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필리버스터 정국을 거치며 선거일이 다가옴에 따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의 워딩 속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시민의 정치참여"라는 것을 과연 어떻게 해석할까. (새누리 의원들에게서는 별로 들어보진 못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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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정부를 평가함에 있어서 다방면을 총망라하는 다면적 총평이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적어도 참여정부의 명칭만큼은 큰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게서 바통을 이어 받아 구성된 참여정부는 그 명칭만큼이나 탈권위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애쓰고 노력한 흔적들이 많습니다. 오유에서도 회자되었지만 국회방송의 케이스도 그렇습니다. 물론 기획은 88년부터 시작되어 본격적인 TF가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우리가 필리버스터를 시청하게 될 만큼의 자리를 잡게 만든 것은 분명 노무현 정부의 치적이라고 평가할만 합니다. (국회방송 위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A%B5%AD%ED%9A%8C%EB%B0%A9%EC%86%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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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체 탈권위와 참여정부 혹은 정치참여라는 명제가 왜 연결이 되는가 하는 지점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민주주의의 어원인 데모스(민중)크라티아(정치)를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평등의 가치입니다. 민중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개개인에게 참정권(정치참여)라는 권리를 줌으로서 평등한 위치에서의 목소리를 정치라는 공공의 영역에 반영하겠다는 인류의 의지인 것입니다. 그것이 현대 시민사회에서 작동할 민주주의의 참된 가치입니다. 그리고 민중은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가 현대 시민사회에서의 민주주의가 가지는 빛나는 가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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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권위라는 것은 지위의 역학관계 즉 힘의 관계에 의한 종속적 관계를 의미합니다. 권위라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나 대체로 권위주의에서 비롯되는 관계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권위에서 발생되는 불평등은 다양한 발언을 억압하고 무시하며 배제합니다. 사회생활을 조금만 해보신 분들은 한번쯤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직급(권위)에서 오는 그 무시무시한 불평등과 불합리성을요. 심지어는 가정생활에서 조차도 학교에서 조차도 그 권위의 폭력은 이름만 달리할 뿐 폭압적이고 다른 가치들을 강제적으로 몰수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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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존중과 배려로서의 권위가 아닌 권력으로 치환될 수 있는 폭력으로서의 권위는 전근대를 탈피하지 못한 대한민국 정치사의 근간을 이뤄온 뿌리깊은 해악 중의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왕정시대와 같은 밀실정치를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현대의 시민사회 정치는 이러한 폭압적 정치로부터 동력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정보가 제한되었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필리버스터와 같은 정치의 현장 그리고 클릭 몇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쟁점 법안의 내용공개, 팩트티비 국민티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와 같은 대안언론의 활약 등 정보의 권력은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빠르게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정치인이 권위적인 모습으로 시민 위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동등한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정치철학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입장을 우리는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다소나마 경험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그간 바라왔던 정치의 참모습이라는 것에 감동스러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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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무르익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환경을 둘러싼 요소들은 이제 대한민국의 정치사에 오랜 숙원이었던 탈권위와 평등의 가치 추구라는 지향점을 향해 내달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유권자들은 그 환경을 향유할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은 의구심이 듭니다. 여기에서 바로 "정치참여"라는 명제가 작동되어야 하는 겁니다. 최소한의 권리이자 의무로서의 투표는 그 정치참여의 마지노선입니다. 오로지 투표만으로 정치참여의 책임을 다했다고 할 시대는 지났다고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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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나타났다에서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팟캐스트 3종세트 신설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손위원장이 단순 홍보의 차원이 아닌 참여정치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더민주는 시민 속으로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정책과 가치에 대한 기치를 설파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응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시민들은 아직도 투표라는 정치참여의 마지노선을 두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 스스로도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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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내 지역구 의원이 누구인지 내세우고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 조차 들여다볼 시간도 없다고 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 먹고 사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덜 바쁘고 조금이라도 더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는 정치가 바로 옆에 있다면, 그 정치가 나에게 달려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 시간이 없다고 배임하는 것은 지양해야되지 않을까요. 찾아보시고 궁금해하시고 시간이 조금이라도 된다면 공부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요구하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