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미 역설을 끝내며’라는 제목으로 된 이 논문은 정식출간에 앞서 온라인 과학저널 Arxiv.ord에 게재됐다.
“Where Is Everybody?”
1950년 어느 날, 점심식사를 하던 과학자들 중 한 명이 묻는다. 질문의 주인공은 미국 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 엔리코 페르미이다. 천문학 박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책 『새로운 하늘의 발견: 두 번째 지구를 찾아서』에서 페르미 역설이 바로 이 식사 자리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페르미의 역설을 좀 더 풀어보자. 만일 지구가 우주의 유일무이한 곳이 아니라면 수많은 문명이 존재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넓은 은하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들이 가득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면 왜 아직도 우주인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플로이안 프라이슈테터 박사의 책에 따르면 이 질문이 바로 ‘페르미 역설’이라고 한다. 왜 아직도 이 온 우주에 우리밖에 없는 것 같냐는 질문이다.
페르미의 역설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설 중 하나가 “희귀한 지구 가설(Rare Earth Hypothesis)”이다. 위키백과의 개략을 보면 다음과 같다.
희귀한 지구 가설은 행성천문학과 우주생물학 분야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지구상에 복잡한 후생 동물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천체물리학 및 지질학적으로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사건 및 정황들이 맞물려야 한다는 이론이다. ‘희귀한 지구’라는 말은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피터 와드와 천문학자이자 우주생물학자 도널드 브라우니가 함께 집필한 책 제목 ‘희귀한 지구: 왜 복잡한 생명체는 우주에 드문가? (2000년도작)’에서 따 온 것이다.
희귀한 지구 가설은 칼 세이건, 프랭크 드레이크 등이 주장했던 평범성의 원리(코페르니쿠스의 법칙이라고도 한다)와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 평범성의 원리에서는 지구는 평범한 막대 나선 은하 구석진 곳에 있는 평범한 행성계에 있는 평범한 암석 행성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원리에 따르면 우주는 지구와 같은 생명체를 품은 행성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그러나 와드와 브라우니는 코페르니쿠스의 원리에 반발했다. 지구, 태양계 그리고 우리 은하 내 태양계의 위치처럼 생명체가 살기에 아늑한 곳은 전 우주를 통틀어도 매우 희귀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복잡한 생명체가 흔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희귀한 지구 가설은 페르미 역설 “만약 외계 생명체들이 흔하다면, 그들이 왜 안 보이는 것이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희귀한 지구 가설에서는 복잡한 생명체가 태어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조건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위키백과를 참조하면 된다.
– 은하 생명체 거주영역 내에 어머니 항성이 있어야 한다.
– 어머니 항성과 행성계가 생명체 탄생에 적대적이지 않은 속성을 지녀야 한다.
– 행성이 항성 주위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 내에 있어야 한다.
– 행성의 크기가 적당해야 한다.
– 거대한 위성이 존재해야 한다.
– 자기장과 지각 운동, 암권, 대기권, 수권이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
– ‘진화 펌프’ 체계가 작동하기 위해서, 거대 빙하기나 극히 드문 소행성 충돌 사건이 발생해야 한다.
– 캄브리아기 때 동물 문이 폭발적으로 생겨난 것과 같은(이 사건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이다) 상황이 일어나야 한다.
– 지구인과의 의사 소통을 위해서는, 지성을 지닌 생명체가 출현해야 한다.
와드(Peter Ward)와 브라우니(Donald E. Brownlee)는 작은 암석 행성에서 복잡한 생명체가 탄생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변수들의 허용 범위는 매우 협소한 수준이 된다고 주장했다. 우주는 매우 넓기 때문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이 다수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행성들이 존재하더라도 이들은 수천 수만 광년 정도로 서로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 거리는 각 행성에서 지성을 가진 종들이 출현하더라도, 서로 다른 외계 문명 사이의 의사 소통 가능성을 배제시킬 정도이며, 이는 페르미 역설에 해결의 단서를 제공한다.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 대표적인 세티(SETI) 연구소는 웹사이트에서 외계 생명체를 위한 증거가 부족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현재로서는 외계인이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입증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
“사실상 우리는 외톨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