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혜림 기자 = 영화 ‘모범시민’에서 한 사형수는 형이 집행되는 동안 극렬한 고통을 느낀다. 주인공(제라드 버틀러)이 아내와 딸의 복수를 위해 그에게 투여되는 약물주사에 독극물을 넣었기 때문이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의 교도소에서 영화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치사주사를 맞은 한 사형수가 약 30분 동안 극도의 고통에 떨다가 결국 형 집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 사형수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 그러나 사인은 주사제가 아닌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사형 집행을 위해 새롭게 적용한 약물의 부작용이었다.
오클라마호마주는 29일(현지시간) 사형수 클레이튼 로케트에 대한 형 집행에 나섰다. 그는 스테파니 니먼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 등으로 2000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처형방식은 치사주사제 주입이었다.
침대에 묶여 있는 로케트에게는 모두 3단계에 걸친 주사제가 투입됐다. 첫 번째는 수면유도제 미다졸람이고 이어 호흡을 멈추게 하는 브롬화베쿠로니움, 심장을 멎게 하는 염화칼륨 등이 차례로 주입된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3분. 로케트는 미도졸람을 투여받았고 10분 뒤 수면상태에 빠졌다. 그 후 오클라호마 교정소는 남은 두 약물을 투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여분후 무의식 상태에 빠져든 줄 알았던 로케트가 갑자기 몸을 뒤틀기 시작하더니 온 몸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로케트는 이를 꽉 문채 머리를 흔들어댔고 무언가 잘못됐다며 울부짖기도 했다.
그의 몸부림이 계속되자 잘못됐다고 판단한 형 집행 참여 의사는 그의 몸을 시트로 덮었고 교도소 관계자는 형 집행 장면을 지켜보던 참관인들 사이에 놓인 블라인드를 내렸다. 형 집행은 20분 만에 중단됐다.
그러나 첫 약물이 투여된 지 43분 만인 오전 7시 6분. 로케트는 결국 숨졌다. 사인은 극심한 고통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그의 혈관들은 다 터져 있었다.
형 집행을 참관한 그의 변호사 딘 샌더포드는 “로케트가 침대 위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현지언론들은 "엉망이 된 처형"이라는 제목으로 사형수의 끔찍한 사망 소식을 알리며 독극물 처형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오클라호마 주는 이번에 처음으로 세 가지 혼합 약물을 이용한 사형을 집행했다. 현재 플로리다 등 일부 주만이 이 혼합약물을 형 집행에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혼합 약물에 대한 합법성 논란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논란이 됐다. 유럽의 의료 개발업체 룬드벡은 그들의 약품을 미국사형수들에게 투여하는 것을 금지한 상태다. 미국의 32개주에서도 새로운 약물 제조법을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클라호마 주지사 메리 폴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명령했고 교도소의 사형 집행을 2주간 연기하도록 했다.
한편 숨진 사형수 로케트는 이러한 사태를 미리 예견한 듯 동료 사형수 찰스 워너와 함께 형 집행 시 투약되는 약 성분을 밝혀 달라는 소송을 사전에 진행했었다.
그러나 법원이 사형수는 투여될 약물에 대해 알 권리가 없다며 그들이 제기한 소를 기각해 이날 형 집행이 이뤄지게 됐다.
같은 날 사형이 예정된 워너는 동료의 끔찍한 죽음으로 형 집행이 연기됐다. 그는 여아를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