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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7666
    작성자 : Expiation
    추천 : 45
    조회수 : 7389
    IP : 27.100.***.233
    댓글 : 23개
    등록시간 : 2014/05/09 12:24:38
    http://todayhumor.com/?panic_67666 모바일
    슬프도록무서운 '공병 줍는 아저씨'
     작은 집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작은 동네가 있었어요. 남은 판자를 이어 만든 집, 기울어져 가는 지붕들끼리 서로 격려하 듯 기대서서 지탱하고 있는 집. 어느 것 하나 멀쩡해 보이는 집이 없었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모여서 살았어요. 다른 동네 사람들은 그 곳을 '정다운 마을' 이라고 불렀어요.









     









     달그락- 달그락-

















     수레차를 끄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리저리 꽈여 있는 골목 곳곳마다 수레차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골목 모퉁이에서 그 모습이 나타났어요. 바로 공병 줍는 아저씨였어요. 아저씨는 이른 새벽부터 수레를 끌고 다니며 공병을 주웠어요.









     사실 아저씨네는 예쁜 아내와 귀여운 아들이 있었어요. 남들처럼 따뜻한 밥과 멋진 옷을 입고 다니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화목한 가정이었어요.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에 아내가 죽었어요. 그 이후로 아저씨는 공병을 주으며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었어요.

















     쨍그랑- 쨍그랑-

















     수레에 실은 공병끼리 부딪히는 소리에요. 소리는 동네의 아침을 깨우는 종소리 같은 존재였어요. 아니나 다를까 철컥 하고 대문이 열리더니 한 아줌마가 나왔어요. 아줌마는 크게 하품을 하고는 아저씨를 향해 인사했어요.

















     "어머, 안녕하세요. 오늘도 일찍이시네요."

















     "예에. 안녕하세요. 매일 부지런히 일해야죠. 다음 주가 우리 아들내미 생일이거든요. 그 날 만큼은 고기를 먹여줘야 내 마음이 놓이겠어요."

















     아줌마는 측은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더니 빈 병 몇 개를 들고 나왔어요.

















     "여기 몇 개 있어요. 그래도 조금은 쉬면서 일하세요. 병 나시면 어쩔려고."

















     아저씨는 수레를 내려놓고 병을 받았어요.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하고 다시 수레를 이끌고 골목길을 떠났어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저씨,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쨍그랑 소리를 내며 골목길을 지나갈 때 마다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대문 밖으로 나와 인사를 건냈어요. 아저씨는 환하게 웃으며 일일이 응대해 주었어요.









     한참을 공병 주으며 돌아다니다가 놀이터를 발견했어요. 모래밭에는 먹다 버린 과자봉지를 비롯해서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었어요. 아저씨는 장갑을 끼고 안으로 들어가 빈 병들을 찾아 헤집어 다녔어요.









     근처에 교복을 입은 학생 서너명이 있었어요. 서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저씨를 발견했어요. 그러자 한 명이 무언가를 속삭였어요. 학생들은 일어나 아저씨에게 다가왔어요. 제일 덩치가 큰 학생이 말했어요.

















     "아저씨! 여기서 뭐하세요?"

















     아저씨는 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조용히 모래밭을 헤집었어요.

















     "아니, 지금 뭐하고 계시냐니까?"

















     학생이 아저씨에게 발로 모래를 뿌렸어요. 아저씨는 손으로 모래를 털고 학생들을 피해 옆으로 갔어요.

















     "와, 이 아저씨 진짜 웃긴 아저씨네."

















     학생들은 아저씨가 모아 둔 공병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발로 밟기 시작했어요. 보다 못한 아저씨는 학생들에게 소리쳤어요.

















     "이 학생들이... 왜 이러는거야?"

















     학생들은 하던 짓을 멈췄어요. 그리고 아까 그 학생이 아저씨에게 걸어와 발로 찼어요.

















     "에구구."

















     아저씨는 중심을 잃고 모래밭에 넘어졌어요.

















     "그러게 왜 사람 말을 씹어? 어?"

















     뒤에 있던 학생들도 아저씨에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발로 밟기 시작했어요. 아저씨는 몸을 웅크리며 그만하라고 외쳤지만 학생들은 멈추지 않고 웃기만 했어요.









     멀리서 지나가던 동네 아줌마가 그 모습을 발견했어요.

















     "어머머! 공병 줍는 아저씨 아니야?"

















     화들짝 놀란 아줌마는 어서 가서 말리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학생들의 모습에 무서웠거든요. 학생들은 계속해서 아저씨를 밟았지만 아줌마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어요.

















     "야, 그만 가자. 재미없다."

















     그제서야 학생들은 발길질을 멈추고 돌아섰어요. 그리고 저마다 아저씨에게 침을 뱉고는 짧은 욕설과 함께 놀이터를 떠났어요. 동네 아줌마는 아저씨에게 조심조심 다가가려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어요.

















     '어머나. 어떻게 하지?'

















     아줌마는 아저씨와 학생들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학생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도망갔어요.

















     "끄윽..."

















     아저씨는 신음을 내며 입안에 들어간 모래들을 뱉어냈어요. 온 몸이 욱신거렸어요.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어요. 결국엔 모래밭에 파묻힌 채 한참을 누워있었어요.

































     아저씨는 비틀비틀 거리며 동네로 돌아왔어요. 놀이터에서의 일 때문에 오늘은 공병을 많이 주으지 못했어요. 여느 때 같았으면 수레에 가득 찬 공병 소리에 온 동네가 쨍그랑 하고 소란을 피웠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못했어요. 아저씨는 걷는 것 조차 힘들어 보일 정도로 힘겹게 수레를 끌고 있었어요.









     겨우 집에 도착한 아저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수레에 놓인 병들을 바닥에 옮겨놓고 있었어요. 그 때 한 아줌마가 다가왔어요. 아까 놀이터에 있던 아줌마였어요.

















     "아이고~ 아저씨 괜찮아요? 이를 어째."









     아저씨 온몸 구석구석 발자국과 멍이 가득했어요. 아저씨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어요. 그리고 마저 하던 일을 계속했어요.

















     "오늘은 그냥 집에 들어가서 쉬어요."

















     아줌마는 아저씨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는 죄책감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괘,괜찮아요. 아까 놀이터에서 나쁜 학생들을 만나서... 이거 원."

















     아저씨는 연신 괜찮다고 말했어요. 아줌마는 아까 놀이터에서의 일을 사실대로 고할까 하다가 입을 닫았어요. 괜히 그런 얘기를 하면 자신의 이미지가 나빠보였을까요? 아줌마는 대신에 위로의 말을 건냈어요.

















     "에휴. 그래도 일단 들어가서 쉬어요. 따뜻한 물로 좀 씻고."

















     "네네,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어요. 아줌마는 속이 뜨끔거려 서둘러 아저씨의 집을 나왔어요.









     

























     몇 일이 지나고 아저씨는 다시 공병을 주으러 다녔어요.

















     쨍그랑-

















     아저씨는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녔어요. 전봇대 밑에 버려진 병도, 하수구 구멍에 거꾸로 박혀있는 병도, 진흙더미속에 숨어 있는 병도. 아저씨는 힘든 내색 하나 않고 일일이 주워다녔어요.









     담장 밑에 버려진 병들을 주으고 있을 때, 담장 옆 현관문이 열리면서 할아버지가 나왔어요.









     









     "에이그, 병 나겠다. 병 나겠어."

















     할아버지가 혀를 끌끌차며 말했어요.

















     "하하, 괜찮습니다."

















     아저씨는 주운 병을 수레에 가져다 놓았어요.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이라 날이 무척이나 더웠어요. 아저씨의 이마에는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할아버지는 아저씨에게 잠시 있어보라고 손짓 하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물을 한 잔 들고 나왔어요.

















     "자. 이거라도 마시고 해."

















     아저씨는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물 컵을 받아들고 마셨어요. 새벽부터 쉬지 않고 일했던 터라 꿀 맛 처럼 느껴졌어요. 물 한컵을 금새 다 비우고 할아버지에게 건내 주었어요.

















     "저기, 할아버님. 잠시 화장실도 좀 써도 될까요? 배가 좀 아파서."

















     아저씨가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어요. 순간 할아버지는 두 팔을 벌리고 급하게 막아섰어요. 아저씨는 영문도 모른 채 물었어요.

















     "저, 무슨 문제라도?"

















     할아버지는 아저씨의 옷차림을 흘겨보았어요. 몇일 째 같은 옷을 입었는지 자켓은 너저분해 보였어요. 여기저기 실로 꿰맨 자국이며 진흙이며, 특히나 오랜 지하실에서 나는 악취가 아저씨에게서 느껴졌어요. 할아버지는 아저씨가 안으로 들어오는게 내심 꺼렸어요. 할아버지는 무슨 말을 해야할까 이리저리 생각하다 헛기침 한 번 하고는 말했어요.

















     "아,아니. 그게 말이야. 사실 요번에 화장실을 공사했어요. 그래서 지, 지금은 못 써."

















     할아버지의 말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아저씨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어요.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났어요. 다시 수레로 돌아온 아저씨는 수레를 들고 떠날 차비를 했어요.

















     "그, 그래. 다시 일하러 갈려고?"

















     "예에, 그래야죠. 물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좀 힘이 나네요. 할아버님 덕분에 오늘은 공병을 많이 주을 것 같습니다. 하하."

















     아저씨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감사하다고 여러 번 고개를 숙였어요.

















     "아니 뭐, 그런거 가지고. 아무튼 잘 가게나."

















     할아버지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어요. 아저씨는 수레를 들어올리고 그 집을 떠났어요.









     해가 산 중턱에 넘어갈 쯤 무렵이었어요. 어디서 한 아저씨가 나타나 공병 줍는 아저씨에게 다가왔어요.

















     "아이고, 이 양반아. 한참을 찾았네."

















     "무슨 일이시길래?"

















     꽤 멀리서 뛰어왔는지 아저씨는 숨을 헉헉댔어요. 근처 바닥에 놓여있는 바위 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어갔어요.

















     "댁 아들 있잖아. 동석이. 그 애가 학교에서 애들이랑 싸웠대라나."

















     "예? 우리 동석이가요?"

















     "그래. 댁네 집에는 전화기가 없어서 우리집으로 전화가 온 모양이야. 글쎄 동석이가 다른 애들을 많이 때렸대요. 아무튼 그 것 때문에 난리가 나서 담임 선생님이 나한테 동석이 아버지 더러 학교로 와달라고 전화를 했어."

















     "그럴리가. 동석이가 그런 애가 아닌데..."

















     "나야 자세히는 모르지. 아무튼 빨리 학교로 가봐."

























    *









     아저씨는 학교에는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어 겨우겨우 교무실을 찾고서는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선생님들의 책상이 나열되 있는 그 한가운데에 동석이와 친구들이 서있었어요. 앞에는 담임 선생님이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어요.









     









     "저..."

















     아저씨가 그 쪽으로 걸어가 말을 꺼냈어요. 인기척을 느낀 담임 선생님은 아저씨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막 병을 주으다 온 탓에 아저씨의 손은 먼지로 얼룩져 있었어요.

















     "저, 제가 동석이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아저씨는 악수를 건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아저씨의 손을 보고 모른 체 외면하고 말했어요.

















     "어디 계시다 오신건지 모르겠지만 학교에 오실거면 최소한 옷차림은 단정하게 하시고 오셔야죠."

















     아저씨는 자신의 옷을 내려다 보았어요. 곤색의 점퍼는 색이 바래 곳곳에 희끝한 얼룩들로 가득했고, 늘어진 바지에는 주름 사이사이로 진흙과 모래들이 묻어 있었어요. 그리고 아저씨가 걸어온 교무실 바닥은 진흙 발자국으로 더럽혀져 있었어요. 교무실에 있던 다른 선생님들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보았어요.

















     "죄송합니다. 급하게 연락 받고 오느라."

















     "그건 됐고. 얘기는 들으셨죠? 동석이가 친구들이랑 싸움이 붙었는데 얘가 친구들을 이 모습으로..."

















     "쟤들이 먼저 욕했어요!"

















     동석이가 끼어들어 말했어요.

















     "선생님 말씀하시는데 끼어들면 못 써!"

















     아저씨가 동석이에게 호통쳤어요. 동석이는 아저씨를 보며 울먹였어요.

















     "그, 그치만."

















     아저씨는 동석이의 시선을 외면한 체 선생님에게 말했어요.

















     "죄송합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그러니까, 동석이가 애들을 저렇게 다치게 만들어서. 애 부모님들한테도 아까 전화했었어요.어찌나 난리들을 치시던지. 제가 담임으로서 아이들이 사소한 장난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죄송하다고 몇 번이나 조아리며 사과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뭐 일단은 좋게 끝났습니다."

















     "아이고, 선생님 죄송합니다."

















     선생님은 아저씨와 동석이를 한 번씩 쳐다보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어요.

















     "제가 동석이 아버님을 부른건 다른게 아니라, 동석이가 말썽을 부려서 친구들이 다치고 반 분위기도 흐려놓고 그래서, 아버님이 집에서 따로 혼내주시고 잘 타일러 주십사 하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싸운건 먼저 쟤들이 시비를 걸었단 말이에요! 그리고 왜 우리 아빠만 여기까지 부르시는 건데요! 쟤들도 잘못했단 말이야!"

















     동석이가 울면서 말했어요. 아저씨는 동석이에게 다가가 손으로 등을 쳤어요. 가만히 있으라고 조용히 하라며 동석이의 어깨를 부여잡았어요. 그리고 선생님에게 말했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잘 얘기할게요.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라고! 쟤들이 먼저 욕했단 말이야. 거지새끼라고!"

















     "욘석이! 조용히하지 못해?"

















     아저씨는 다시 동석이의 등을 쳤어요. 동석이는 더 크게 울며 아저씨의 바지를 부여잡고 말했어요.

















     "거지라고 욕했단 말이야, 으앙. 쟤들도 같이 때렸는데 왜 나만 혼나야 돼? 왜 아빠만 학교에 불려오는 거냐고!"

















     동석이는 서럽게 울었어요. 아저씨는 동석이를 떼어놓았어요. 그리고 선생님께 허리를 숙였어요.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부모님들께는 따로 사과하겠습니다."

















     "예에, 그럼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동석이는 아저씨의 옆으로 가 팔을 부여잡고 흔들었어요. 하지만 아저씨는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어요. 동석이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세게 아저씨의 옷을 잡아당겼어요.

















     "아니야! 아니라고!"

































     아침 일찍 정다운 마을에 큰 트럭이 하나 들어왔어요. 정부에서 다가올 추석을 맞아 각 빈민지역마다 지원물품을 보내주었는데, 정다운 마을에도 지원물품을 실은 차가 도착했답니다. 트럭 옆을 지나가던 아저씨는 끌던 수레를 멈춰세우고 트럭에 다가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말했어요.

















     "저, 언제 나눠주는거죠?"









     









     운전석에 있던 남자는 낮에 나눠준다고 일러주었어요. 그 시간이면 아저씨는 동네 밖을 나와 인근 공터들을 돌아다니며 병을 주을 시간이었어요. 아저씨는 난처해졌어요.

















     '어떡하지?'

















     낮까지 기다려서 지원물품을 받고 다시 일하러 갈까 생각해봤지만, 하루종일 주워다녀야 다음날 입에 풀칠 할 돈이 생기기에 그러지도 못했어요. 아저씨는 상심에 빠졌어요. 그러다 결국에는 동네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로 했어요.

























     "걱정하지 말라우. 아무리 우리가 다들 고생하면서 산다고 하지만 도울 수 있을 때는 도와주는거지. 내 다른 사람들한테도 아저씨 것 까지 받을 수 있으면 그리 하라고 일러둘게."

















     아저씨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수레를 이끌고 길을 나섰어요.









     









     늦은 저녁이 되었어요. 아저씨는 공병 가득한 수레를 집 앞에 두었어요. 그리고 낮에 부탁한 동네 사람에게 찾아갔어요.

















     "계십니까?"

















     아저씨는 문을 두드렸어요.  끼익 소리와 함께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어요. 아저씨를 보자마자 아주머니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어요.

















     "저어 아까 낮에 부탁한 일은..."

















     아저씨가 말했어요.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바닥만 보고 있었어요. 아저씨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조용히 아주머니의 손을 꽉 잡아주었어요. 

















     "생각해준 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아이구 미안해요. 챙길라고 했는데 깜빡 잊어버렸네.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어쩌면 좋아... 아 참. 다른 사람들한테도 아저씨 얘기했으니까 한 번 찾아가봐요."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아저씨는 고맙단 말과 함께 그 집을 나왔어요. 그리고 아주머니가 일러준 사람들의 집을 찾아갔어요.

















     









    "아이고 미안해서 어째. 사람들이 좀 많이 몰렸어야지. 내 것도 겨우 받고 나왔어요."

















     "아... 예. 그래도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내가 그쪽 것 까지 달라고 했는데 안주더라고. 거 참 미안하게 됐수다."

















     "아닙니다.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이 집 저 집을 가봤지만 모두가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어요. 결국 아저씨는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집 앞 골목에서 아침에 봤던 트럭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달려갔어요. 트럭을 운전하던 남자는 아저씨를 보고 멈췄어요. 

















     "저 혹시 남은 거 없을까요? 제가 낮에 못받아서."

















     "이미 벌써 다 나눠드렸는데... "

















     남자의 말에 아저씨는 낙담했어요. 그냥 낮에 트럭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에 아저씨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어요.

















     "그러고보니 아까 몇몇분들이 아저씨 것까지 챙겨야된다고 하셨었는데."

















     "제 것도요?"

















     "예. 그게 아저씨를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몇 개 더 받아갔어요. 뭐 오늘 가져온 물량이 예상보다 많아서 다 드리기는 했는데 말이죠."

















     남자의 말에 아저씨는 속이 꽉 막혀오는 것을 느꼈어요. 아저씨가 찾아갔을 때는 모두가 미안하다는 얘기밖에 없었어요. 아저씨는 트럭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어요.  지켜보던 남자가 말했어요.

















     "혹시 아저씨 것 말한걸지도 모르니까 한 번 찾아가보세요."

















     "아.. 네..."

















     남자는 트럭의 시동을 걸었어요. 그리고 출발하면서 한마디를 남겼어요.

















     "아무리 세상 살기 힘들다해도 정때문에! 그래도 정 때문에 살 맛 나는거 아니겠어요? 하하하."

















     트럭이 골목을 지나 모습을 감출 때까지 아저씨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어요.  이미 해는 저물어 날이 어두워졌지만 아저씨가 서 있는 골목은 고장난 가로등 때문에 빛 한 줄기 보이지 않았어요.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아저씨는 발걸음을 뗐어요. 앞이 보이지 않아 아저씨의 발에는 버려진 깡통이나 돌멩이들이 걸려댔어요. 그 것들은 발에 차일 때 마다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옆으로 굴러갔어요.









     이 골목을 지나 다음 골목을 걸어갈 때도 가로등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어요. 간간히 집집마다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아저씨의 앞 길을 밝혀주었어요. 아저씨는 그렇게 걷고 또 걸었어요.

























    *









    다음날 아침이 되었어요. 아저씨는 서둘러 일어나 나갈 차비를 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동석이도 일어나 있었어요.  아저씨가 물었어요.

















     "왜 벌써 일어났어?"

















     "이번주 주번이에요."

















     "너 저번 주에도 주번이었잖아?"

















     동석이는 아저씨의 말에 입을 오물오물 거렸어요. 아저씨의 말을 그냥 외면할까 싶었지만 무언가 결심한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이번주 주번하는 애가... 대신 해주면 공책이랑 연필 사준댔어."

















     동석이의 말에 아저씨는 걸쳐입던 옷을 바닥에 내려놨어요. 입술이 바르르 떨렸지만 침착하게 말했어요.

















     "얘야 그깟게 뭐라고 또 주번 일을..."

















     " 아 몰라 됐어. 나 늦겠다. 먼저 나간다~"

















     동석이는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뛰어나갔어요. 아저씨는 멍하니 뛰어가는 동석이의 뒷모습을 지켜보았어요.

















     달그락- 달그락-

















     동네에 수레끄는 소리가 울려퍼졌어요.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대문을 열고 나와 사람들은 아저씨에게 인사를 건냈어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늘은 날씨가 좀 춥네. 몸 조심해요."

















     아저씨는 수레를 멈추고 인사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았어요.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어요. 내색은 안했지만 아저씨의 주먹은 조용히 떨고 있었어요.  차분히 심호흡을 하고 사람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어요.

















     "예에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정겹게 인사를 나눠받은 사람들은 각기 집안으로 들어갔어요. 쾅 하고 대문이 닫히는 소리들이 아저씨 너머로 들려왔어요. 오늘따라 유난히 더 소리가 크게 들렸어요. 수레를 끌던 아저씨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멈춰섰어요. 그리고 뒤돌아 서서 굳게 닫힌 문들을 바라보았어요. 동네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어요. 스산한 바람에 신문지같은 것만 날리고 있었어요. 아저씨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어요.

















     쨍그랑- 쨍그랑-

















     공병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어요.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아이들의 울음처럼 들렸어요. 한편으로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괴성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챙그랑- 챙그랑-

















     아저씨의 모습이 동네에서 멀어질수록 그 소리는 작아져갔어요. 이윽고 아저씨가 동네를 떠나자 다시 적막이 찾아왔어요. 차가운 바람이 골목골목마다 스쳐 지나갈 뿐이었어요. 너무나도 고요했어요.









     마치 이 동네에 사람들이 살지 않는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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