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당 시절의 유시민이 민주당을 분열시키기 위해 겁박만 했던 치킨게임을 안철수는 실천에 옮길 모양이다. 치킨게임은 지닌 것이 적은 쪽(이번 경우엔 국민의당)에 훨씬 유리하다. 아마 이번 총선에서 야권은 궤멸하리라. 안철수 자신이 낙선할지도 모른다.
그 궤멸은 10여년간 민주당 계열의 정당과 그 지지자들을 착취했던 패권주의 귀족세력의 몰락을 뜻하기도 한다. 그 폐허의 그라운드제로에서 희망은 새롭게 피어나리라. 그 점에서, 오직 그 점에서, 나는 아무런 유보없이 안철수를 지지한다.
자신의 낙선의 위험을 무릅쓰고 치킨게임을 통해 패권주의세력을 응징하겠다는 안철수는, 대선후보시절에도 움켜쥐고 있던 알량한 국회의원 자리를 낙선이 두려워 지레 포기한 문재인에 견주면 얼마나 당당한가! 문재인은 치킨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자꾸 안철수를 디펜드하게 되는데, 더민주와의 통합이나 연대를 반대하는 건 안철수 자신의 독단이 아니라, 친노 바깥의 야권 유권자들, 곧 안철수(와 정동영) 지지자들의 강력한 의지다. 안철수는 지지자들의 뜻을 거스르고 있지 않다.
야권연대나 통합은 임기응변식 대증요법일 뿐이다. 고름이 가득 든 상처에 대일밴드를 붙여봐야 눈가리고 아웅이다. 상처를 찢고 고름을 뽑아내야 새 살이 돋는다. 정동영과 안철수의 노선이 옳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친노패권을 가장 뼈저리게 경험했다는 것.
2003년 민주당 분당의 3총사 천신정 가운데 내가 그나마 너그러웠던 게 천정배였는데, 요즘 그가 실망스럽다. 더민주에 미련을 버리고, 광주에만 집중해서 그곳 친노를 박멸하는 게 천정배의 소명이다. 지금 친노라고 불리는 세력은 사실 반노무현 문패다.
지난 대선은 백낙청 선생이 망치더니, 이번 총선은 한완상 선생이 망치려 들고 있다.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연합하면, 전체 야권이 몇 석 더 얻을 수는 있겠지. 그러나 그거 독약이다. 다음 대선을 위해서도, 이번 총선의 야권물갈이가 훨씬 이롭다.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정동영 지지자들 사이에 갈등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나 야권 교체를 위해 서로 비난은 삼가자. 안천정 셋 다 야권교체의 핵심 엔진이다. 그리고 누굴 지지하든, 빠가 되지는 말자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을 석권하고 수도권과 충청 강원에서 몇 석만 얻으면 대승이다. 다만 더민주의 몰락을 위해, 거의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야 한다. 그러면 정동영이든 안철수든, 차기 대선 뒤 연합정권의 메이저파트너가 될 개연성이 크다.
암튼 총선에서 야권교체, 대선에서 정권교체!
야당끼리 싸우지 말고 연대하라는 원로의 고답적 충고에 무려 레닌의 말투를 흉내내 반박하는 건 좀 오버 같기도 하다만, 국민의당이 정권교체를 하려면(가능성과는 무관하게), 지금 국민의당의 주타격방향은 당연히 더민주가 돼야함.
나는 차기 대통령에 안철수가 되든 정동영이 되든 만족. 차기 대통령에 새누리 후보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이건 가능성 제로) 무관심.
지금 무니들은 4·13총선에서 안철수가 낙선하면, 그가 정계에서 퇴출될 거라 여기는 거 같다. 미안하지만, 총선에서 낙선해도 내년 대선에 안철수는 나온다. 글고 이번엔 문재인에겐 절대 양보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