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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퍼온 글입니다.
의협 회장님의 페이지에서 퍼 왔으나 원작자에게 양해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문제가 되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원작자가 응급의학과 선생님인데,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안타까웠던 바를 너무도 잘 쓰셔서 퍼 왔습니다.
과연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 근거도 없는 이야기로 온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는 언론이 문제인건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골든타임은 드라마일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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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우리 병원에는 10년전부터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없다.
1.
저저번달에는 기억나는 오십대의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하나 있었다. 드물게 집에 있던 부인이 심폐소생술을 해서 데리고 온 케이스였는데, 심장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지만 심폐소생술 덕분에 환자가 통증에 반응이 있던 드문 케이스였다. 이는 쉽게 말하면 심장은 죽었지만 머리는 아직 죽지 않은 경우로, 심장만 돌려 놓는다면 이 사람은 나에게 뚜벅뚜벅 걸어 인사를 하고 나갈 수 있는 환자였다.
하지만 이 사람의 심장은 기대와 다르게 반응이 없었다. 운 때가 안맞으려고 했는지 심장조영실 바닥의 대규모 공사중이였다. 심폐소생술하며 관상동맥스텐트삽입술이 불가능했다. 환자의 사지 움직임이 떨어져가는 것을 보며 나는 흉부외과 시술인 ECMO를 돌릴 생각을 했다. 이는 쉽게 말하면 심장을 기계로 대신 돌려주는 것으로 이 사람의 문제는 심장에만 있으니 심장만 임시적으로 대체하고 추후에 관상동맥 문제를 해결하면 이 사람의 신경학적 반응을 생각했을때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례적으로 흉부외과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 때는 심장마비후 40분이였고, 환자가 병원에 오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이는 현실적으로 엄청나게 빠른 시간였다. 흉부외과 교수의 답변은 지금 집에 있다는 것이다. 가려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 시간은 이 사람이 시체가 되고도 남아 사망진단서를 쓸 시간이였다. 나는 긴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 사람은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죽었다.
2.
저번 달에 흔한 흉부 외상 환자가 있었다. 경운기에 깔린 오십대였는데 다발성 갈비뼈 골절 및 혈흉이였다. 흉관을 넣고 출혈이 지속되면 수술방에서 개흉술로 출혈을 잡아주어야 환자가 사는데, 흉관을 넣자마자 출혈이 심해 급한 수술이 필요했다. 내원 30분만에 머뭇거리는 흉부외과 인턴의 전화기를 뺏어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흉부외과 교수님에게 전화했다. 수 리터의 피가 쏟아졌고, 그 만큼을 수혈했으나 죽음이 임박했고, 2시간만에 교수님은 도착했다. 이미 의식을 잃은 환자를 데리고 수술방에 올라갔으나 흉강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환자는 죽었다.
오늘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육십대의 자전거 사고였는데 역시 다발성 갈비뼈 골절 및 혈흉이였다. 이번에는 한 시간 반만에 흉부외과 인턴이 머뭇거리면서 전화했고 역시 전화기를 빼앗아 상태를 전했다. 흉부외과 교수님은 유선상으로 판단이 잘 서지 않았는지 이것저것 머뭇거렸고 (집에서 쉬고 있는 토요일 오전은 누구든 방해받고 싶지 않다.) 환자 내원 4시간만에야 흉부외과 교수님이 도착했다. 지병이 많은 사람이라 피를 갈아대면서 심장과 뇌가 크게 상해 의식이 없는 등 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진행된 상태였다. 수술방에 올라갔지만 너무 늦어 역시 열어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3.
어떻게 보면 출혈이란 것은 생각보다 중한 것은 아니다. 간단하다, 막으면 된다. 환자가 지혈 불가능한 출혈이 있어 수술해야 할 때 이미 피를 많이 흘린 상태에서 수술하는 것과 막 피가 나기 시작한 상태에서 수술하는 것은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정말 생사가 차이가 난다.
앞선 케이스들은 참 안타깝다. 물론 사람의 운명이야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이론상으로 환자들을 응급실에서부터 흉부외과 의사가 붙어 최선의 처치를 시간을 다투어 했으면 살 수도 있었다. 적어도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즉시 붙어 연락을 하고 수술방에 들어가는 등 프로세스를 진행하였으면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죽어버린 사람이므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흉부외과 교수님들을 절대로 비난할 수가 없다. 그들이 주말이나 평일 밤에 누려야할 여유를 뺏을 권리가 없다. 심지어 그들이 당직이라고 병원을 지키고 있어도 아무 칭찬해주는 사람도 없다. 맨날 비슷비슷한 인턴 노티를 듣고 어찌 움직여야할지 판단하기도 지치는 일이다. 그냥 이것은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이다.
인명은 제천이라는 말도 있고, 사람이 아파 병원에 갔을 때 어떤 의료진을 만나느냐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그냥 그 사람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야할까?
4.
광우병이라는 병이 있다. 치사율이 거의 100%인 병이다. 이 무서운 병에 걸려 죽을까봐 온 국민이 몇날 며칠을 밤새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를 했다. 수없이 기사화 되었고 정치적 문제까지 엮여서 현재도 큰 화두이다. 큰 사회적 파장 및 비용이 발생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의 생명이 달렸기 때문이라는데, 어쨋건,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아무도 걸리지 않았으며 죽지도 않았다.
광견병이라는 병도 있다. 치사율이 역시 거의 100%인 병이다. 전국민이 이 병을 다 안다. 예방 접종 및 면역 주사는 엄청나게 고가이다. 온 국민이 개나 고양이나 무엇이든 물리면 광견병에 걸릴까봐 응급실에 오고 주사를 맞으러 다니며 불안해 한다. 역시 사람의 생명이 달렸기 때문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십년간 한 명이 걸렸다. 그것도 개가 아닌 너구리에 물려서 걸렸다.
파상풍이라는 병은 치사율이 50%정도이다. 이 병도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다. 환자가 이 병에 걸릴까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상처가 있는 환자에게 거의 파상풍 예방 주사를 놓는다. 약 3만원에서 5만원쯤 하는 고가이다. 오늘 하루만도 십 수명이 맞고 갔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파상풍에 걸리는 사람은 열명 내외이다. 다섯명쯤 죽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년에 열명이 걸리는 병은 쉽게 볼 수 없다. 나도 몇 년을 병원에 근무하였지만 의심되었던 사람 한 두명 정도 보았다.
한 해 우리나라에서 외상으로 3만명이 사망한다. 죽지 않은 케이스까지 합치면 외상환자는 엄청난 수이다. 그 중 만 명정도가 의료기관에서 평가하였을 때 대응이 빨랐다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바꾸어 말하면 외상 환자 만 명이 제도와 시스템 탓에 사망한다.
5.
우리나라 사람들은 목숨에 관련된 일이라면 아무 것도 아끼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고 해도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한다. 하지만 한 해 만 명이 외상 시스템 때문에 죽는다. 이건 공표된 사실인데도 국민들이 흉부외과나 외과 의사가 없다고 데모를 하거나 시위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들이 흉부외과 의사가 없어서 죽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이다. 일단, 병원에서 "이런 경우 당직자가 있었으면 당신 남편은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 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를 잘 알려야할 흉부외과 의사는 너무 소수이고 당직 근무에 지쳐 알리지 못한다. 타과 의사들은 자기 일과 자기 환자가 아니므로 관심도 없다. 게다가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이상할 정도로 만 명의 목숨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이상한 일은 또 있다. 타과 레지던트의 수인데, 10년간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한 명도 없던 우리 병원의 경우이다. 현재 인기가 있다는 소위 피안성정재영 레지던트의 수를 보면, 피부과 8명, 정신과 8명, 재활의학과 8명, 영상의학과 8명이 본원에 있다. 절대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들의 수가 좀 적거나 심지어 없어도 응급실에서 환자가 죽는 일은 없다. 다르게 말하면 이들 중 정말 소수만 흉부외과에 있어도 흉부외과적인 응급에 대처할 수 있다. 생명이 우선인 의사라는 본문에 생각하면 이 당연한 현실이 참 어이가 없다. 그렇다고 아무도 비난할 수가 없다. 인정받지 못하고 돈이 되는건 누구건 하기 싫다.
참 이상하다. 돈보다는 사람의 생명이 앞서는 나라가 아닌가? 현실적인 돈이나 수가 조정으로 흉부외과 의사를 늘릴 방법은 분명히 있었을건데 말이다. 그냥 돈만 많이 주면 되는 일이라면 왜 이렇게 고쳐지지 않고 있을지 신기하다. 그 와중에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사망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일들을 알고 있을 텐데, 왜 고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실적이지 않은 광우병이나, 광견병에는 분노하고 두려워하면서 내가 지금이라도 교통사고가 났지만 의사가 없어 죽을 수 있다는 것에는 왜 분노하지 않을까.
현재 외상에 대한 대책으로 외상센터를 지정하고 보강하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사실, 센터까지 갈 정도면 원래 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탁상공론 말고 당장 상주하는 흉부외과 의사 한두명이 급하다. 나는 어차피 고생하며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게 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체념하고 있다, 물론 큰 신념이나 의지도 없다. 사회를 비판하기에도 이미 많이 지쳤고 그럴 생각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 인간으로써 내 환자가 눈 앞에서 죽어가면 식은땀이 나고 온 몸이 떨린다. 생각 없는 나도 며칠을 자책도 해보고, 후회도 한다. 많이 바라는 건 없다. 그냥 상주하는 흉부외과 의사가 내 환자를 살려줬으면 좋겠다. 제발, 부탁이다.
PS. 이 글을 쓰던 도중 혼자 응급실을 지키고 있었는데, 외과 교수에게 전화가 왔다. 흉관 삽입을 해달라는 부탁이였다. 병원 사정상 어쩔 수 없어 응급의학과 의사가 응급실을 다 버리고 중환자실에 가서 흉관을 넣고 왔다. 이것도 한 가지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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