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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7714
    작성자 : 정글은맑음
    추천 : 11
    조회수 : 2234
    IP : 182.172.***.170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4/05/11 04:20:56
    http://todayhumor.com/?panic_67714 모바일
    속임수
    오랜만에 황금휴무를 맞아
    시골 큰집에 벌초 겸 인사드리러 갔다.






    간만에 온 식구들이 다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하고있었다.





    황금 휴무라 출발 전 날도 아버지와 술 한잔 걸치고
    오늘 새벽부터 4시간 정도의 거리를 운전한다고 피로가 많이 쌓여있는데,





    우리 친척들이 워낙 많은편이라
    시끌벅적하고 분위기가 좋아서
    도저히 한숨 잘 수 있는 짬이 나질 않았다


    게다가 나는 미혼녀임에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아기를 돌볼줄알아서
    둘째고모의 아기는 또 고정적으로
    내 무릎에 앉혀져있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요 몇년사이 출산한 고모들이 더러 있어 애기들 울음소리도 한몫했다.
    (고모만해도 여섯명)




    식구들이 올해도 시집안가나며 달달볶아 급격히 스트레스까지 더해지자 더욱 더 잠이 필요했다.
    '아 머리야..'



    나는 조금이라도 자고 싶었고
    빈 방이 있는 지
    확인하러 다녔다.






    우리 큰집은 방이 화장실 두 곳을 포함하지 않아도 총7개이다.
    친인척이 워낙 많은데다가
    찾아뵙는 빈도가 구지 명절이 아니더라도 많다.





    게다가

    새로 태어난 식구들이 자꾸 생기니
    모든 식구들이 돈을 조금씩 보태서
    4년전에 확장 공사를 들어가
    평 수 하나는 기막히게 넓어졌다.
    (물론 보태지 않은 친척도 더러 있었다)



    오.


    유일하게 집안어른들과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닿지않는 빈 방을 찾았다.





    가벼운 이부자리를 펴고
    눕자마자
    하아아 -
    라는 탄식이나왔다.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푸념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서른을 넘어서..
    시집을 가야하는데..




    잘되고 있는 남자가 있긴하지만
    결혼 대상으로는 많이 고민된다.
    외모도 출중하고 사랑하는데
    재력이 부족해서 현실적인
    미래계획이 불확실했다....



    요즈음 결혼비용도 장난아닌데..
    휴....우.....




    ...





    ...





    그새 잠들었나보다.

    간질간질거려서 깨보니

    왠 애기가 내 무릎에서 놀고있다.

    뭉툭한 코와 눈썹이 별로 없는 것보니 작년 초에 출산한 넷째 고모의 아기가 틀림없다



    짜식 고모닮아 못난이라도
    애기는 역시 귀엽네,

    라는 생각도 잠시뿐.....




    갑자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서

    급하게 '고모!! 고모!!'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거실쪽은
    고요했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어? 벌초 갔어야 할 시간인데..?'




    아무래도 내가 항상 운전을 도맡아했으니 피곤한 사정을 이번에도 알아서 그냥 자는거 냅두고
    고모 애기를 맡겨놓고 갔나보다.


    다 좋은데... 내가 보모도 아니고 매번 참...



    하긴 올때마다 이런적이 더러 있었으니까...





    이제 애기랑 놀아줘야만 했다...
    차라리 깨워서 벌초를 데리고 가지..





    참고로 애기울음이 제일 질색이다...




    그래서
    애기와 마주보고 
    하는것이 일명 '도리도리'
    애기들이 이거에 껌뻑죽는다






    ' 도리도리도리... 왼쪽! '



    내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
    애기도 왼쪽으로 따라서
    휙- 돌리더니 꺄르르 하며 좋아한다




    '도리도리도리... 오른쪽!'



    이렇게 계속 5분을 했다...
    애기들이란...참... 단순해서 할때마다
    새롭고 재밌는가보다
    슬슬 목이 뻐근해오기 시작했다



    '도리도리.....왼쪽!'



    꺄르르



    '도리도리도리도리 오른쪽'



    꺄르르르르르르르르르ㅡ




    잘 따라하는데~




    ' 도리도리도리도리~

    오른쪽 ! '





    엇,

    모르고 오른쪽이라 말해놓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애기는 여태 말귀는 못 알아들으면서
    내가 고개를 돌리는 방향을
    따라했나보다.





    그런데
    난 그때 이상한 걸 느꼈다.



    나와 애기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





    아기 뒤에 있는
    거울속의 애기만 ,
    오른쪽을 돌린 채 당황한 표정으로
    굳어서 내 눈치를 보는

    낯설은 놈의, 얼굴을 보았다












    아차, 우리 넷째고모 .. 


    이번 명절때 안왔는데.









    누구니?

    정글은맑음의 꼬릿말입니다
    출처 :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이야기보따리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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