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B과장은 귀국후 퇴사를 했고, 팀장은 역시 해당 프로젝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음. 본 프로젝트는 온전히 본인이</p> <p>책임지고 진행을 하게 되었음. 공장이 대만에도 있었지만 중국에도 있었기 때문에, 대만 설치가 어느정도 진행이되면</p> <p>바로 중국으로 건너가서 중국 공장에도 셋업을 진행 해야 했음. </p> <p> </p> <p>프로그램쪽을 걱정했었으나, 이 회사는 좋은게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만 하면 나머지 업무는 모두 비전팀에서 진행해 주었음.</p> <p>결국 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의욕만 있으면 하루 죙일 프로그램만 보니, 뭐라도 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었달까?</p> <p>그래도 C#을 조금 이라도 해 보았고, 컴퓨터 공학부를 나오면서 완전히 기본이 없는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생각보다 할만했음.</p> <p> </p> <p>물론 본인이 해결하지 못해서 사장님의 도움을 받은 케이스가 딱 하나 있었음. </p> <p>제품을 검사 하려면 당연히 화면에 제품이 정확하게 가운데 딱 나와줘야 정상적인 판정이 가능 했는데 간혹 제품이</p> <p>화면 상단에 붙어서 검사를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었음. 복잡한 원리는 생략하고 간단히 설명하자면</p> <p>카메라는 라이브로 켜두고, 특정 영역을 프로그램이 보고 있다가 제품이 들어왔다고 판단이 되면 라이브로 찍던 이미지를</p> <p>차곡차곡 복사해서 프로그램에 옮겨오고 그걸 완료하면 프로그램 화면에 하나의 제품이 딱 나오는 원리였음. 그럼 그걸 가지고</p> <p>검사를 하는 방식.</p> <p> </p> <p>이게 5000장 정도에 1~2개씩 상단이 잘리거나 붙어서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고객사는 이 1~2개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였고</p> <p>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거임. 당시의 나로서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고, 1주일 정도 발버둥 치다가, 일찍이 포기하고</p> <p>회사에 지원 요청을 했음. 이로인해 사장님이 중국으로 날아오셨는데..첫날 현장에서 상황을 한번 보시고는 호텔로 복귀를 했음.</p> <p> </p> <p>호텔에 복귀하고, 사장님이 호출하셔서 사장님 방으로 갔는데.. 문을 노크하고 들어와~ 하시길래 들어가 봤더니</p> <p>왠 아빠 사각트렁크 팬티에, 흰색 후줄근한 난닝구를 입은 사장님이 앉아계셨음...ㅋㅋㅋ 항상 양복에 신사 이미지 셨는데 좀 깼음. ㅋㅋ</p> <p> </p> <p>사장님: 옆에 앉아봐.</p> <p> </p> <p>나: 넵</p> <p> </p> <p>그리고는 노트북을 펴서 프로그램을 보여주시며</p> <p> </p> <p>사장님: 지금 문제가 되는 파트가 어디있는지 알고있어?</p> <p> </p> <p>나: 넵. 이쪽이요.</p> <p> </p> <p>사장님: 그래 맞아. 그럼 이 코드의 역할이 뭔지 나한테 여기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해봐.</p> <p> </p> <p>그리고 종이와 펜을 주셨음.</p> <p> </p> <p>나: 네..그러니까 카메라는 라이브로 찍고 있고...예를들어 프로그램이 이쪽 영역을 스캔하고 있다가 제품이 들어오면 </p> <p>어두운 픽셀이 발생하니까...제품이 들어왔다고 판단을 해서...그 이미지를 복사해와서 프로그램 내부 버퍼(임시 저장공간)에 </p> <p>차곡차곡 쌓아요.</p> <p> </p> <p>사장님: 맞아. 근데 왜 알면서 해결을 못하지?</p> <p> </p> <p>나: 넵??</p> <p> </p> <p>사장님: 봐봐. 너가 그랬잖아. 제품이 들어왔다고 판단한다고. 지금 그 판단을 어떻게 하고있지 코드가?</p> <p> </p> <p>나: 음.. ROI(관심영역 이라고...사각형의 사용자가 그린 사각형 공간) 내부를 for문(반복문)을 통해서 픽셀들을 쫙 읽어요.</p> <p>그래서 만약 어두운 픽셀이 70% 이상이 되면...제품이 있다고 판단하고, 70% 이하면 제품이 없다고 판단을 합니다.</p> <p> </p> <p>사장님: 이거 너가 짠거니?</p> <p> </p> <p>나: 아니요. 책임님 들이 짜셨어요..</p> <p> </p> <p>사장님: 하아....너가 짜든 너가 짠게 아니든 그정도 파악을 했으면 뭐가 문제인지는 알아야지?</p> <p> </p> <p>나: 죄송합니다.</p> <p> </p> <p>사장님: 하긴. 너는 신입이니까. 그런데 있잖니. 실력은 직급을 가리지 않아. 실력이 뭐야? 문제의 핵심을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능력</p> <p>아니겠어? 이 코드를 봐라. 석사 출신 과장들도 코드를 이렇게 짠다. 왜? 판단 능력들이 떨어지는거야. 말했지. 실력엔 직급같은건 </p> <p>없다고.</p> <p> </p> <p>나: 네....</p> <p> </p> <p>사장님: 자. 그럼 다시 정리해보자. 제품이 있다 없다를 판단 하는 코드야. 그치? 70%에 모자라면 카메라 앞에 제품이 없는거야?</p> <p> </p> <p>나: 아...!!!</p> <p> </p> <p>사장님: 알겠어?</p> <p> </p> <p>나: 애초에 판단하는 컨셉 자체가 잘못 된거 같은데요...?</p> <p> </p> <p>사장님: 맞아. 원래 이 코드는 이런 컨셉이 아녔어. 왜냐면 내가 개발 했던 코드거든.</p> <p> </p> <p>나: (아....역시 과장들....니들이 짠건 뭐냐....).....</p> <p> </p> <p>사장님: 원래 코드는. 그냥 어두운 픽셀이 10개 이상만 되면 제품이 있다고 판단했어. 그렇다고 1~2개로 비교할 순 없고. </p> <p>간혹 조명이 튀거나, 노이즈 같은 픽셀이 발생해서 오작동을 할 수도 있거든. 10개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했어.</p> <p>이건 원래 내 코드를 과장들이 나름 멋지게 짜보려고 손을 댄거 같은데. 원래 목적을 망각하고 자기 만족에 빠지면 이런 불상사가 생겨.</p> <p> </p> <p>나: 와.....</p> <p> </p> <p>사장님: 너도 명심해. 너보다 직급이 높던, 아니던 간에 남이 짜놓은 코드에는 나름의 이유라는게 있는거야. 일단 뭘 만지기 전에</p> <p>남이 왜 이렇게 짰을까? 그 목적을 생각해봐. 그래서 그 목적이 잘못 되었다 판단이 된다면, 과감하게 버리고 너가 옳다고 판단되는</p> <p>새로운 코드를 짜. 지금처럼 남이 짜놓은 틀과 구조를 다 바꾸는건 겁이나. 근데 이 코드의 의도는 내 생각과 달라. 그렇게 남이 짜놓은</p> <p>베이스에 엉겨붙어서 이도 저도 아닌 코드를 만들게되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거야. 실력은 이런데서 판가름 나는거야.</p> <p> </p> <p>나: 명심...하겠습니다.</p> <p> </p> <p>그렇게 다음날 수정된 코드를 업데이트 하였고, 마치 거짓말처럼 상황은 해결되었음.</p> <p>이때 사장님께 들은 말은 지금도 내 뇌리에 깊이 각인 되어있고, 이 덕분에 나는 이 회사의 코드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p> <p>계기가 되었음. 아마 지금 내가 수준이 좀더 올라가는데 밑거름이 되어준 첫 경험 이었음.</p> <p>그날 이후로, 뭔가 일이 좀더 쉽고, 대응하기가 한결 편해졌음. </p> <p> </p> <p>신입의 입장에서 회사의 선배들이 짜놓은 코드를 받아서 업무하며, 나름 불합리 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이 보였으나 그래도 나 따위가...</p> <p>하는 생각에 싫든 좋든 선배들이 짜놓은 베이스에서 벗어나지 않게 코드를 수정하려고 해왔었음. 그런데 이 회사 보스의 태도를 본뒤론</p> <p>과감하게 수정하기 시작했음. 물론 과감한 도전 전에 기존 코드를 잘 백업해 두고, 언제든 원복 가능하도록 준비를 했음.</p> <p>딱히 문제가 없는날에는 괜히 업무 핑계로 내 실험적인 코드를 장비에다 적용해서 돌려보는 간뎅이 큰 짓도 서슴없이 했음.</p> <p>(담당자가 한눈 팔거나 자리에 없을때...) 그리고 실패하면 얼른 원복해 버리는... ㅋㅋㅋ 만약 생산 장비였으면 과감한 짓을 했다가</p> <p>큰 사고가 날 것이나, 다행이 이 장비는 검사 장비였기 때문에 해봤자 검사 실패 정도의 결과라...</p> <p>그리고 총 6대 라인이 들어갔고, 하루에 생산하는 라인은 2대씩 교대로 돌았기 때문에 내 테스트 코드는 현재 생산하지 않는 장비에 </p> <p>넣고 적용을 했음. </p> <p> </p> <p>이 프로젝트는 중국, 대만, 중간의 에이전트 업체, 그리고 우리회사 이렇게 4개 회사의 관계로 진행이 된 터라, 이래저래 계약상의</p> <p>문제로 대기하거나 지연되는 일이 많았음. 그러다보니 4개월 바라보던 프로젝트가 6개월 8개월... 지연되기 일쑤였음.</p> <p>그 지연되는 시간은 나에게는 이 프로그램과 장비를 익히기에 주옥과 같은 시간이 되어주었음. 하루종일 프로그램만 보고,</p> <p>이것저것 수정해서 직접 테스트 가능한 장비가 눈앞에 있었음. </p> <p> </p> <p>이 회사는 좋은게 해외 출장가면 토, 일 요일은 무조건 쉬었음. 야근도 없었음. 그리고 출장 기간이 MAX로 2개월을 넘기지 않았음.</p> <p>2개월을 초과한다면 바로 임시 교대 인원을 보내주었음. 와.. 진짜 프로그래머의 천국이랄까...? </p> <p>너무 신나게 공부해서 주말에도 새벽 4시까지 프로그램을 보며 즐겼음.</p> <p> </p> <p>그렇게 처음엔 무식하게 달달 외우던 코드로 실전 경험을 쌓고, 왠만한 함수와 변수들 이름과 몇번째 줄까지 외울만큼 익숙해질동안</p> <p>1년의 시간이 지나게 되었음..그리고 나는 주임으로 진급을 함.</p> <p> </p> <p>그리고 한국에 복귀하여 출근을 했는데, 우리팀에 새로운 직원이 왔음. </p> <p>키는 185~7cm 정도 되는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 (박서준 닮음)</p> <p> </p> <p>팀장님이 소개 해주셨음. "아 인사해. 새로온 k 주임이야~"</p> <p> </p> <p>처음 본 순간 알았음. 뭐랄까 전생에 인연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살면서 이런느낌을 받아본 사람이 있던가..</p> <p>이건.....나와 동류다.....!!! 같은 세상에 같은 시각으로 살고있는 사람의 눈빛.....!!!</p> <p> </p> <p>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