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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일하다가 걍 끄적거린 징징글에 의외로 애니 전공을 목표로 하시는 몇몇 분들이 보여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몇 자 끄적여봅니다...
무쟈게 글이 길어질테니 맨 마지막 문단만 읽으셔도 됩니다.
그 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현재 애니 업계 종사자입니다.
경력은.... 그다지 길진 않아요. 전 아주 늦게 시작했거든요. 매우 후회하고 있어요. 이 바닥에 뛰어든 것을...
물론 애니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매우 많이 뼈저리게 후회하지요.
지금부터 제가 드릴 말씀은 아주 최악의 나쁜 경우들 위주입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제 주위에 가끔 애니 하고 싶다는 어린 친구들이 간혹 보일 때마다,
두 가지를 말해줍니다.
그림 그리지마라.
그리고 한 가지 더 물어봅니다.
집 부유하냐고.
네가 부모님 봉양하고 네 가족들 네 처자식 먹여살리는데 부족함이 없다면 해라. 근데 집안 사정이 어렵다면 하지마라.
싸가지 없고 패배감에 젖은 생각이다라고 비난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근데 현실이예요.
애니작업이라고 하면 일단 다들 작화를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애니를 만드는 데 있어서 작화가 다는 아닙니다.
그림 그리지말라고 하는 건, 한 가지 이유예요. 우리나라에서 현재의 애니사업은 글러먹었어요. 이딴 방식의 사업은 다 망해야해요.
주구장창 하청으로 그림만 그리는 거, 더이상 그 어떤 발전도 없습니다. 그냥 거기서 끝이예요. 이걸로 먹고 사는 데 지장만 없다면 발전이 없은들 왜 못하겠습니까. 문제는 중국과의 경쟁에 우린 이미 졌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작화가 아니라 제작을 해야합니다.
애니를 하고 싶다면 작화가 아닌 제작일을 배우세요.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작화 경쟁력에 이미 졌어요. 더이상의 경쟁은 소모전일 뿐입니다.
그리고 제작일을 배우고 싶다면 일본과 캐나다를 가세요. (캐나다를 추천하는 이유는 미국과는 달리 상업과 더불어 창작 예술애니에 대한 지원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호주와 유럽은 상업보단 예술쪽 경향이 더 큰 편이구요. 근데 사실 자세히는 저도 잘 모릅니다. 10년 전에 저두 들은 이야기가 전부..;;)
물론 총감독 디렉터 슈퍼바이저 등을 목표로 하신다면 작화를 배워야하는 건 기본입니다. 건 모든 과정을 다 알아야해요. 작화 질 자체는 우리나라가 최고인 건 사실입니다. 근데 솔직히 이거 별 메리트 없어요.... 작화 능력으로 밥 벌어 먹으려면 것두 일본 가서 작감이나 원감은 해야죠. 그리고 진짜 눈에 확 띄는 능력을 보여 스카웃 해가지 않는 이상은... 암울해요 것두...
우리나라에서 동화맨으로 늙어죽을 생각이면 애초에 하지 마요.
한 달에 죽자사자 매달려 잘 벌어봐야 120~150만.. 것두 비성수기엔 30~50만..(애니업계도 성수기와 비성수기 있어요. 봄개편과 가을개편 직후엔 일이 많이 풀려서 성수기예요) 이렇게 벌어서 처자식 먹여살릴 수 없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본인 굶는 거야 문제 없지만, 님들 자식도 굶길 거예요? 그럼 안되잖아요...... 이렇게밖에 말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요... 근데 이게 현실인걸요. 우리나라 작감들 봉급이 회사마다 많이 다르긴 한데 200 정도 선입니다. (200 채 못 미치는 곳도 있습니다.) 괜찮은 데는 300 주는데도 있어요. 근데 손에 꼽아요. 어느 회사인지는.. 각 회사 사정이니 말씀 못드립니다.
그 정도면 그래도 먹고 살 순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죠? 근데 작감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생각하셔야죠... 그렇게 되기 전까진 그냥 굶는다 생각하세요. 적금 붓는거 포기하시구요. 4대 보험따위 우리나라엔 없는 제도라고 상각하시구요. 최소 5년은 굶는다 생각하세요. 요즘은 3년만 되도 기성인 소리 해줍니다. 제가 신인 시작할 땐 6~7년은 되야 기성인 대우 해줬어요. 3년이면 '아 이제 신인티 벗는구나'라고 했죠.
지금은 워낙 동화맨들 품귀현상이라 처음 입문해서 일주일이면 도매셀은 걍 줘요. 예전같으면 선연습만 한 달 시켰어요. 하지만 그러면 누가 남아있겠어요. 그러니 일단 교통비라도 주려고 그렇게 합니다.
컬러나 스캔 촬영도 마찬가집니다. 이 중 가장 쉽게 배우는 건 스캔이고 가장 돈 적게 버는 건 컬러예요. 컬러는 데이터를 손쉽게 인터넷으로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 더 많이 가요. 일은 쉽게 배우지만 돈은 제일 적게 벌죠. 그리고 발전이 없어요. 사실 컬러가 모르는 분들이 보기엔 걍 색깔 입히고 땡이라 쉬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에 따라선 작화보다 컬러가 더 어려운 것들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포니같은 그림체가 그렇죠.
그리고 화면에 보이는 그림작업의 가장 마지막 작업단계라 화면구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할 수가 없어요. 동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컬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중국애들이 컬러 해놓은 걸 보면 정말 개판인 게 많습니다. 그래서 컬러 치프를 일본이나 한국에서 많이 보내죠.
보통 10명 시작하면 3개월 후 반 절 사라지고 6개월 후 또 반 절 사라지고 1년 후 1명 남던가 다 사라지거나 합니다. 이게 지금의 우리나라 동화맨 현실입니다... 그래도 애니가 하고 싶다면 해야죠. 어떡하겠어요. 그게 꿈인데. 하지만 굶는 것을 각오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림 대신 제작일이나 다른 것을 배우세요. 되도록이면 제작일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유는 단 한가지. 본인 성과제가 아니라 봉급제니까요. 일이 없어도, 다이렉트 회사에서 개까이고 욕 처먹어도 어쨌든 짤리지 않는 이상은 일정액의 봉급이 들어오니까요.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제 나쁜 버릇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의 요지는 하나예요. 애니가 하고 싶다면 2d동화맨으로 늙어죽을 생각 하지마라.
제작으로 빠지던가 3d로 나가던가(3d도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이건 시장이 줄어들진 않을 전망이니까요.)
일본은 아무리 경제가 침체되도 이미 애니를 소비할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애니메이터들이 먹고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시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동화맨이 먹고 산다는 건 암울한 미래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이란 디비디를 구매할 가게나 캐릭터 상품을 살 수 있는 문방구같은 그런 시장이 아닙니다. 애니라는 상품을 만들어 이것을 소비한다는 것은 곧 누군가 시청을 한다는 것이죠. 캐릭터 팬시사업은 2차 사업이예요. 다시 말해 애니라는 상품을 사서 볼 수 있게 해줄 시장이 없다는 겁니다. 즉 방송국과 극장이 없다는거죠. 우린 이게 없어요. 상품을 만들어도 내다팔 시장이 없어요. 때문에 만들지도 못할 뿐더러 만들 이유도 없죠. 그러니깐 우리나라의 지금 애니사업은 글러먹었다는 거예요. 이러한 우리나라에서 그저 그림이 좋다고 동화맨으로 또는 원화맨으로 세월을 보낼 가치는 더이상 없는거라고 보는 겁니다.
꿈과 희망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그러한 것을 보여드리기엔 우리나라 현실이 암울하기에... 걍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었어요.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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