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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난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나태주,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다시 한 사람건너 또 한 사람
애기 보듯 너를 본다.
찡그린 이마
앙다문 입술
무슨 마음 불편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손명찬, 마음이 마음에게
겨울 벗고 봄 입기.
두꺼운 거, 묵직한 거,
훌훌 벗기.
잊지 않고 잘 먹기.
든든한 거, 맛있는 거,
냠냠 먹기.
새로 품을 꿈 찾기.
잘하는 거, 행복한 거,
찾아보기.
거침없이 콕 찍기.
찾아낸 거, 주어진 거,
사랑하기.
후회 없이 잘 살기.
돌아온 거, 이겨낸 거,
감사하기.
그리고,
나를 위해 꼭 하기.
아팠던 거, 남겨 둔 거,
놓아주기.
박희준, 하늘 냄새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심보선, 좋은 일들
내가 오늘 한 일 중 좋은 일 하나는
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
느리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준 일
죽은 매미를 손에 쥐고 나무에 기대 맴맴 울며
잠깐 그것의 후생이 되어준 일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것 또한 좋은 일 중의 하나
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이
내 눈동자를 어루만질 때
외곽에 펼쳐진 해안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그때 나는 좋았던 일들만을 짐짓 기억하며
두터운 밤공기와 단단한 대지의 틈새로
해진 구두코를 슬쩍 들이미는 것이다
오늘의 좋은 일들에 비추어볼 때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조금 위대한 사람
나의 심장이 구석구석의 실정맥 속으로
갸륵한 용기들을 알알이 흘려보내는 것 같은 착란
그러나 이 지상에 명료한 그림자는 없으니
나는 이제 나를 고백하는 일에 보다 절제하련다
발 아래서 퀼트처럼 알록달록 조각조각
교차하며 이어지는 상념의 나날들
언제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
언젠가 운명이 흰 수염고래처럼 흘러오겠지
이정하, 첫 눈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 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 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강연호, 사랑니
사랑니가 왜 사랑니겠니
오래 앓던 사랑니도 뽑는 것은 순식간이다
물론 얼얼한 마취 때문에 통증은 한참 나중에 온다
언젠가 애인가 이별하고 돌아와
한숨 잘 잔 뒤
이윽고 깨어나서 오래 울던 기억
잘 잔 게 어이없어서 더 슬펐던 기억처럼
스르르 마취가 풀리면서 잇몸은 점차 욱신거린다
사랑을 끝내는 일이나 사랑니 뽑는 일이나
뭔가 뭔지 얼얼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아직도 멀쩡할 것만 같은 사랑니의 그자리에
나도 모르게 혀가 다가간다
허방처럼 푹 꺼진다 뒤늦게 허전해진다
움푹 팬 그 자리에 새살보다 먼저 가렵게 돋는 질문 하나
사랑니가 왜 사랑니겠니
이가 있던 자리에 나도 모르게 혀가 가 닿아
어라? 허방을 짚는 자리
아!뒤늦게 허전해지는 자리, 사랑이
떠난 자리, 그래서 사랑니란다
빈자리를 혀끝이 가만가만 다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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