서는 

    매우 냉정하고 사주 경계를 철저히 하는 지성인으로 변하죠.
     


     
    으하하하하하하하
     
     
    나중에 담금주에 정통하신 분에게 이 목청주를 말해주니
     
    화를 버럭 내더군요.
     
     
    그 정도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리터 이상을 만들 수 있는건데
     
    멍청하게 10리터로 만들었다고...
     
     
    네. 20대 후반 남자의 뇌구조는 힉스 입자와 같습니다.
     
    분명히 뭔가 있는 건 같은데 확인하기 어렵죠.
     
     
     
    4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친구랑 둘이서 저 술을 깠습니다.
     
     
    열자마자 온 집에 보약 냄새가 퍼집니다.
     
    향이 진짜 장난 아닙니다;;;;;;;

    왠만한 향수 저리 가라입니다;;;;
     
     
    그 순간 만큼은 압생트를 마시는 빈센트 반 고흐가 부럽지 않더군요.



    보통 사람들은 꿀술을 생각할 때 달달한 것을 생각하지만
     
    저런 방식으로 담근 술은 약술이기 때문에
     
    매우 진한 보약 맛이 납니다.
     
     
     
    한 사람에 소주잔으로 5장 정도 마시고 잤습니다.
     
     
    명현 현상이라고 아시나요?
     
    네이버 백과사전은 명현 현상을
     
    한방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투약하여 치유되어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일시적인 격화 또는 전적으로 다른 증세가 유발되었다가 결과적으로 완쾌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위와 같이 설명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약을 먹었을 때, 몸이 새롭게 변하는 과정에서 순간 갑자기 아파지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야생꿀이나 삼 같은 거 먹을 때 조심해서 먹으라고 하죠.
     
     
    친구와 저걸 다섯잔 정도 먹었는데 15시간을 내리 잤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어디가 아프긴 아픈데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주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음....
     
     
    내 몸이 조금 이상합니다.
     
     
     
     
    음........
     
    갑자기 달리기가 하고 싶습니다.
     
     
     
    음...........
     
    제가 엄청난 놈을 만들었나 보군요.
     
     
     
     
    저는 이 마력의 술에게 '간바레 청춘! 내일은 X력왕!'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좋은 손님 왔을 때만 개봉하고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3리터 정도 남았겠군요...
     
     
    나중에 결혼할 여자친구가 생기면 하루에 두 잔씩 마실 계획입니다.
     
     
    음.........
     
    못 마시겠군요. 
     
     
    밀크대오의 꼬릿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약술은 하수오로 담근 술입니다.

    오래된 하수오주는 코냑의 그것과 유사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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