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이 알려지던 시점은 어제 밤 자정 근처였습니다.
그 시점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1. 97년 전 오늘,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한민국의 자유의지가 생을 갖기 시작한 날입니다.
- 1919년 3월 1일, 대한민국의 자유, 자존, 민중의 의지가 선언되고 백성의 붉은 피로 천명되던 그날입니다.
2. 지지 정당을 넘어, 이 나라 국민들의 가슴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이구나 라는 명확한 정체성이 제대로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3. 각종 외신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링을 집중 조명하고 의미를 평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NYT는 카이사르와 키케로까지 언급하며 세계 의정사상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 이 나라를 18년간 철권으로 통치하던 독재자 박정희와 독재자의 딸에 맞서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의 기사로 나오던 시점입니다.
4. 이기지 못할 사실을 알면서도, 정치적 부담감을 감수하면서도 많은 의원들이 새누리와 이 정부가 가장 듣고싶어하지 않던 과거를 의회의 목소리로, 역사에 남는 기록물로 살려내고 있었습니다.
5. 문전박대 당하던 영화 귀향이 시민의 의지로 시민들의 가슴에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 박근혜가 오늘 삼일절 담화로 일본에 이행을 촉구하는 쇼를 연출해도, 해선 안되는 합의라는 것을 선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6. 그리고 새로 발표된 국정교과서에 위안부 표현이 삭제되고, 박정희라는 괴물의 과는 공으로 포장되어 있음이 확인되던 날입니다.
7. 선거구 조정안이 확정되고 의회 통과만을 앞뒀던 시점입니다.
- 필리버스터링을 통해 저항하는게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한 것이었구나 라는 의지가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8. 새누리 공천파문이 최고 갈등으로 치닫고, 코미디같은 결론이 알려지고 있었습니다.
이길 싸움으로 시작한 필리버스터링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새누리 지지세력 결집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걸 알고도 시작한 일입니다.
지도부는 중단전략도 물론 준비했어야 했을겁니다.
그렇지만, 이학영 의원의 "인생에 한번이다" 라는 말로, 당리당략을 넘어 민주주의 원칙에서 절대 일어나선 안될 초법적 만행을 막기위한 "인간으로써의 저항"이 진정성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서기 시작하던 이 시점이었고, 뒤에 나서는 발표자들도 그 원칙 하나만을 알리기 위해 모든걸 쏟아부으려던 시점이었습니다.
소속 의원들 조차 당황하게 만든 이런 날치기 같은 결정이 하필 그 순간에, 새누리당 날치기 통과시키는 모양새로 진행되어선 안되었다는 말입니다.
승리의 기준이 무엇이 되었건 그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새누리 방식도 상관이 없는거라고 생각한 적은 단언코 단 한번도 없습니다.
지금 정권이 하고 있는 전횡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정면돌파 하겠다 시작한 싸움 아니었던가요?
총선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목적 아니었나요?
애초에 개헌저지선만 돌파해도 지는 게임은 아니라던게 총선 목표였어요.
말 타니 경마 잡히고 싶던가요?
뭔가 되는 것 같은 판세가 되니, 목적보다 패권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이까?
진짜 미치도록 고맙네요.
이런 훌륭한 전략을 이렇게 아름다운 시점에 구사해줘서.
어쩌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