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전라북도 어느 군 소재지 읍내
시간:2003년 2월 23일 17시 50분
차를 몰고 가족 여행 중 저녁식사를 할 식당을 찾는 중 이었습니다.
아내가 “저 식당은 마음에 안 든다”고 하기에 2차선에 주차하려다가
차를 돌려 1차선에 진입한 순간.
“콰광” , “쨍”, “우수수...
누군가 내 웨건의 뒷머리를 후려치는 소리와 충격이 왔습니다.
웨건 옆 창문이 깨지며 유리가 쪼르르 아스팔트에 쌓여 갑니다.
일단 차를 옆 차선으로 돌려 주차했습니다.
-차를 움직이면 안됩니다. 그 자리에 있으면서 경찰을 불러야 했는데....
뒤에서 추돌한 차는 1톤 트럭이었습니다.
내 차는 뒤 해치백과 범퍼가 일그러졌는데 1톤 트럭이 더 많이 찌그러졋네요.
트럭에서 내린 이가 대뜸 욕부터 시작합니다.
“서울 경기 차 운전하는 XX들 다 가만두지 않을거야.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그 시절에는 자동차 번호판에 지역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트럭 운전자는 잠시 후 차에서 내리더군요.
나:어떻게 할까요? 경찰을 불러야 겠지요?
트럭 운전자:그러세요.
핸폰으로 경찰에 신고 했습니다.
지방 소도시는 역시 정보가 빠르군요.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전에 래커차가 4대나 와 있습니다.
10분도 안 되어 경찰차가 왔습니다.
경찰은 음주측정기를 꺼내더니 불어 보라고 하더군요.
나: “0”
트럭 운전자: “0.147”
경찰:면허 취소 수치입니다. 면허증 주세요. 면허 취소입니다.
같이 온 경찰은 사고 지점에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립니다.
돌아보니 얼굴이 피투성이입니다.
갑자기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숨이 막혀옵니다.
‘트럭 운전자 너 가만 안둔다. 내 딸을 아프게 하다니.’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 앰브런스를 타고 떠나고
나와 가해자는 경찰차에 타고 자동차는 래커차가 끌고 갑니다.
경찰서 교통계에 트럭 운전자와 나란히 앉아 조서를 꾸미기 시작합니다.
내 앞에 앉은 경찰 첫 말씀
경찰:“당신이 차선 변경을 하다가 사고가 났으니 당신이 가해자입니다.”
순간 내 머리는 에밀레 종이 되었고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면서 투쟁 본능을 자극합니다.
“나는 사고를 하도 많이 내 봐서 우리 회사에서 사고처리 해주고 다닌다.
여기는 서울하고 법이 다른가 보네. 여기 어느 나라 법을 따르는 거야.
내가 사고 현장 사진을 못 찍었지만 당신이 사진 찍었지.
필름 카메라로 찍었으니 필림 한 장도 잘라 버리면 안된다.
그건 증거인멸죄다.
내 차의 깨진 유리가 중앙선을 넘어서 소복하게 쌓여 있는 이유는 뭘까?
내 차가 1차선에 있었다는 거잖아.
내 차는 옆이 깨지지 않았고 뒤가 깨졌으니 차선 변경이 끝난 상태잖아
이 동네 사람 봐주느라 텃세 하겠다는 거지.
너 이름 기억하겠다.
내일부터 인터넷에 네 이름 실명으로 까버릴테니까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라
누가 죽나 보자.
마주 앉은 경찰은 말을 못하고 내 입만 바라보고 얼음이 되었고
난 계속 읊어 대었습니다.
“청와대 국민 신문고, 국민 고충처리 위원회, 국민 인권위원회, 경찰청 민원실,
다음 아고라, 네이트 판, 모두 네 이름 실명으로 알린다 결과가 어떨지 나도 모르지.”
옆에 있던 경찰이 내 앞에 있는 경찰을 데리고 나가더군요.
1분도 안되어 같이 들어오더니
“선생님이 피해자 이십니다.”
“야 너희들 엿장수냐 경찰이냐 권한 참 크구나. 계속 텃세 부려 보지 그러니”
“죄송합니다. 너그럽게 봐 주십시오 선생님은 아무 피해 없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내 차는 어디로 간 건지 찾아 주세요.
경찰이 알려 주는 곳으로 가 보니 또 멘붕
공업사:선생님이 가해자이니 렌트카 비용을 부담하셔야 합니다.
나:이 동네는 다른 지역 운전자를 씌워먹는 곳이구먼 경찰에 물어보세요.
공업사에서는 경찰에 확인 전화를 하고
렌트카를 불러 가족들과 집에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경찰의 어이없는 행동에 감히 반항하여 이겨 보았습니다.
요즘도 여행 다닐 때는 그곳에 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