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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유성우 로맨스
~우주에서 떨어지는 괴물 강아지~
동루천구는 신라 혜공왕 2년 정미년, 즉 767년에 동루(東樓) 남쪽으로 떨어졌다 하여 붙은 별칭으로, 일본의 천구와 구분하기 위해 동루천구라는 호칭을 사용하지만1, 정확하게는 천구(天狗)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천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코가 긴 일본의 요괴를 떠올리지만, 중국과 한국에선 전혀 다른 괴물을 지칭한다.2 한국에서 천구는 하늘을 날아가는 강아지처럼 생긴 괴물인데, 그 생김새가 매우 독특하다. 몸뚱아리는 항아리처럼 생겼고 크기가 수박정도이다. 목이 없어 얼굴은 몸에 완전히 붙어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온 몸이 털 대신 작은 불꽃으로 덮여있고, 불길처럼 보이는 천구의 꼬리는 매우 길어 머리(또는 몸)의 수 배에 달한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혜성이나 유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90년대 연출가인 故 오태석이 썼던 연극 중 하나인 [백마강 달밤에]에서도 천구의 모습에 대한 설명이 짤막하게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시뻘건 천구 한 마리가 저 동루 남쪽에 떨어졌어. 머리가 영낙 간장독 모양 생겼고 꼬리가 석자나 되는디 짖어대는데 천지가 진동하더랴."
이 대사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문구와 매우 흡사하다. 이 또한 인용한다.
「혜공왕 2년, 정미년(767)에 이르러 또 천구성(天狗星)이 동루(東樓) 남쪽에 떨어졌는데, 머리가 항아리만하고 꼬리는 3척 남짓 되며, 빛은 활활 타오르는 것 같고, 천지 또한 진동하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불운과 불행의 상징~
천구는 다른 요괴에 비해 기록이 많은 편이었는데, 혜성이 일반적으로 재해의 상징이라서 하늘에서 천구를 발견하면 그자리에서 기록했기 때문이다.3 민간에선 요성(妖星)이라 부르며 재해의 징조로 여겼고, 불교에서는 하늘을 날며 불법을 방해하는 신통력을 가진 괴물로 알려져 있었으며, 삼국유사나 다른 고문헌에서도 간간히 등장하며, 연산군이 재위에 있었을 당시 천구이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었으니 꽤나 잘 알려진 괴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천구는 하늘에서 드물게 흩어져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밝은 빛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나 높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밤에 잘 보인다. 하지만, 천구가 죽거나 또는 다른 이유로 인해 하늘에서 떨어질 때는 지상과 가까워 낮에도 쉽게 눈에 띈다. 보통 후자의 경우를 들어 재해의 징조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재해의 징조를 예감한 천구가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인지. 아니면 재해를 미리 알고서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서인지는 정확하진 않다. 어쨌든간에 천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4 같이 자연스럽게 불미스러운 일과 엮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천구가 하늘에서 떨어져 지상에 충돌할 때는 굉음과 함께 작은 지진이 일어나고 충돌지점에는 땅이 크게 패인다고 하는데, 마치 운석이 충돌했을 때의 크레이터와 유사해 보인다. 이러한 충돌 때 생기는 굉음을 흔히 '짖어댄다'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타는 얼음과 바위 덩어리가 원래 모습~
사실 천구는 중국과 한국에서 유성이나 혜성 따위를 지칭하는 말로 자주 쓰여왔다. 동양에선 천체 현상을 하늘에서 내려주는 일종의 충고나 명령처럼 여겼기 때문에 하늘에서 생기는 변화에 귀를 기울였으며, 지금 보았을 때 사소한 것일 수 있는 천체 현상도 일일히 기록했다. 이렇게 하늘의 변화를 관심있게 보아왔기 때문에 이에 대해 상상력을 가미해 좀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그 대표격인 요괴가 천구인 것이다. 커다란 굉음은 개가 짖는 소리로, 하늘을 가로질러 타오르는 불길은 꼬리로, 운석의 핵부분은 항아리 같이 생긴 몸통으로 만드는 등, 상상력을 섞어 마치 실제로 존재할 법한 괴물을 만드는 작업은 예나 지금이나 재미있는 일이다.
출처 : 은여우 공작소
[출처] [한국 요괴 대사전] 009. 천구|작성자 은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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