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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에 혼자 서있는 어린아이
~두려움이 내 힘의 원천~
북한말에 '어둑서니는 올려다 볼 수록 크다1'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겁을 먹고 시작하면 점점 더 용기를 잃고 겁을 더 먹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이는 어둑서니의 특징과 크게 관련이 되어있다.
어둑서니는 어두운 밤 중에 나타나는 요괴로, 어린 아이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어둑시니, 어덕시니라고도 불리는 이 요괴는 행동적 특징으로 보아 도깨비과의 요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귀신이나 신령 따위에 포함할 수도 있고, 독립된 하나의 요괴라고도 볼 수 있다. 어둑서니는 주로 자신의 얼굴이나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어두운 길목에서 나타나는데, 아무말도 없이 서있기 때문에 지나가다가 어둑시니를 마주치게 되면 무서운 마음이 생기게 된다. 밤길에 아이가 말도 않고 홀로 서있다면,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겁이 날만 할 것이다.
어둑서니는 상대가 갖는 공포나 두려움의 크기만큼 제 몸집을 크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나그네가 자신을 보고 무서워하기 시작하면 이를 바탕으로 점점 몸집을 불리는데, 이 때문에 상대는 더욱 놀라고 겁을 내게 되어 결과적으로 어둑서니는 집채보다 커지게 된다. 이 과정이 너무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잠깐 사이에 눈을 의심할 정도로 크기가 커진 것을 두고 '어둑서니 커 가듯'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눈을 떼려고 해도 요괴 특유의 마력이나 요기 따위에 눌려 계속해서 어둑서니의 눈을 보게 되기 때문에 어둑서니가 커지는 것을 멈추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몸집이 커진 어둑서니가 사람을 깔아뭉개서 압사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어둑서니를 몰아내는 방법은 조금 까다로운데, 일단 정신을 가다듬고 일단 어둑서니의 눈을 보지 않도록 해야한다. 사람이 자신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어둑서니는 이내 몸집을 키우는 것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시선을 내려 어둑서니를 일부러 낮춰보면 어둑서니는 점점 작아져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고 종래에는 도망을 치게 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어둑서니가 상대의 시선에 대단히 집착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이 나서 몸집을 불리다가도 상대가 자신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자신을 낮추어 보면 기가 죽어버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격 관심종자 요괴. 관심병자에게 먹이를 주지 맙시다.
~물리적 공격은 무효!~
그슨대는 어둑서니와 비슷한 요괴로, 본디 고려시대의 수호신이었으나 조선시대를 거치며 악귀화되었다.23 그슨대도 어둑서니처럼 어린 아이와 유사한 생김새를 가졌고, 밤중에 사람의 왕래가 적은 외진 길에 나타나며, 몸집을 불릴 수가 있다. 하지만, 어둑서니와 어느정도 다른 특징을 갖는다. 그슨대는 상대의 공포를 이용해야하는 어둑서니와 달리 자신의 몸집을 자유롭게 늘릴 수가 있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골려먹을 수가 있는데,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방심시킨 뒤 갑자기 폭발적으로 몸크기를 늘려 놀래키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슨대에 의해 놀랐다고 해서 섣불리 손찌검을 해서는 안된다. 그슨대에게 물리적 공격은 무효하기에, 날붙이를 포함한 어떤 무기로도 상처를 줄 수 없다. 게다가, 그슨대 또한 지능와 감정을 가진 존재라서 자신을 공격한 대상에게 강한 분노를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반격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잡아먹는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무장인 운몽선이 그슨대와 만난 적이 있는데, 계속해서 칼을 휘둘렀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고, 칼을 휘두를 때마다 커진 그슨대가 결국 운몽선을 내동댕이쳐 죽였다고 한다.
그슨대는 어둠을 통해 그 힘을 발휘하는 요괴이다. 따라서 어둠이 사라지면 그슨대는 약해진다. 그래서 그슨대는 밝은 낮에는 활동하지 못하고, 밤이라도 상대적으로 밝은 마을 주변에서는 활동하지 못하고 외진 길에 있는 것이다. 외진 길을 지나갈 때 그슨대와 마주치고 싶지 않다면 횃불이나 등불 같은 주변을 밝힐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사람이 횃불을 들고 몰아내면 도망을 칠 것이며, 혼자라도 횃불을 가지고 있다면 지레 겁을 먹고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 것이다.
그슨대는 독특하게도 가재를 매우 좋아한다. 그슨대와 만났을 때 가재를 던져주면 넙죽 받아먹는데, 그동안 조심스럽게 지나가면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앞에도 말했듯이,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으므로 섣불리 공격하지는 말자.
~어둠은 공포의 근원~
피아조차 구분 가지 않는 어둠은 사람의 본능적인 두려움을 자극한다. 밝은 낮 동안 뚜렷하게 구분이 되던 곳도 밤이 되면 어둠 속에 숨어 인간의 접근을 막게 되고, 사람은 그럼 불확정성에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 본능적인 공포가 뚜렷한 상을 만들어 내게 되고, 그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상상력과 과장 따위가 덧붙여지면, 새로운 괴물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요괴 중에서 두드려져 오래 남게된 것들이 어둑서니와 그슨대인 것이다.
어둑서니와 그슨대는 발전과정에 있어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상황에서 발생했으며 동시에 같은 본능적 공포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옳다. 그래서 어둑서니와 그슨대가 다르다는 것에는 동의는 하지만, 비슷한 요괴임을 감안해 하나의 항목에 같이 소개했다.
사전에서 어둑서니를 찾으면 어두운 밤에 아무것도 없는데, 있는 것처럼 잘못 보이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또, 어둑서니를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어둠(어둑) 속의 귀신이나 신령, 허깨비(서니[신위, 곧 시니]) 따위]가 된다. 요즘에도 어둑서니는 꽤 쓰이는 표현이며, 그 의미는 허깨비와 비슷하나 좀더 부정적이고 어두운 표현이다.
일각에서는 어둑서니의 어근인 '어둑하다'가 한반도 남부에서만 쓰이는 어둡다의 방언이며, 이 때문에 어둑서니가 남부지방에서만 등장한다고 소개하지만, 표준어로 '제법 어둡다', 북한말로는 '질서가 없고 혼란스럽다'의 의미로 쓰이며, 북한에서는 여전히 어둑서니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속담이 남아있다. 즉, 어둑서니가 한반도가 한반도 남쪽에 국한되어 등장한다는 설은 신빙성이 다소 떨어진다.
그슨대는 고어와 한문이 섞여있는 단어로, 풀이하면 어둠(그) 속에 서있는(슨) 커다란 것(大)이라는 뜻이다. 어둑서니와 거의 비슷한 말이나, 옛말이라 사용빈도도 떨어질 뿐더러, 그 뜻을 알기가 어려워 지금은 비문학, (전통 문화 계열을 제외한)문학을 가리지 않고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가 되었다.
출처 : 은여우 공작소
[출처] [한국 요괴 대사전] 024. 어둑서니 · 그슨대|작성자 은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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