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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72892
    작성자 : 시우쇠
    추천 : 73
    조회수 : 5811
    IP : 165.194.***.76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07 21:18:11
    원글작성시간 : 2013/04/29 12:29:39
    http://todayhumor.com/?humorbest_672892 모바일
    400년 전에 부친 편지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은 언제나 저에게 둘이 머리가 희어질 때까지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습니까?
    그런데 어찌 저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저와 어린아이는 이제 누구 말을 듣고, 누구를 의지하며 살라고 먼저 가십니까?

    당신, 저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오셨나요? 저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나요?
    함꼐 누우면 언제나 저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은까요"
    당신은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잊으셨나요?
    그런일을 잊지 않으셨다면 어찌 저를 버리고 그렇게 가시는가요?

    당신을 잃어버리고 아무리 해도 저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빨리 당신 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어서 저를 데려가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는 잊을 수가 없어요.
    이 서러운 마음을 어찌할까요?
    이제 제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까요?
    어린 자식을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아갈 날을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제 꿈에 와서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어째서 그토록 서둘러 가셨는지요?
    어디로 가고 계시는 지요?
    언제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는지요?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어떤 운명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우리 함께 죽어 몸이 썩더라도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지요?
    저는 그 말씀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써서 넣어드립니다. 당신.
    제꿈에 오셔서 우리 약속을 잊지 않았다고 말씀해주세요.
    어디에 계신지,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당신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을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시라는 것인지요?

    아무리 한들 제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제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고 없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를 자세히 보시고 제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씀해주세요.
    저는 꿈에서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무도 몰래 오셔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말, 끝이 없습니다.
     
     
     
    --------------------------------------------------------------------------
     
     
     
    1998년 안동에서 발굴한 편지글입니다.
     
    아내가 죽은 남편의 무덤에 써서 같이 묻은 한글 편지.
     
     
    소설 능소화의 모티브가 된 편지이기도 하지요.
     
    400년전이나 지금이나 서로 사랑하고 애닲아 그리워하는 마음에는 크게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저희 어머니랑 미국에 계시는 이모님이 읽어보시고 펑펑 울었던 책. 능소화.
     
     
    하늘이 어떠한 가혹한 운명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갈라놓는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그대와의 사랑을 놓지 않겠다며..
     
    원이 엄마가 꽃에게 붙여준 이름.
     
     
    능히 하늘을 이기는 꽃이라 해서 능소화.
     
     
    나중에 편지 뒷 부분도 발굴되었는데..
     
    결국 아들 원이도 죽었더군요.
     
     
    그리고 여인의 마지막 편지 내용은
     
    며칠간 입에서 곡기를 스스로 끊고 죽음을 기다리며 먼저간 남편과 아들을 만나기를 바란다는 내용..
     
     
    ===================================================================================================

     

     

     분묘에서 함께 나온 미투리
     
    실제로 편지와 함께 원이엄마의 미투리 나왔다. 
     
    이 미투리와 관련된 사연은 '사랑의 미투리'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11월호에 게재됐다고도 한다. 
     
    병든 남편의 쾌유를 빌기 위해 한지에 싸여 있던 마(麻)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짠 미투리의 사연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길이 23cm, 볼 9cm 크기의 미투리는 뒤꿈치 부분을 감싸고 있는 한지에 남긴 기록으로 미뤄 남편을 위해 이응태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짠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다.
     
    - 2007.11.20.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기사 -

     

     

     

     

     

     

     

    사진 : 네이버 / 1998년 안동시 정상동 고성이씨 분묘에서 발견된 미투리
     
    원이 엄마가 남편의 병이 낫기를 바라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었다.
     
     
     
     
    +++++++
     
     
     
    세상은 더 이상 울지 않고,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모두 제자리를 찾아, 가고 왔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사위는 고요했습니다.
    너무 고요해서 제가 꿈속에서 운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당신이 떠난 줄 알지만 저는 자주 놀랍니다. 낮은 발소리에도 놀라고 낙엽 뒹구는 소리에도 놀랍니다.
     
     
    저는 당신이 떠나지 않았음을 압니다.
    죽음이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음도 압니다.
     
     
    차가운 냉기 속에서도 당신의 체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당신의 미소를 볼 수 있습니다.
    소쩍새마저 잠든 밤에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저는 붉고 큰 꽃이 되어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처음 당신이 우리 집 담 너머에 핀 소화를 보고 저를 알아보셨듯,
    이제 제 무덤에 핀 능소화를 보고 저인 줄 알아주세요.
    우리는 만났고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리워지는 법입니다.
    하물며 우리는 함께 있어도 그리워했는데 당신이 가시고 없으니 그리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소문은 더 이상 담을 넘어 기웃거리지 못합니다.
    제 울음소리도 더 이상 담을 넘지 않습니다.
    아무도 제 울음소리를 들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 울음소리를 잊었지만 저는 울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당신 계신 그 먼 땅에도 봄이 왔습니까?
    능청대던 수양버들 오간 데 없고 눈비만 어지러이 흩날립니다.
    개울물은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바람에는 날카로운 쇠 비린내만 가득합니다.
    다정했던 길은 멀기만 하고, 힘없는 제 몸뚱이는 비척비척 치맛자락을 밟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계시는지요? 가끔 안동 집에 들러 아이들 얼굴이라도 보시는지요?
    아이들 꿈에라도 자주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시는지요?
    제 꿈에 오시듯 아이들 꿈에도 오셔서 당신과 제 이야기를 들려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간밤에 눈이 소복이 내렸습니다.
    장지문 안으로 들어온 산과 들은 하얘서 원근을 분간할 수 없습니다.
    눈 내리는 밤은 왜 그다지도 조용할까요.
    지난밤에는 바람소리마저 들리지 않더이다.
    그렇게 고요하더니 아직 어스름한 새벽인데 세상은 희뿌옇게 밝아 있습니다.
     
     
    당신이 좀 알려주세요.
    이 찢어지는 고통을 어찌 달래야 할까요. 제가 어떻게 이 고통을 이기며 살아갈 수 있겠는지요.
    대체 어째서 제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요.
    당신 잃고 원이 잃고 제가 어찌 하루라도 더 살 수 있겠는지요.
    세상이 온통 허연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댑니다.
    이 슬픔을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저는 우리의 운명을 거역할 것입니다.
    오래전에 팔목수라는 말했습니다.
     
    사람이 잊지 못할 추억은 없다고,
    사람이 이기지 못할 슬픔은 없다고,
    아물지 않을 상처따위는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남편 잃고 자식 잃은 슬픔을 잊을수 도, 이길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함께 거닐던 날들을 잊지 못합니다.
    이제 능소화를 심어 하늘이 정한 사람의 운명을 거역하고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바람이 불어 봄꽃이 피고 진 다음,
    다른 꽃들이 더 이상 피지 않을 때 능소화는 붉고 큰 꽃망울을 떠뜨려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 산짐승과 들짐승이 당신 눈을 가리더라도 금방 눈에 띌 큰 꽃을 피울 것입니다.
     
    꽃 귀한 여름날 그 크고 붉은 꽃을 보시거든 저인 줄 알고 달려와주세요.
     
     
    곡기를 끊었습니다.
    사흘 동안은 물을 마셨지만 이제 물마저 끊었습니다.
    이렇게 곡기와 물기를 끊어 저는 당신과 아이가 있는 곁으로 갈 작정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땐 눈앞이 흐릿했습니다.
    이제 저는 낯익지만 모진 세상과 작별하고 정다운 사람들 곁으로 갑니다.
     
     
     
     
     
    =========================================
     
     
     
    아아.. 애절하다..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남녀간의 사랑은 별반 다를 것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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