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저는 강원도에 위치한 저주 받은 모 사단의 말단 보병 대대원 이었습니다.

1. 메뉴 외우기 + 평가

- 내 두 세달 선임한테 까지는 있었던 내무 부조리.

일병은 무조건 일주일치 모든 식단을 외우고 있어야 했음.

상꺾 이상의 선임이

'아가야 오늘 중식 메뉴 읊어 보니라~'라고 하시면

'일병 심! 영! 금일 중식 메뉴는 어쩌구 저쩌구 왈라 블라 아바다 가터브라로, 종합 점수는 A+입니다!'

라고 즉시 대답이 나와야 했음.

문제는 외워야 하는 양도 의외로 만만치 않은데다가

취사병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메뉴가 통보 없이 바뀌는 일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각 선임의 취향에 따라 같은 메뉴라도 다른 점수를 매겨야 했음.

누구 한테는 감자탕 하나만으로도 S+지만 누구 한테는 A-일수도 있음.

거기에 다른 메뉴까지 고려해서 점수를 합산 해야 했기 때문에 정말 골 때리는 상황도 많았고  

게다가 가끔씩 태워 먹어서 탄내 때문에 도저히 못 먹을 상태로 조리되는 경우도 KingKing 있었는데

그럼 '잇힝 내가 좋아하는 제육 볶음이다 우왕ㅋ굳ㅋ' 하며 기대하고 있던 선임의

'탔잖아 이 강아지야!!!' 라는 윽박 지름과 등짝 스매쉬를 맞아야 했음.

없어져서 정말 다행이야.

2. 망할 조류 독감.

- 조류 독감 발생, 지난번 보다 훨씬 규모가 큰지라 오히려 사회에서는 쉬쉬 함. (보도 조차 안 됨)

근 한 달 동안 매 끼니마다 닭요리가 무지 막지하게 나왔음.

쇠고기 육개장이 닭고기 육개장으로 둔갑하고 양념 치킨이 나오면 한 사람당 최소 7조각씩은 무조건 먹으라고 퍼주고

가끔씩은 메인 메뉴 이외에도 삶은 닭을 집어 넣어서 나오곤 했음.

문제는 식중독 대비 + 조류독감 예방책으로 얼어서 오는 재료 상태의 닭을 무조건 푹 삶은 다음에

튀기든 찌든 조리를 해서 정말 심각하게 맛이 없었음.

덕분에 전역한 지금 닭을 못 먹음. 

3. 주먹밥

- 전술 훈련 중 보통 3, 4끼 정도는 식사를 주먹밥으로 보급 받았음.

숲이 우거지고 대부분 길도 없는 산 속에서 숨어서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그런데

내 군복무 초반에는 김치 주먹밥을 주더니 어느 순간 밥과 소금, 눈꼽만한 김, 깨로만 만들어진 주먹밥을 주기 시작했음.

상병 때 까지만 하더라도 살려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먹었지만

병장을 달은 후에는 허기만 가시면 버리게 되었음.

아무튼 내가 상병때 모 전술 훈련 중 후방 경계를 명 받고 이동 하다가 중대장이 길을 잘못 들어서

취사병들 있는 곳에 도달 했는데 거기서 취사병들은 무려

'비엔나 소시지 + 각종 야채 + 볶음 김치'가 추가로 들어간 초호화 주먹밥을 우걱우걱 먹고 있었음.

그걸 본 우리의 중대장은 순간 욱해서 이런 강아지's를 연발하며

'우리에겐 주먹밥이라는 이름의 소금 맛 떡을 주면서 니들은 그렇게 맛있는걸 쳐 잡수시냐 니들 입은 입이고 우리 입은 부리냐' 

라는 내용의 항의를 살짝 격하게 했음.

물론 그래봤자 바뀐건 없었지만 매우 섭섭했음.

4. 감자탕 도난 사건. (이건 친구 이야기)

- 뭐 사실 그리 거창한건 아님.

짬밥 중 메뉴 대부분은 호불호가 꽤 많이 갈리는 편이었는데(물론 반 이상은 다들 싫어함)

유일하게 모두가 입을 모아 경배하던 감자탕.

적당히 매콤하고 칼칼 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에 쫄깃한 고기와 느끼함을 중화 시켜주는 우거지의 조화.

문제는 역시 욕심을 내서 앞에서 고기를 많이 떠가면 뒤의 사람이 고기를 아예 못 먹는 경우가 생기는데

만인이 사랑하는 감자탕 앞에서 만큼은 다들

'이 행복을 우리 전우들도 모두 누려야지' 하는 생각인지 적당히 알아서 조절하곤 했다.

군데리아가 나오면 항상 뒤의 사람은 잼을 도토리 만큼 퍼갈 수 밖에 없는걸 생각하면 참 신기했다.

잠깐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하지만 구타는 전혀 한 적이 없고 

욕설과 비속어조차 사격장이나 전술 훈련 때 이외에는 절대로 하지 않는 매우 올바른 청년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후임이 본인을 뭐랄까 좀 약간 무시하는(다른 무서운 선임에 비해)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뭐 본인은

'다 같이 고생 하는데 굳이 내가 이 강아지야 고추야 하면서 기분 상할일 있나

나 말고도 엄하게 대할 선임층도 많고 결정적으로 난 좀 있으면 집에 가는데 이힛'

이라는 생각에 좋게 좋게 지내곤 했다.

문제는 본인이 말년 휴가를 제외 하면 전역을 2주일도 남겨 놓지 않고

5분 대기조를(이하 5대기라 쓰겠다) 맡게 되고 일어났다.

참고로 본인 부대에서는 5대기는 무조건 전 대대원들 보다 일찍 식사를 했었다.

겁나게 짜증나고 피곤하고 지X맞은 5대기를 일주일 동안이나 하는 만큼 배려해 준 것이리라.

모월 모일 중식, 메뉴가 감자탕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지휘 통제실에 호출을 받고 올라간 소대장을 대신해

선임 분대장으로서 소대원들을 인솔해서 서둘러 식당으로 갔다.

사실 군대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사랑과 쾌락의 상징 감자탕이었기에

평소보다 조금 더 - 정확히는 한 10조각 정도 - 고기를 먹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내가 말년이라도 같은 중대 후임들 보기엔 미안한 일이니 빨리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서는.

막 중대별로 음식들을 배식대에 올려놓고 분주히 정리를 하고 있는 취사병들을 뒤로 하고

식판에 고기를 무려 10조각이나 담은 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한 숟갈 뜨려는 순간

'왱알왱알 왱알왱알 5대기 비상! 5대기 비상! 5분 대기조는 즉각 XXX로 출동하여

즉각 조치 후 상황 보고하라!!!'  

한 순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타천사의 심정을 느끼며 "C - foot!!!"을 외치고

바로 소대원들을 이끌고 미친 듯이 뛰었다.

다행히 시간내에 목적지에 도착 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지켜 보고 있던 소대장의 평가와 개선점을 듣고

'미안하다 대대장 이 C-foot baby가 이거 때문에 불렀더라 아오 18!!! ......수고 했다 가서 식사해라'

라는 명령을 받은 후 취사장으로 돌아 왔다.

그러나

우리의 식판위에 있던 감자탕의 고기는 누군가에 의해 모조리 전멸한 후 였다.

그 순간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격렬한 분노를 느끼며 그 기분을 공유하고 있는 소대원들과 함께 중대로 달려가 대표로

"야이 개XX들아!!!  니들이 사람XX냐?!!!  5대기 밥을 훔쳐 먹어!!!!!"

라고 소대원들의 심정을 대변 하여 일갈 하였다.

거기에

"내 밑으로 다 나와 이 개XX들아!!! 

한 번도 X나 패지 않고 좋게좋게 대해 주니까 최선임이 개X구로 보이냐!!!

XX, 다 쳐 나오란 소리가 안 들려!!! 

귓구멍에 X대가리를 쳐 박았나 XX에 XXX을 박아 버리기 전에 다 튀어나와 이 XXX들아!!!"

등등의 다소(?) 폭력적인 언사를 전 대대가 떠나갈 듯이 외쳐댔다.

일단 간부들을 포함하여 우리 중대의 인원들은 그냥 체력 & 사람만 좋은 말년 병장으로 알고 있었던

내가 미친 듯이 온갖 쌍욕을 구사 하는 것에 대해 한 번 놀라고

전 대대원이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가 큰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한다.

물론 곧 중대 간부들이 달려와서

"쳐 돌았냐 XXX야?! 집에 갈 날 얼마 안 남으니 군대가 XXX로 보이냐!!!

이 XXX가 어디서 목소리를 X같이 높이고 XX이야!!!"

라며 응대를 해 주셨다.

문제는 나도 지지 않고 계속 대대가 떠나갈 만한 큰 소리로 쌍욕을 하며

"XX, 내가 화 안나게 생겼습니까?! 말년에 5대기 하는것도 짜증나 XX겠구만 X만한 XXX들이

우리 밥을 죄다 XXX마냥 XX했는데 이러고도 이제까지 마냥 XXX 취급 받으며 XXX 해야 합니까!!!"

......라며 응대를 한 것이다.

곧 오신 중대장님이 '다들 잘 한거 없구만 뭐 밥 먹는 도중에 상황 건 대대장도,

아무리 마지막이라지만 과하게 고기 푼 XXX병장 너도, 그걸 훔쳐 먹은 중대원들도.

그냥 여기서 마무리하고 없던일로 하자' 라며 중재를 해 주셨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영창 안 간게 신기할 정도.

대대장도 들었을텐데.

그리고 아무리 군인이라지만 음식 하나에 그렇게 열 냈던 것도 참...... 

PS. 4번째 에피소드는 본인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의 이야기임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