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란 무엇일까요.

대학교 1학년 때 키 175에 몸무게 110에다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없었고 그런 스스로가 싫고 자신감을 잃어가며 남들하곤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게임에만 미쳐있었죠.

적어도 게임에선 제 외모에 대한 것보단 손가락으로 움직이는 케릭터의 컨트롤이 중요했으니까요.

키보드 워리어라고도 할 수 있었겠네요.

그렇게 대학교 1학년 생활을 폐인처럼 지내다 군대에 가게되었고 훈련이 끝난 뒤 먼지랑 땀이 섞여 생겨난 찝찝함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하는 순간 거울 속에 돼지가 보였습니다.

축 늘어진 뱃살과 남자다움이라곤 전혀 볼 수 없는 가슴, 몸을 움직일 때 같이 흔들리는 팔뚝살까지.

지금까지 거울을 안보고 산 것도 아닌데 그렇게 까지 충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였습니다.

괜찮았던 건지, 무시했던 건지 전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충격 요법이라도 받은 듯, 평생 저랑 연관이 없을 줄 알았던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으로 헬스하시는 분들처럼 한 건 아니고 그래도 살은 빼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시작한 하루에 팔굽혀펴기 50개와 막사 뜀걸음 10바퀴가 고작이였지만 그 때 만큼 하루하루가 충실했던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운동을 했고 일병 2호봉 당시 몸무게 97kg의 저는 상병 5호봉 때 80kg 까지 감량하는데 성공했죠.

거울을 봤을 때도 사람까진 아니여도 돼지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살을 빼니 대한민국 외모 심해권에서 아주 조금, 진짜 조금 나아진 외모 바뀌었고 전 제 스스로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허나 전역을 하니 제 나아짐은 아무런 의미도 없던 것이었습니다.

운동 하나만 꾸준히 하면 나아질 것 같았는데, 세상의 시선은 그렇지가 않구나.

남자든 여자든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도 제 스스로가 싫고 남들이 절 비웃는 것만 같습니다.

예전보다 더 심하게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고, 그런 자괴감은 더 나은 몸매로 꾸며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는지 저녁을 조금만 먹어도 위에서 받아주질 않고 전부 토해냈죠.

심할 때는 점심을 먹는데도 목구멍 밑까지 올라온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더 나은 나, 더 보기 좋은 나, 더 괜찮으 나.

토를 하다 머리에 피가 쏠려 코피가 터지고 눈이 충혈되고 진물이 흘러나와도 토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녁은 입도 못대고 물을 마시거나 껌만 씹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은 그나마 낫지만 점심은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밥그릇의 1/3에 김과 두부조림 아니면 미숫가루만 두유에 타서 먹고 있죠.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전 아직도 제가 싫습니다.

거울을 보면 눈 앞에 있는 놈이 짜증나고 왜 그렇게 살아왔냐고 물어보지만 똑같은 질문이 돌아올 뿐 아무런 것도 나아짐이 없습니다.

오유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비만이란 무엇일까요.

BMI 수치에 따른 수치상의 비만만이 비만일까요, 본인이 만족할 때 까지 비만일 까요.

자기 스스로가 싫은 사람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