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지난 연말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당은 총선 표심(票心)의 '바로미터'인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 지지율이 3~6%에 그쳐, 현재로선 총선 승부에 미칠 영향력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써 39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은 호남을 뺀 지역에선 다시 여야(與野) 1대1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도권은 새누리 對 더민주
지난 연말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28.7%, 안철수 신당 18.3%, 더민주 16.6%, 천정배 신당 1.7%, 정의당 2.1%, 모름·무응답 32.6% 등이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 실시된 이번 조사에선 새누리당 33.3%, 더민주 22.2%, 국민의당 5.7%, 정의당 1.8%, 모름·무응답 37.0% 등이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각각 4.6%포인트, 5.6%포인트씩 상승했지만 국민의당은 14.3%포인트 하락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새누리당 31.2%, 더민주 25.1%, 국민의당 3.5%)과 충청권(새누리당 35.7%, 더민주 22.8%, 국민의당 6.5%) 등 중원(中原) 지역 정당 지지율은 전국 평균치와 비슷했다.
야권의 지지 기반인 호남권에선 더민주(27.6%)와 국민의당(23.8%)이 여전히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조사에서 호남권도 안철수 신당(32.5%)이 더민주(18.9%)를 상당히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동안 호남 민심도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구·경북은 새누리당 56.9%, 더민주 10.8%, 국민의당 0.8%였고, 부산·경남도 새누리당 40.6%, 더민주 17.4%, 국민의당 3.5%였다.
연령별로 20~40대는 더민주, 50대 이상은 새누리당이 우세했다. 20대의 경우 더민주(31.5%)에 이어 새누리당(18.5%)이 2위였고, 국민의당(2.6%)은 정의당(2.2%)과 지지율이 비슷했다. 30대도 더민주(33.0%), 새누리당(17.3%), 국민의당(5.1%) 순이었다. 40대는 더민주(25.2%)와 새누리당(21.6%)의 선두 경쟁이 치열했고 국민의당은 7.8%였다. 50대는 새누리당 43.0%, 더민주 18.2%, 국민의당 7.5% 등이었고, 60대 이상도 새누리당 59.7%, 더민주 7.0%, 국민의당 4.9% 등이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당은 기존 정당들과 차별화된 정책과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양당 구도에 염증을 느꼈던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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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과정 평가는 모두 낙제점이번 조사에서 '최근 각 정당의 공천 과정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을 한 결과, 모든 정당에 대해 부정 평가가 높았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가 51.8%, '잘하고 있다'가 33.0%였다. 더민주는 '잘못하고 있다' 48.6%, '잘하고 있다' 32.8%였다. 국민의당도 '잘못하고 있다' 49.3%, '잘하고 있다' 15.1%였다.
각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매우 진보'(0점), '중도'(5점), '매우 보수'(10점) 등 0에서 10 사이의 점수로 평가한 결과에선 새누리당(7.27점)이 가장 보수적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4.21점)과 더민주(4.05점)는 다소 진보 쪽으로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당이 '중도'를 표방했지만 유권자들은 더민주와 이념적 정체성 면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응답자가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평가한 결과는 중도층(42.4%), 보수층(27.2%), 진보층(21.6%) 등의 순이었다. 유권자들의 이념 성향 평점도 5.32점으로 '중도'에 가까웠다. 유권자들의 평균적인 이념 성향은 국민의당과 가장 가까웠지만 중도층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27.1%)과 더민주(23.4%)에 이
어 국민의당(7.7%)이 3위에 그쳤다. 국민의당이 표방한 '중도 개혁'이 중도층의 표심을 자극하지 못한 것이다.
집 전화와 휴대전화를 병행한 RDD(임의번호걸기) 방식으로 실시한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2.3%다. 상세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