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대학 3학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대학 동기 대부분은 지방에서 올라온 유학생들이었습니다.
그 날 밤도 한 친구 녀석 자취방에 모여 키득거리며 티비를 보고 있었드랬죠
밤 11시가 가까워오자 폭풍처럼 밀려오는 공복감...
남자 셋이 합쳐 만원 2장이 나오더군요.
후라이드 치킨 만 5천원 짜리를 주문하고
내심 '언제 배달 아저씨가 오나~' 창문 쪽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야심한 시간, 원룸촌 골목을 내달리는 오토바이 한 대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는 그 오토바이가 자취방 집 앞에 멈춰서기를 기대했죠.
드디어! 끼익~~!
오토바이는 멈췄고 문 밖에서 계단을 힘차게 뛰어오르는 남자의 발걸음이 들리더군요.
자취방 친구는 만원짜리 2장을 들고 마치 통닭집 아저씨를 끌어안을 기세로 달려나가더군요.
잠시 후, 방문이 끼익 열렸고, 우리는 부처의 미소로 친구를 맞이했죠.
그런데, 친구의 표정이 이상한 것입니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며 왠 커다란 까만 봉지를 들고 서 있는 것입니다.
제가 물었죠
"야. 뭐해. 얼른 먹자..내려놔..."
그 때 였어요.
친구가 말하길
"이상하네...분명히 만오천원인데, 왜 거스름돈을 2천원만 주지?"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겨우 각출해서 시킨 통닭인데, 거스름돈이 3천원이 부족하다니.
우리는 통닭 가격이 올랐나 싶어, 일단 그 커다란 비닐봉지를 급하게 풀어헤쳤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이게 왠...ㅋㅋㅋㅋ
까만 봉지 안에는 족발이 이쁘게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ㅋㅋㅋ
그 때 우린 깨달았죠.
아! 이건 우리가 주문한 후라이드 치킨이 아니고 분명 다른 집에서 주문한 건데
우리가 중간에 인터셉트를 한 것이다 라구요.
참고로 친구가 살던 자취집은 2층이고 3층은 하숙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 셋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3천원이 아깝지만 그냥 배고프니깐 족발을 먹을까? 아니면 족발을 반납 할까?
그런데, 어디서 주문한 건지도 몰라서 족발집에 전화를 걸 방법 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끼익~~!
또 다른 오토바이 한 대가 자취방에 멈춰서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셋은 그 순간 머리 속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이 것은 분명히 통닭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지금 당장 현금 2천원 밖에 없다.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야하지 발을 동동 굴리던 찰나!
자취방 친구 녀석이 갑자기 옷을 챙겨 입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당시 친구는 반바지에 목늘어난 흰 색 면티를 걸치고 있었죠
그러더니 까만 봉지를 질끈 동여매고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뛰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친구 방에서 빼꼼히 밖을 주시하고 있었죠.
위층에서 나지막하게 들리는 소리...
제 친구 : "똑똑똑"
3층사람 : 누구세요~ (그 쪽도 기다렸다는 듯한 목소리였습니다)
제 친구 : 족발이요~ !
3층사람 : (현관문이 끼익 열리더니), 여기요, 만 8천원.
제 친구 :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저희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는 정말 3층 계단을 3개씩 뛰어 내려와(왜냐, 챙피하니깐...)
통닭 아저씨가 2층으로 올라서는 소리를 듣고 다시 1층 현관으로 내달렸습니다.
잠시 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친구는 구수~한 통닭이 든 종이백을 흔들며 돌아왔습니다.
정말 그 친구의 모습은 방에 남아 숨직이던 저희 둘에겐 구세주로 비춰졌습니다.
그 날 밤은 그래서
참말로 유난히 후라이드 치킨이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