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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야 겠다는 리미트를 풀어놓고 출근을 하니 출근길이 가벼웠음.
한편으로는 와 내가 이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구나 생각도 하고.. 그날도 바쁜 사수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각각의 함수들, 그것들이 모여서 구성된 기능들을 보며 어떻게든 머릿속에 많이 넣어두고자 종이에 쓰기도 하면서 코드를 무식하게
달달 외우고 있었음.
이 프로젝트는 대만의 한 회사에서 의뢰된 검사 장비인데, 결국은 어느정도 완성이 되면 대만으로 가야하는 일이었음. 대만도 중국어를
사용하니까 어찌보면 나한테는 딱 알맞는 업무였달까..
그렇게 그날도 모두들 퇴근을 하고, 나름 공부하겠다고 남아서 책을 열심히 보고있는데, 또 사무실에 인기척이 들려 둘러보니
링컨과장이 자기 자리에서 부시럭 되고 있었음. 내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건너편에 링컨과장 자리가 보이는데 방향은 나를 등지고
있는 방향. 고개를 빼꼼히 들고 보니, 링컨과장 모니터는 불이 꺼져있었음. 검은 화면.... 프로그래머가 컴터 꺼놓고 무슨 할일이 있어서
야근을 하고 있는가.... 혹시 매번 나한테 한마디씩 찝쩍이기 위해서 저렇게 노력하며 쓸데없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싶었음.
역시 20분 정도 지나니 부시럭 부시럭 짐을 싸더니 내자리로 다가왔고, 나는 책과 책보며 만드는 예제코드들 보며 눈길도 주지않았음.
한참 내 등뒤에서 서있더니 역시나 그냥 가지 않았음.
링컨: oo씨. 혹시 그거 알아요?
나: 네? 어떤거요?
링컨: 이거는 우리회사 뿐만이 아니라,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원리인데..알면 도움이 좀 될거에요.
나: 아. 그래요? 어떤건데요?
링컨: (조용히 내 귀에 다가와 귓속말로...) 우리나라는.....있잖아...일을 겁나게 못하는 사람들이 야근을 많이해....
나: ?? 아. 그렇군요.
링컨: 내가 쭉 지켜보니, oo씨는 맨날 야근을 하더라고. 꼭 일 겁나 못하는거 티내듯이...흐흐..
나: 아~ ㅎㅎ 근데 저는 일을 마무리 못해서 야근중인게 아니라, 신입이라서 부족한 공부를 하고있는 거거든요.
아!!!ㅋㅋㅋㅋ 그래서 링컨과장님이 매번 야근을 하고 계신거군요? ㅎㅎ 일을 겁나게 못해서!? ㅎㅎ
링컨과장은 매번 한마디씩 던질때마다 이등병마냥 네!? 네!? 만 하던 친구가 능글능글 받아치니 살짝 당황한듯 했음.
그리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섬주섬 가방들고 퇴근을 했음. ㅎㅎㅎ 아~ 보통 파이터라면 뭐임마? 하면서 덤빌법도 한데
당황해서 도망가는거 보니, 파이터 타입은 아니구나~. 제발 이제는 재미없을테니 그쯤하고 각자 인생 살자...
그일 이후로 링컨과장이 다가오는 횟수가 상당히 줄어들었음. 그리고 노골적으로 상대안한다는 내 단호한 태도에 좀 어려워 하는거
같기도 하였음. 그리고 어느날...
연구소장님이 프로그램팀 다 모여서 회식하자고 하셨음. 이 회사는 좋은게 한달에 한번씩 꼭 회식을 했고, 재밌는건
여기 프로그래머들 대부분이 술을 별로 안좋아 했음. 물론 호탕한 내 사수나, 몇몇 과장들은 부어라 마셔라 하고 놀지만,
팀장급이나 연구소장님은 술을 안드시는 분들이라, 절대 술을 권하지 않았고. 맛난거 시켜서 배터지게 먹고 일찍 집에 들어갔음. 2차 갈
사람들은 자기들 끼리 따로 가는거고. 문화가 참 좋았음.
그날은 횟집에서 회식을 했는데, 연구소장님이 나에게 말을 거셨음.
연구소장님: oo이. 요즘 할만한가? 대만가는 프로젝트 서포트하고 있다던데? 잘됬네. 의도한건 아닌데 어떻게 딱 본인한테 맞는
프로젝트가 걸렸어~
나: 네. 저도 기대됩니다. 열심히 해야죠.
연구소장님: 저번에 들어보니까 가끔 중국어로 전화통화도 하던데~ 내가 보니까 우리 영업부장보다 훨씬 잘하는거 같더라고.
뭐랄까 중국어 성조지? 그 성조가 들쭉날쭉 유창하게 잘 하더라고~ 중국어 배울때 성조 때문에 많이 애먹는다고 하던데 어떻게
그렇게 잘해?
나: 어...음..저는 중국에서 말할때 한번도 성조를 신경쓴 적이 없었어요.. 그냥 주변에서 들리는 대로, 저한테 말 거는대로 앵무새 마냥
따라 말했거든요. 그리고 설령 성조가 틀리더라도 뭐 어차피 중국인들이야 다 알아들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경 전혀 안썼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국어 배울때, 안그래도 단어 외우고 문법생각하고 머리아픈데 거기에 성조까지 신경쓰게되면
중국어 재미가 없어서 못 배울거 같아요. ㅎㅎ
그리고, 다른사람보다 빠르게 익힌건 아마도 잠깐이지만 여자친구도 사귀었거든요. 한번 싸울때 마다 말이 딸려서 머릿속에 있던말도
못하고 박살나는데, 억울해서 잠도 못자요 ㅎㅎ 그렇게 한번씩 싸워서 발릴때마다 신기하게 중국어가 한단계씩 쭉쭉 오르더라구요 ㅎㅎ
연구소장님: 오~ 여자친구?
나: 네. 아마 가끔 통화하던게 전 여자친구랑 하는걸 들으신거 같아요. 중국여자들은 드세지만, 또 뭐랄까 되게 쿨해서... 헤어졌는데도
친구처럼 연락이 오더라구요. 그냥 어떻게 지내냐. 안부정도 물어보면서...ㅎ
연구소장님: 혹시 사진 있나? 한번 보여줄수 있어? ㅎㅎ
나: 아마 예전 앨범에 있을텐데...잠시만요........자.. 여기요.
연구 소장님: 예쁜데!? 어이 메가통 팀장. 이거 봐봐. 연예인이야? 왜이리 예뻐??
메가통 팀장: oo. 기술 좋은데? 뭐야 비결이 뭐야?
그때 술먹던 과장들도 뭔데 뭔데 하면서 몰려와서 막 흥분했음. 너는 평생 소원 다 이룬거다 하면서..
나: 아...그 백화점 큰데 가면 1층에 향수매장이랑 화장품 매장 있잖아요. 거기서 일하던 친구에요. 거기 아가씨들 대부분 예쁘잖아요..ㅎ
그때는 한창 별에서온 그대 때문에 한국남자 버프가 좀 있었고, 한국인이 중국어 하니까 신기해서 거부감이 없었을거 같기도 하구요.
이래저래 운이 좋아서 번따 했는데 얻어걸린거죠...ㅎㅎ
그리고 각자 어느정도 배도 채우고, 어느정도 휴식시간. 신기하게 프로그램팀에서는 담배피는 사람이 딱 3명밖에 없었음.
우리팀에 A선임, 다른팀에 과장한분. 그리고 나. A선임은 부산에 있어서 회식때 없었고, 다른 과장한분은 부어라 마셔라 쪽이라서
다른 과장들과 한창 마시는 중이었고. 나는 조용히 혼자 밖에나와 담배를 피고 있었음.
근데 링컨 과장이 조용히 따라 나오는거임....뭐야..왜왜?? 왜 따라 나오는데??
괜히 눈마주치면 쓸데없는 소리 하니까, 아얘 뒤도 안돌아보고 먼산 보면서 담배피고 있는데, 링컨은 굳이 나를 불렀음.
링컨: oo씨.
나: ? 아 과장님 나오셨어요? 담배도 안피시는데 왜 나오셨어요? ㅎㅎ
링컨: 그냥 바람이나 쐘까 해서.
나: 아 네. 그렇군요. 담배냄새 날테니까 저는 저쪽에 가서 피겠습니다.
얼른 거리를 벌리고 도망갔는데. 어휴 이새끼...결국은 따라왔음...
링컨: oo씨. 아까 소장님이랑 얘기하는거 들었는데. 진짜야?
나: 어떤...?
링컨: 중국 여자친구 말이야. 어떻게 만난거야?
나: (도대체...니 인생에 내가 누굴 만나든 어떻게 만나든 뭔 상관이냐....) 음...백화점 앞에서 기다렸다가 아가씨들 우르르 퇴근할때
가서 혹시 실례지만 너무 예뻐서 그런데 같이 식사라도 할수 있냐 들이대 본거죠..ㅎㅎ
링컨: 아니야. 아니지. 이제는 솔직하게 말해보자. 그 아가씨 KTV 공주지??
(KTV란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노래방을 의미하는데, KTV 공주라는건....뭐 우리나라로 따지면 노래방 도우미 같은걸 의미)
나: .....!?!? 아니 과장님. 도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헤어졌던 친구라도 저한테 밥도 많이 사주고, 여행도 시켜주고, 선물도 많이해준
저한테는 소중한 친구인데. 왜 아무 관계없는 과장님이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무슨 창녀 취급을 합니까? 상당히 기분 나쁘네요.
링컨: 아 그래...그렇지. 기분나빴으면 미안. 너무 예뻐서 그랬나봐. 알았어.
그리고 또 그냥 휙 들어갔음. 아오 저새끼 진짜 선넘네....내가 바로 박살내지 못한 이유는, 목격자가 없었음. 막말로 크게 싸우고 나면
현장에 없던 사람들한테 아무리 내용을 말해도 에이 설마? 그정돈 아니지 할 것이고, 문제는 나는 아직 1년도 안된 신입이고, 링컨은
4년정도 다닌 과장이었음. 1년따리 신입 말보단 그래도 같이 일도하고 업무도 많이하는 과장말이 더 신뢰가 갈수밖에...
그렇게 또 일상이 시작되었음. 이놈은 한번씩 찝쩍일때마다 사람이 없는 상황에만 귀신같이 타이밍잡고 훅 치고 들어왔음.
그래서 기다렸음. 언젠가는 방심을 할 것이다. 제 3자가 낀 자리 앞에서 분명이 실수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음. 점심시간에 나와 팀장 둘이서 밥먹으러 갔는데 링컨이 또 따라온거임. 지네팀들 놔두고 왜 자꾸...
이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메가통 팀장은 눈치가 없는 실없는 아저씨 타입임. 뭐 앞에서 뭔일이 일어나도 응? 그랬어? 하는 타입이라
링컨이 보기에도 좀 만만했던 모양..
그렇게 셋이서 식사를 하는데, 다들 아무말도 안했고 밥만 열심히 먹고있었는데... 조용한 분위기가 불편했던지 링컨과장이
슬쩍 대화를 시도했음. 근데 너무 뜬금없이....
링컨: 아. 팀장님. 저번 회식때 말이죠.
팀장: 응? 뭐?
링컨: oo씨. 뭐랬더라? 그 여자친구가 안마방에서 만났다고 했던가?
그말과 동시에 나는 식당이 떠나가도록 젓가락을 탁자에 꽝!!! 하고 침.
왜냐면.. 이새끼는 내가 어떤 대답을 하든 슬쩍 넘기려고 할테니 애초에 말 돌릴 틈도없을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음.
식당 사람들 다 놀래고, 모두들 정적.
나: 팀장님. 죄송하지만 실수한번 하겠습니다.
팀장: 응? 응...왜그러지?
나: 만약에요. 모르는 사람이 팀장님 와이프분을 노래방 보도나, 안마방 여자 취급하면 기분이 좋을것 같습니까?
팀장: 어..응. 아니지. 기분 나쁘지.
나: 그런데 왜 링컨과장이 제 여자친구를 안마방에서 만났냐 이런소리 하는데 가만히 계시는거에요?
팀장: 어? 그랬나? 내가 자세히 듣지는 못해서...
나: 링컨과장. 왜 당신이 남에 여자친구를 KTV니 안마니 해가며 가지고 노는건데?
링컨: 어...아니...나는 그냥 농담인데.
나: 당신 33살 아냐? 나보다 4살이다 더 처먹고 할말 안할말 구분 못해? 미쳤냐?
링컨: 아니...나는...
나: 야. 회사는 그냥 회사야. 학교나 군대면 선후배니, 선임이니 후임이니 지켜야할 선이 있어.
여기 학교나 군대 아냐. 막말로 퇴근후에는 우리는 남남이라고. 퇴근길에 개쳐맞듯이 쳐맞으면 너나 내 회사 생활이 변하냐?
왜 그나이 쳐먹고 세상무서운줄 몰라?
팀장: 어..oo야. 화내는건 알겠는데..너무 나가는거 아닌가 싶다..
나: 야. 새끼야. 사과해.
링컨: .....(시선을 어디 둘지 몰라서 눈알이 데굴데굴...)
나: 야. 사과 하라고.
팀장: 사과해라 링컨과장.
링컨: 미안합니다..
나: 야. 야야. 뭐해 아저씨야. 내눈 보라고. 야. 고개들어. 눈 보라고.
그때 링컨눈이 볼만 했음. 눈을 마주보는데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흔들 무슨 시계불알마냥 덜덜덜...
나: 죄.송.합.니.다. 따라해.
링컨: ...죄송합니다.
나: 야. 안들려 크게 또박또박 말하라고.
링컨: 죄송합니다.
나: 잘해라. 지켜본다. 그리고 팀장님. 죄송합니다. 이번 한번이면 모르겠는데, 벌써 여러차례 사람들 없을때 저한테 이렇게
시비 걸었거든요. 간땡이가 커지니까 감히 팀장님 앞에서도 저러네요. 저도 좋지않은 모습 보여드려 죄송합니다만, 남자라면
이럴때 참을순 없는거죠. 이해 부탁드립니다.
팀장: 어..음..그래.
그리고 퇴근시간. 오늘도 과연 링컨과장이 야근할까? 하면서 지켜보는데 후다닥 짐을 싸고있었음.
링컨과장 자리로 가서 살포시 어께동무 하며 속삭였음.
나: 야. 집가지 말고 남아라.
빈 사무실.. CCTV없는 회의실로 데려가서 모가지를 그러쥐었음.
나: 야. 너 보니까 밥 겁나게 늦게 쳐먹더라? 다른사람들 다 너 기다리는거 생각은 하냐? 이 이기적인 새끼야.
링컨:.....
나: 너 앞으로 나랑 밥먹는거다. 내가 먹는 속도보다 빨리 처먹어라. 남기면 뒈지는거고. 이거 우리 군대 있을때 선임들이 자주 하던거거든?
나는 후임들한테 안써먹어서 아주 약간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너한테 써먹을라고 그랬나보다야.
나: 빨리 먹자 앞으로?
링컨: (끄덕)...
그뒤로 회사사람들이 오해하듯 정.친.구 마냥 점심시간엔 항상 같이 다녔음. 우리 회사는 정해진 식당이 아니고, 여러 근처 식당들이랑
계약해서 명부에 이름쓰고 먹기 때문에, 구석진 식당에 가면 회사 직원들이 거의 없었음.
늘 구석진 식당 데리고 다니면서 밥먹이면서 갈궜음. 빨리드세요. 우리 약속한거 있지않나? 빨리빨리.
링컨: 저. 나 약국좀 다녀오면 안될까?
나: 어이구. 그런걸 허락맡고 다닙니까? 알아서 하셔요.
보니까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먹었음. 그래. 앞으로 퇴사할때까지 점심때마다 소화제 사먹게 만들어주마. 다짐했는데
왠걸 3주정도 지난 어느날. 퇴근하고 카톡이 왔음.
링컨과장이었는데, 내용인즉 너한테 그랬던거 사과한다. 자기가 도가 지나친거 같다. 근데 너도 매번 사람들 없을때 나한테 반말하고
밥 빨리먹으라고 강요하고 하는건 아닌거 같다. 이제라도 서로 잘 풀었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이었음.
나는 답장했음.
나: 네!? 과장님 무슨말씀 하시는 거에요? 문자 잘못 보내신거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링컨과장을 불러서 말했음.
나: 야. 내가 병신같냐? 내가 거기서 아. 네. 저도 좀 심했습니다. 아니면 앞으로 잘 지내보자. 뭐 그럴줄 알았냐?
니가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뭐 증거 남기기 이런거야? 내 답장 가지고 회사에 이새끼가 저한테 그랬어요 할라고?
뭐 안그럴수도 있는데. 나는 세상 사람들이 다 나같은 또라이로 보이거든? 그래서 겁이나서 못건드려.
나 조심성 되게 많거든. 오해한거면 미안한데. 나는 너한테 이미 레이더 박아놨어. 짱구 굴리지 마라.
링컨: .....
그리고 몇일뒤 링컨과장은 치가 떨렸는지 조용히 퇴사하였음..
1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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