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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838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1
    조회수 : 1900
    IP : 183.97.***.159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4/08/26 20:17:41
    http://todayhumor.com/?lovestory_68387 모바일
    [BGM] 사랑의 시 - 네 번째 이야기



    1.jpg

    김충규, 너는 기차를 타고 떠났다


    너는 기차를 타고 떠났다

    이후로 나는 철길에서 서성거렸고

    아무 역에서나 기웃거렸다

    기차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가슴 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듯 했다

    가슴이 깊이 패였다

    네 마지막 이미지가 유령처럼 내 영혼의

    허허벌판 위로 떠돌아 다녔다

    내가 늙어가는 동안 아직도 너를 승객으로 태운

    기차는 남극의 해변을 가고 있거나

    북극의 거친 눈발을 뚫고 있을까

    나는 늙어가는데

    너는 이별하던 순간의 젊음을 간직한 채

    나보다 싱싱한 사내와의 연애를 꿈꾸고 있을까

    내 뼈는 침목처럼 단단해져서

    내 육체를 기차처럼 견뎌내고 있지만

    먼 훗날 기차가 녹슬고 나면

    침목들의 간격은 무참히 일그러지겠지

    기차는 새벽에도 자정에도 떠나고 일몰에도 떠나지만

    내게 돌아오는 기차는 없었다

    기차가 지나갈 때면 내 몸을 간이역처럼 세워 놓지만

    멈춰 서는 기차도 없었다







    2.jpg

    도종환, 혼자 사랑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 하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 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두고 한 번도 말 안 하고

    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3.jpg

    원태연, 이유


    이별한 순간부터 
    눈물이 많아지는 사람은 
    못다한 사랑의 안타까움 때문이요 
    말이 많아지는 사람은 
    그만큼의 남은 미련 때문이요 
    많은 친구를 만나려 하는 사람은 
    정 줄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요 
    혼자만 있으려 하고 
    가슴이 아픈지조차 모르는 사람은 
    아직도 이별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밤이면 슬퍼지는 이유는 
    그대 밤이면 날 그리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고 
    나 술 마시면 미어지는 이유는 
    그대 술 마시다 흘리고 있을 눈물이 아파보여서이고 
    나 음악을 들으면 눈물 나는 이유는 
    그대 음악 속의 주인공으로 날 만들어 듣기 때문이고 
    나 이런 모든 생각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떨쳐버리고 나면 무너질 
    나를 위해서 입니다.






    4.jpg

    이정하, 이별노래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5.jpg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 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 사랑의 그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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