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안하는 분이 많겠지만
10년 취미생활한 제 결론으로는 35mm는 초보가 다루기 쉬운 렌즈는 아니라는 겁니다.
35mm가 간절히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미 초보티는 벗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이유인 즉.
35mm는 넓습니다.
엄청 넓진 않고
그냥 약간 넓습니다.
50mm가 실제 시점과 원근감이 비슷하다면..
35mm는 실제 시야와 면적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이건 그냥 제 견해)
하지만 사람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면
정말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사람이 인지하느냐...
는 절대로 아닙니다.
사람이 관심을 두고 보는 대상을 제외하면 거의 인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얕은 심도의 렌즈로 촬영된 결과물이 주는 느낌이
우리가 직접 보고 느꼈던 감정과 오히려 흡사하다는 느낌을 주곤 합니다.
35mm는 그걸 다 촬영해서 보여줘버립니다.
내가 신경쓰지 않고 있던 사물들도 함께 보여집니다.
슬슬...
내가 찍은 사진에
찍으려고 의도하지 않았던 대상들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35mm이상으로 넓은 렌즈의 F8로 촬영된 결과물은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나 찍는게 아니더군요.
35mm부터는 인물이 아니라
인물이 포함된 '상황'이 찍힙니다.
해서 지난 사진들 중 35미리로 찍은 사진이 굉장히 다수 임에도
개인적인 자세한 상황이 너무 많이 포함된 관계로 업로드는 거의 안하게 되고
사진에 속한 주인공들에게만 사진을 줍니다.
매우 친한 지인들을 담는 사진은 주로 35미리 혹은 그 보다 넓은 렌즈로 찍게 됩니다.
왜냐면 그 상황도 함께 남기고 싶으니까요.
그리고 35미리로 찍은 사진은 찍힌 당사자를 잘 아는 사람들이 되어야
사진을 보고 공감을 하기 시작합니다.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그냥
불필요한 것이 많이 찍힌 사진에 불과할 수 밖에요..
때문에 사진을 하던 초창기 동아리를 찍어야 했기에
당시의 주력렌즈는 20mm(35환산 30미리)와 30mm였습니다.
사진을 담으며
사진속 주인공 뿐만 아닌 주변 상황들도 함께 담아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35mm이상 화각의 렌즈입니다.
제 바로 앞에서 자주 문제를 물어보는 학생입니다.
교실, 학생, 책, 핸드폰, 옆친구.. 바로 앞에서 찍었어도 화각에 들어옵니다.
이왕 찍을거 살찍 의자를 뒤로 해봤습니다.
여전히 편한 대화가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바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남학생들도 담아 봅니다.
학원 규칙이 보이고, 책장에는 핀테스트 종이도 보입니다.
바로 뒤의 창이 역광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안에 담긴 작은 하나하나가
이 사진속 주인공들에게는 추억의 소재거리가 됩니다.
필통, 연필, 폰, 배경속에 희미한 책들마저
주인공들은 식별이 가능하기에
그 모든게 스토리가 됩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준 결과
계획된 일정을 돌파하여 목표달성을 했기에 수업참여자 전원을 대리고 담양에 놀러갔습니다.
평일인데다 오전 일찍이기에 담양에 아무도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기에 교복도 모두 다릅니다.
방학이지만... 졸업기념?할겸 모두 교복을 입고 왔더군요
동룝니다.
뽑기에서 이것 저것 뽑아달라고 하고 있지만
가볍게 쌩까고 사진만 묵묵히 찍고 저는 튑니다.
학교 이름도 보이고
심지어 잘 보면 오른쪽 끝에 공사중 철제 칸막이가 보입니다.
급식실 공사중인 추억도 함께? 담깁니다.
주민들이 철거하라고 시위중인 송전탑도 보이고
이제는 완공된 아파트의 공사중 모습도 보입니다.
고기랑 손만 찍힌게 아니라
뒤에 다른 반찬도 찍힙니다.
사실 음식사진에 35미리는 좋은 화각은 아닙니다.
왜곡때문에..
주인공을 부각해 찍으면서 배경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35미리
이건 아마 찍고 크롭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