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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844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3
    조회수 : 1418
    IP : 183.97.***.159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4/08/29 20:19:23
    http://todayhumor.com/?lovestory_68449 모바일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여덟 번째 이야기


    1.jpg

    윤보영, 비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2.jpg

    윌리엄 스탠리 머윈, 이별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 실 색깔로 꿰매어진다.








    3.jpg

    윤준경, 물의 상처

    늦은 밤 냇가를 거닐다보면

    하염없이 흐느끼는 물의 울음소리 들린다

    차르륵 차르륵 제 살갗을 찢으며

    낮게 엎드려 우는 소리

    저 맑은 물에 누가 상처를 내었나

    누가 돌을 던져 물을 울게 했나

    풀잎들 선 채로 잠이 깊고

    별빛 자부룩히 물 위에 떠오를 때

    혼자서 냇가를 거닐다보면

    내 속의 상처 하나 둘

    아물어 간다

    금간 가슴을 살살 쓸어주며

    흘러가는 물

    알 것 같다, 물이 우는 이유

    누군가의 상처를 씻어주다 보면

    아파서

    물은

    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4.jpg

    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길을 가다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른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 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장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5.jpg

    정호승, 이사

    낡은 재건축 아파트 철거작업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나무들이 철거되기 시작한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는데

    뿌리를 꼭 껴안고 있던 흙을 줄로 동여매고

    하늘을 우러러보던 나뭇가지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이삿짐 트럭에 실려가는 힘없는 나무 뒤를

    까치들이 따라간다

    울지도 않고

    아슬아슬 아직 까치집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나무뒤를

    울지도 않고








    6.jpg

    김경삼, 벚꽃

    여자가

    팝콘을,

    그의 남자의 입 속 가득

    넣어주고

    있다.

    순간,

    흰 어금니 속에서

    와삭

    무너져 내린 봄.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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