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중단, 가슴이 아픕니다
희대의 X년 때문에 울화통이 치밉니다
그러나 이제는 실망에서 벗어나서 냉철하게 분석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절망할 여유가 없으니까요
제가 며칠간 필리버스터 중단과 표심의 영향을 나름 정리해보았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야권에 크게 지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1. 지지층의 이탈 경로
더민주에 실망한 지지자들은 표가 이탈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디로 이탈할까요?
국민의당? 새누리당?
이번에 필리버스터를 적극 지지한 사람들의 표는 왼쪽으로 이동합니다
정의당, 녹색당, 혹은 노동당으로 가겠지요
이것은 범야권의 표이기 때문에 야권연대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절대 여권으로 향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무당층 지지자들은 이번 필리버스터에 고개만 끄덕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이번 필리버스터는 단지 안 좋은 법에 맞선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어차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자들은 적극적으로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당장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당내갈등이나 지도부의 독선같은 것들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실제로 무당층은 종편에도 관심이 없는 자들입니다
이번 중단은 더민주의 입장에서는 - 일지 몰라만, 범야권의 입장에서는 손실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필리버스터의 목적 달성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사람들조차도 필리버스터로 심판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알리고 싶었던 겁니다
이 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언론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는지...
정작 우리조차도 야권이 약하다고만 했지 이 정도로 훌륭하다는 생각을 가지지는 못 했잖아요?
게다가 이번 필리버스터로 인해 김광진, 은수미를 비롯해 숨겨져 있던 엄청난 보물들을 발견했습니다
이 필리버스터로 인해 얻은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이제 헤비 입털러들이 대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습니다
술 마시고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독재와 대테러방지법을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이제 대테러방지법으로 종북 소리를 들을 일은 없어졌습니다
필리버스터는 이번 총선에서 하나의 보조무기이지, 최종무기가 아니었습니다
3. 안보보다는 민생
제가 반응을 확인해봤을 때는 필리버스터는 결집의 효과를 극대화시켰지만 외연확장은 어려웠습니다
늘 좋아요를 누르던 사람들만 눌렀고, 늘 트윗을 하는 사람들만 격렬히 지지했습니다
물론 길게 갔으면 더 반응이 있었겠지요
여기에서 총선의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지만 리스크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대테러방지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누리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야권에 유리합니다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오유를 시작하면서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은 유권자는 먹고사는 문제에 확실하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확실히 우민화되었습니다
종편과 기성언론들의 편파성은 도를 넘어섰습니다
그런 우민화 상태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은 오직 생존의 문제입니다
먹고사는 문제만이 중도층을 자극시킬 겁니다
4. 북풍은 이제 절대로 먹히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의 북풍은 없습니다
안보를 이야기하는 것에 사람들은 질려 버렸습니다
개성공단에 이어 대테러방지법까지 너무나 시끄러웠습니다
더민주가 먹고사는 문제에 열중하는데, 새누리가 북풍을 이야기한다면 사람들은 더민주를 지지할 것입니다
새누리는 유권자들에게 "저것들은 또 시작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입니다
김종인이 역정을 내면서 "경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 라는 말만 해주어도 새누리는 폭망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더민주는 경제를 이야기하고, 새누리는 안보를 이야기할 때에 사람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이제는 정말 먹고사는 문제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5. 박영선만 조지자
우리가 필리버스터의 중단에 화가 난 이유는 무엇보다도 소통의 부재입니다
만약 이종걸이 의총을 열어 제대로 대화를 하고, 김광진, 은수미 의원 등이 트윗으로 언지를 해 주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겁니다
박영선이 기사를 흘리지만 않았다면, 필리버스터에서 눈물을 흘리며 빼애애액!! 거리지만 않았더라면 정말 멋진 마무리였을 겁니다
그러나 김종인이 과감히 박영선을 털어내지 못 한다면, 이 앙금은 가라앉지 않겠지요
만약 이것으로 박영선을 떨군다면 지도부는 힘을 받을 것이고,
박영선이 살아남는다면 당내 갈등은 봉합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김종인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있어 엄청난 축제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역시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슬픕니다
하지만 총선을 앞에 두고서 좌절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절망할 여유가 없으니까요
1년 뒤 권리당원의 힘으로 정당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는 분하고 화가 나더라도 참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혐오보다는 참여로 분노를 표출해야 합니다
우리 의원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습니다
그들의 열띤 전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투표로 보답합시다
우리 손으로 세상을 바꿔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