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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통해 인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전격 경질됐습니다. 이유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것인데, 그것이 다름아닌 '성추행'이라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됐습니다.
뭐, 사실 크게 놀랍지도 않습니다. 원체 그 부문에 관한 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 많은 당이 그곳이라 그 행태 자체가 그럴만한 놈이 그랬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지만, 문제는 이게 대통령의 첫 공식 해외일정 동안에 일어난 일인데다가, 그가 결국 도망치듯 귀국해야 했던 것은 현지 경찰의 사법처리를 피해서라는 사실도 여러 정황을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연합뉴스까지도 이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그건 그만큼 이 사건의 파장이 여러가지로 뒷탈을 남길 것임을 예상 가능케 해 줍니다. 일단 피해여성이 현지의 인턴이었고 미국 시민권자였다는 점에서, 또 그녀가 직접 신고를 했고 경찰이 인지한 상태에서 윤 (전) 대변인이 급거 귀국을 해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윤창중은 현재 '미국 경찰에 성범죄로 신고된 수배자' 가 됐다는 거죠. 아마 앞으로 평생동안 미국에 올 수도 없을 겁니다. 오면 바로 체포되어야 할 테니. 하긴, 로만 폴란스키 감독 같은 경우도 미국에서 저지른 성범죄가 평생의 덪이 됐지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범죄 내용은 윤창중이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9시 30분부터 10시 사이에 '허락없이 만졌다'는 것인데, 만일 이걸 가지고 '엉덩이 정도 만진 걸 가지고 뭘'이라고 말할 분이 계시다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미국에서 그런 행위를 하다가 신고를 당해 보시라는 거고, 두번째는 바로 그런 의식이 우리의 성평등의식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내보여준다는 겁니다.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된 것 같지만 실제로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곳들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이라는 사람들이 가진 의식 수준을 그대로 내 보였다는 겁니다. 이 점에서 이번 사건은 더 큰 속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여성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 속내를 풀어 국민에게 들려줘야 하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런 짓을 '매우 거리낌없이' 벌였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미국 사법기관이 개입해야 하는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는 것은 결국 정권의 수준, 그리고 그 정권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망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윤창중은 말 그대로 '보수의 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보수라는 것은 뭔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고, 그가 지키고 싶어했던 가치가 어떤 것이었는가가 드러납니다. 강자가 갑질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 봉건적인 신분 질서와 지배체제가 씻겨지지 않고 묻어있는 사회, 그래서 내가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용납되는 사회, 여성이 언제나 사회에서 약자로 있는 것은 당연한 그런 사회, 그런 것이 그가 지키고자 했던 보수 참칭세력의 '가치'라는 것입니다.
그가 저지른 망신살스런 행동은 결국 그를 벼랑으로 떨어뜨리긴 했지만, 이 사건으로 또다시 추락한 국격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현행법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한국 대통령 대변인. 이런 제목만 붙여도 정말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무릇 이런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임명권자가 책임지는 건 당연한 일임을 재삼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렇게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불통 인사를 강행하더니, 그 부메랑이 이런 식으로 돌아오는군요. 현지 여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 좋아지고, 동포사회도 술렁거립니다. 지금 한국의 여론도 그다지 썩 좋게 돌아가진 않을 듯 하군요. 결국, 위정자와 국민과의 불통은 재앙을 부른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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