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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께서는 부산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을 하고 계십니다.
제대한 후 복학 전까지 3개월 여, 복학 후에도 2년째 방학 때만 되면 1개월씩은 꼬박꼬박 아버지 일을 주중 내내 같이 해와서 인지
이번 남양 사태에 대해 남들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지켜봤고, 공감할 수 있었고 분노할 수 있었습니다.
'민다' 라는 표현이 무엇인지는 이번 사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셨다면 누구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여름에는 이마트등 대형할인매장에 납품하는 큰 규모의 대리점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떠불이 80~90박스씩 쉴새 없이 내려오곤 했습니다.
특히 신제품 출시의 경우는 날짜가 안좋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이 마구 내려왔기 때문에
사실상 제 값을 받고 판매하기가 불가능하여 다른 제품에 벤딩하여 판다던지, 그대로 반품을 내고 다시 올려보내기 일쑤였죠.
많이 아시겠지만 떠불 저지방류, 카페 페트류, 앳홈 등 주스류가 대표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 아버지 역시 지점 담당들과의 말다툼도 잦았고, 화도 내보고 부탁도 해보고 다 해보셨지만
결국 크게 달라지는 일이 없어 그저 밀려 내려오는 제품들만 꾸역꾸역 쟁여놓고 파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품으로 그냥 내버리게 되는 제품은 너무 많아서, 아까워서, 주변 친척, 지인들께도 참 많이도 보내드렸고
집 냉장고가 가득찰 때까지 쌓아놓고 있다가 결국 다 못먹고 싱크대에 버린 것도 수두룩했죠..
전 그런 하나 하나가 아깝고 속상해서 유통기한 1~2일 지난 제품들은 그냥 거리낌 없이 먹어 버립니다.
이렇게 바로 옆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전 이번 남양 사태가 정말 많이 와닿았고
동영상의 그 피해자가 바로 제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기에 더 분노하였고
비리에 얼룩진 쓰레기 기업 남양유업이 제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길 누구보다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에 관하여 최근 일어나고 있는 남양우유 불매운동을 바라보며
그저 마음이 편하고 반기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불매운동을 통한 매출 감소는 곧 대리점 사장님들과 그 가족들의 생활에 직결 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명 두명 불매운동에 동참하여 남양을 멀리하면 멀리할수록, 불매운동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리점들의 매출은 적어질 수 밖에 없으며,
15개 정도 되는 거래선 중 단 하나의 점포라도 불매운동 차원에서 남양의 입점을 거부한다면
그 타격은 곧바로 대리점 가족들에게 직행하게 됩니다.
지금 저희집 한달 생활비가 다 우유팔아서 나온 돈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까요.
불매운동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 되어야, 대리점들도 하루 빨리 이 쓰레기 기업에서 손을 뗄 것 아니냐는 글을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우유 하시는 분들이, 최근에는 젊은 층도 많이 늘었지만 대부분이 다 나이 많으신 분들입니다.
이 대리점을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쉽게 새로이 다른 일을 시작하시기엔 여러가지 제약이 많이 따르는 나이 이십니다.
아무리 우유가 쉴새없이 밀려와도, 욕을 하면서라도 꾸역꾸역 팔아야 했고
가뜩이나 몸 쓰는 일에 부조리한 기업까지,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하면서도 진작에 그만 두시지 못했던 건
쉽게 그만둬 버리기엔 당장의 생활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큰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불매운동을 당장 그만 둬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불매운동에 덧붙여 전국의 수많은 대리점주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남양유업이, 당장 수면위로 드러난 부도덕한 여러 행태를 고치는 '척' 이라도 하는 동안,
그 동안에 피해를 받는 대리점주들에 대해 기업차원에서의 보상이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
불매운동으로 당장 남양은 망하지 않겠지만
불매운동으로 당장 망하는 대리점 가족은 생겨날 여지가 있습니다.
아무 대책이 마련 되어 있지 않은 채 큰 규모의 불매운동이 진행된다면,
그동안 부도덕한 기업 밑에서 이 악물고 버틸 수 밖에 없었던 대리점을 두 번 죽이는 일밖에 될 수 없습니다.
정말 이번 사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같이 분노해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시라면
이러한 대리점들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시고,
대책은 없을 지, 해결 방안은 없을 지 같이 고민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남양유업, 정말 까면 깔수록 양파처럼 잘못한 일이 수도 없이 드러나더군요.
이런 기업 제품 따위 드시기 싫으시다 하시면 안 드시는건 열 번 백 번 맞는 일이나,
그런 기업에 가족의 생활이 묶여 있는 대리점들의 상황에도 잠시라도 눈을 돌려
보상 등 실질적인 대책은 없을 지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집엔 오늘 아버지 걱정으로 하루종일 전화가 끊이질 않았고,
저 역시 아버지를 못살게 구는 남양에 대해 치를 떨다가도,
당장 아버지 하루하루 일 걱정에 걱정이 너무나 되서 주변친구들만 데리고 하소연만 하다가
이렇게 오유에라도 글을 남겨봅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