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7살때까지 저희 가족은 형편이 좋지못해 반지하방에 살았습니다.
낡은 주택 밑에있는 반지하방이여서 매년 장마때면 방으로 들어오는 물을 퍼내기 일쑤였고
방안에 대,소변기가없어 건물주가 반지하방 사는사람들 공용으로 쓰라고 마당에 만든 한칸짜리 화장실을 사용 해야만했던..
여튼 그런 최악의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었죠ㅎㅎ
어쨌든 제가 6살?7살때였습니다. 때는 여름이였고 아버지는 출장을 가서 집에 없었습니다.
제가 워낙 더위를 많이타서 방 상단에 있는 작은 창문을 살짝열고 선풍기를 틀은채 저와 엄마, 그리고 동생 3명이 잠에 들었죠.
반지하방 살아 보신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창문을 열면 지나가는 사람들 발이 보입니다. 딱 복숭아뼈높이 정도의 사람 발이 왔다갔다 하는게 보이죠.
하지만 창문에 쇠창살도있고 사람이 들어오기엔 너무도 좁은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늘그랬듯이 창문을 열고 잠에 들었구요.
여튼 그렇게 뚜벅뚜벅 사람들 발소리를 자장가삼아 잠에들었고 어둠이 깊어질수록 발소리는 들리지않고 점점 고요한 가로등 불빛만이 남습니다.
그러던중 갑자기 엄마가 제 손을 꽉 잡아 잠에서 깼습니다.
엄마는 완전 사색이 되서 아무말도 못하고 창문쪽만 바라보고있고 저도 왜그러지 하고 창문쪽을 바라보니
가로등 불빛 사이로 왠 남자가 엎드려서 저희 집을 지켜보고있는겁니다..;;
아직도 그 어둠속 빨간 가로등 불빛과함께 창살 사이로 우리 가족을 지켜보던 눈빛은.. 지금 생각해도 짜증이 나네요ㅎ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어린 동생을 뒤로하고 완전히 굳어버린 저와 엄마.. 그대로 한 5-10초 지났을까 엄마가 겨우 입을 땠습니다.
" 여..여보... 빨리 여기좀 와봐 "
나름 아빠가 있는것처럼 연기를 하긴했지만... 사실 그 남자가 언제부터 우리집을 지켜봤던건지도 모르는거고;
아무 미동도 없이 계속해서 우리집을 지켜보더라구요.
다시 우리 엄마가 "누구세요..?" 라고 물었고 그 남자가 쓱 일어나더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제서야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엄마는 바들바들 떨고있었고 저는 그때까지도 아무말도못하고 엄마손만 붙잡고있었습니다.
엄마가 경찰에 신고해야겠며 전화수화기를 들고 112를 누르고있는데 반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쪽에서 "터벅...터벅..." 사람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반투명유리로된 가정집문... 대충 무슨느낌인지 아시나요?
반투명유리로 살짝 울룩불룩하게되서.. 밖에 사람이 서있으면 형체는 보이지만 누군지 알아볼수없는 그런 문입니다.
방문턱에서 고개를 빼면 일자로된 통로와 부엌이있고 그 끝에는 방으로 들어오는 문이있는데 그 반투명 유리로된 문앞에
사람이서있는 형상이 보이는겁니다. 때마침 집주인이 각각 반지하방 문앞에 센서등을 달아준지가 얼마안됬을때라..
엄마와 저, 동생밖에없는 집문앞에 센서등이 켜지며 사람이 하나 서있는 그 느낌이란... 센서등이 그렇게 원망스러울줄이야..
112와 연결된 엄마는 막 울면서 신고하고.. 저희 엄마가 그렇게 욕을 잘하는분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도둑이야! " "살려주세요" 를 목청껏 외치고있는데 문이 덜컹덜컹하면서 열쇠구멍을 쑤시는 소리가 들리고 정말 미치는줄알았습니다.
다행히도 옆집에서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인기척이 났었는지 그 남자가 후다닥 도망갔고 그러고 경찰이 오면서 상황은 종료됬습니다.
20년전일이라... 지금처럼 CCTV가 많이 있는것도 아니고.. 워낙 작은 동네였어서 도둑은 못잡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엄마와 저의 꿈에선 계속 이 일이 반복됬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엄마와 저 둘다 잠들면 꿈에서 이 스토리가 그대로 전개됬고 반투명유리로된문이 계속 덜컹덜컹거려 온몸으로 막기위해 달려가면
문너머에서 손이 튀어나와 반투명유리가 깨지면서 잠에 깨는...
1년동안 계속해서 이런 꿈이 반복되고 도저히 그때의 그 끔찍했던 기억때문에 이집에서 못살겠다며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처음에는 6층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저는 그후로 좀 괜찮아졌지만 엄마는 그래도 많이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반지하방에 살때처럼 잦은 악몽을 꾸진않았지만 여전히 불안해하셨고 결국 그러고 또 1년만에 11층 아파트로. 또 2년후에 18층 아파트으로...
계속해서 아파트 층수가 높은곳으로 이사를 갔고 제가 중학생쯤 되었을때? 그러니 한 7-8년 지났죠? 그제서야 엄마도 악몽을 꾸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들 or 친구분들끼리 이야기하다가 무의식중에 이러한 도둑들을뻔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날밤은 우황청심환 없이는 잠 못드시네요
그래서 엄마앞에선 이때 얘기를 전 절대하지않고 그냥 친구들끼리나 이렇게 온라인에서는 이런얘기해도 아무렇지않지만..
반투명유리로 된 가정집문에 대한 거부감은 아직까지 있더라구요. 아무리 제가 가진돈이 적어도 자취방구할때 반지하는 처다보지도않습니다.
그때 그 문앞에 도둑이서있던 실루엣때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