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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8316
    작성자 : 왕양명
    추천 : 15
    조회수 : 1525
    IP : 211.36.***.2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4/05/28 03:05:58
    http://todayhumor.com/?panic_68316 모바일
    환한 미소
    -내 소원은 너보다 딱 하루 더 사는거야

    나는 항상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했다. 끝까지 그녀를 지키고 슬퍼한 후에 그녀를 따르고 싶었다.

    내 인생의 봄날은 그녀로 인하여 시작되었고 그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내 인생에 큰 의미를 주었던나의 전부인 그녀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서울의 대학병원이었다. 나는 교통사고로 인해서 전신이 부숴져 버린 채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였고 그녀는 말기의 위암으로 죽음의 경계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나는 서서히 죽어가는 내 몸을 바라보며 병원을 매돌며 매일 죽음보다 더한 슬픔을 겪으며 망가져가고 있었다.어머니는 항상 내 곁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웠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끊었던 담배를 매일 두갑씩 피워댔다.

    그런 가족을 바라보며 나는 몇 번이고 그들을 목놓아 불렀으나 내 목소리와 바람은 닿지 않았고 답답함과 슬픔은 나를 깊게 잠식시켜가고 있었다.

    차마 병실을 지키는 어머니의 눈물을 볼 수 없어서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병원을 맴돌던 나를 발견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어? 넌 왜 울고있어?"

    처음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왜냐면 나는 사람이 아닌 것이었으니까 실제의 내 몸은 병실안에서 차츰차츰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무시하고 눈물을 흘리며 계속 걷고 있었을 때 그녀가 날 잡았다. 아니 잡으려 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허무하게 나를 통과해 지나갔을 때 나와 그녀는 둘다 놀라고 말았다.

    "넌 뭐야?"
    -내가 보여?

    그날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게되었다. 그녀와 나는 동갑이었고 말도 잘 통했기 때문에 급격히 친해지게 되었다.

    그녀는 대학에 입학해야 할 나이었으나 병원에 다니느라 학교에 가지 못했고 대학에는 가본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위해 내가 겪은 대학생활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고 그녀는 그런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끔 우리 부모님께 찾아가 그들을 격려해 주었다.

    나는 그녀와 만나고 나서부터는 점점 몸이 회복되고 있었다. 부모님은 조금씩이지만 회복되어가는 나를 보며 기뻐했고 그녀 역시 뒤에서 기뻐해주었다.

    그러나 나는 기쁘지 않았다. 어느순간부터 그녀의 병세가 심각하게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의 병세가 악화된 것이 어쩌면 내가 붙어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미안한 마음에 나는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없었다.

    내가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슬픈 눈을 하고 나에게 말했었다.

    혼자서 죽어가는 것은 무섭다고 제발 같이 있어달라고

    그리고나서는 나는 더이상 그녀를 피하지 않았다. 부모님께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녀와 함께 죽어가고 싶었다.

    나는 그리고 그때부터 버릇처럼 그녀에게 말했다.

    -너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싶어
    "왜?"
    -니가 어디가는지를 알아야 내가 찾아갈 수 있잖아 너무 늦으면 또 곤란하고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그녀는 아주 밝게 환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나는 그 미소가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죽었다. 전날 밤에 갑작스럽게 발작증상이 일어났고 급하게 수술실에 들어갔으나 결국 그녀는 이겨내지 못했다. 마취에 취해 눈이 감긴 채 나를 보지도 못하고 그냥 가 버렸다.

    억울함과 분함에 정말 나도 따라가고 싶었으나 야속하게도 내 몸은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숨을 거둔 순간부터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그녀는 장례식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모든 식이 다 끝나고 그녀의 유해를 그녀의 가족들이 가지고 갔을 때 나는 멍하니 있다가 내 병실에 돌아왔고 그곳에서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왜 이제왔어...?
    -너?!

    그러나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었다. 그리고 내게서 얼굴을 뗀 그녀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눈부신 미소를....너무나 환해서 눈조차 뜰 수가 없을 정도의 밝은 미소였다.



    온 몸이 아팠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흠신 두들겨 패고 버린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온몸을 흔들었으나 일어날 수 없었고 힘이 들었다. 절로 신음소리가 나왔다.

    "으...으으.."

    "어머나? 의사선생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매우 기뻐하시는거 같은데 왜일까? 

    나는 눈을 떠 이곳이 어딘지를 파악하려 했다. 순간 아주 밝은 빛이 내 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기분 좋고 청량한 느낌이 든다.

    너무 밝은 빛 때문인지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왜일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가슴이 먹먹한데 이유를 알수없어 답답하다.  

    그 와중에 계속해서 밝은 빛이 따스하게 쏟아져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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