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역 교육청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차단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교롭게 같은 시점에 전국 지역의 교육청이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차단시키면서 배후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6일부터 8일 사이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차단한 것으로 확인된 교육청은 광주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 대전시교육청, 전남도교육청, 경북도교육청, 강원도 교육청 등이다. 이들 교육청은 민원인의 신고를 접수하고 자체 판단해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일 모든 행정기관의 민원을 접수하는 범정부 국민포털인 '국민신문고'에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음란한 게시물을 지적하며 전국 교육청을 상대로 해서 차단을 요청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는 "민원 접수 후 학생 교육상 유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게시판이 정화되기 전까지 차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차단된 오늘의유머 사이트 화면 | ||
경기도 교육청도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 요청 때문에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차단 시켰다고 밝혔다. 행정담당관실 관계자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접수해 각 교육청별로 차단 조치를 판단해서 차단을 시킨 바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전국 지역 교육청의 차단 조치는 인터넷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교육청에서 국정원의 정보보안규정지침을 들어 차단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정원이 여론을 막고 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교육청의 차단 조치는 한 민원인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간베스트의 한 회원은 자신이 민원을 넣은 당사자라고 밝히면서 오늘의유머 사이트의 유해 게시물의 URL 주소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건을 공개했고, 교육청 관계자와 통화한 목록까지 제시했다. 그러면서 회원은 오늘의유머 사이트에 대해 '위험한 사이트'라며 악의적인 비방을 늘어놨다.
차단 조치 후 전국 지역 교육청에서는 항의가 폭주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의 교육청이 한 민원인의 요청 내용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치룬 셈이다.
각 교육청별로 유해사이트 매체 지정 운동까지 벌어졌던 일간베스트 사이트를 차단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오늘의유머 사이트가 각 교육청으로부터 차단을 당하자 일간베스트 사이트의 접근도 막아달라는 민원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와 오늘의 유머 사이트 로고 | ||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오늘의유머 사이트를 차단하자 일간베스트를 유해사이트로 규정해 접근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관계자는 "오늘의유머 사이트 차단 조치로 반발이 커지고 논란이 일면서 우선 오늘의유머 사이트의 차단 조치를 풀었다"면서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경기도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두 사이트에 대한 향후 조치를 취하기로 입장을 정했다"고 전했다.
게임이나 도박 등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유해한 요소가 분명한 경우 사이트 차단 조치에 큰 이견이 없었지만 이번 소동은 정치적 이슈가 떠오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일제히 차단을 당하자 논란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각 교육청별로 정보보안관리규정에 따라 사이트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이를 행사할 시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통 사이트 차단 조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고유의 업무로써 심의 절차를 밟아 진행된다. 비록 학교 전산망 내부의 차단조치이긴 하지만 교육청별 사이트 차단 조치 과정에도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교육청의 공보실 관계자는 "제가 볼 때는 전체적으로 오늘의유머 사이트는 유해적인 요소가 없다고 판단되는데 왜 차단 조치를 취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실제 자신이 속한 교육청이 한 조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