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는 백구와 끌어안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나는 만화책을 잔뜩 빌려놓고 독서를 하고 있다.
하도 오랜시간을 삐딱한 자세로 책을 봤더니 목이고 어깨고 안 아픈 곳이 없다.
"다중아. 이리 와서 어깨 좀 주물러봐"
다중이는 못들을 소리라도 들은 것 처럼 눈을 치켜뜨고 날 쳐다본다.
"뭐해. 어깨 좀 주물러 보라니까"
"이기지배가. 내 이름이 왜 다중이야? 어?
그리고 내가 왜 어깨를 주물러줘야 하는데.
내가 종이야?어?
머슴이냐고!"
"너 처음에 나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 안나?
내가 너 착한 놈으로, 내 애완악귀로 잘 키우겠다고 아저씨, 아니 아빠한테 허락받고 널 거둔거잖아.
몇 년이나 됐다고 까먹냐"
다중이는 주먹으로 가슴을 퉁퉁 쳐대며 허구한 날 해대는 신세타령을 한다.
"아이고. 박복한 내 인생.
이제 죽어서까지 어린 계집애 애완 동물이 되는 신세라니.
내가 죽어야지.내가 죽어야해"
난 다중이의 말이 하도 웃겨서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깔깔..너 죽었잖아. 뭘 또 죽어.
말투는 꼭 할아버지 같아서..
혹시 너 할아버지 아니야?
그 찢어진 눈깔과 상어이빨로는 나이를 알 수가 있어야지. 깔깔깔깔..
아이고 내가 너 때문에 웃지 너 아니면 웃을 일도 없어. 깔깔깔깔"
다중이는 더욱 심하게 눈을 치켜뜨며 볼을 부풀린다.
삐친게로구나.
오호..그러고 보니 몇 년째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다중이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만화책을 집어 던지고 소파로 가서 길게 드러누웠다.
"다중아 너 옛날 얘기 좀 해봐"
"왜? 화롯불에 밤이랑 고구마도 구우라 하지?"
"바보야. 그런 옛날 얘기 말고 너 죽기 전 얘기 말이야.
혹시 알아? 내가 다중이로 안 부르고 이름을 불러줄지.
손님도 없고 심심한데 해줘"
다중이는 갑자기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주먹을 쥐고 파르르 떤다.
무슨 얘기이길래 저렇게 비장해?
그냥 과거얘기나 좀 해 보라는 건데..
백구도 다중이의 과거가 궁금한 건지 소파 밑에서 다중이를 쳐다보며 자세를 잡고 앉는다.
다중이는 다시 한 번 시뻘건 눈에 힘을 주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 태준은 어릴 적부터 '재수 없는 아이'로 불렸다.
모두들 그가 지나가면 혀를 차며 저 아이 옆에만 가도 불운이 따른 다며 다들 피했다.
그의 인생은 한편의 블랙코미디와 같았다.
4대 독자로 태어난 그는 온 집안 식구들의 귀여움을 받았다.
부유한 집안에 귀한 손으로 태어났기에 그 누구보다 사랑을 받았고 그가 원하는 것은 모두 해주었다.
그러다 태준이 네살이 되었을 때 집안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다른 친인척들이 도움을 주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 어떤 건지를 몸소 보여주듯 나아질 줄을 몰랐고 결국
잘나가던 중소기업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되었다.
태준의 아버지에게 투자를 했던 일가친척들까지 힘든 처지가 되었다.
어린 태준은 눈치가 빨라 투정을 부리거나 장난감을 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실패로 실의에 빠져 알콜 중독자가 된 아버지의 눈에는 얌전하고 말 잘 듣는 귀한 아들이 아닌 쌀이나 축내는
애물 단지로 보였다.
술에 취해 들어 온 날은 대부분 태준을 향해 아버지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유는 항상 다양했다.
아버지가 들어왔는데 자고 있어서, 혹은 밤늦게 까지 잠도 안 자고 있어서, 보는 눈초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등등의 말도 안 되는
이유들이었다.
그냥 태준의 아버지는 분풀이 대상이 필요할 뿐이었고 가엾게도 그 분풀이의 대상은 어린 태준이었다.
그런 아버지에게 태준의 엄마라고 예외 대상은 아니었다.
이유없는 폭행이 시작되면 엄마가 말렸다.
그러다가 구타의 대상은 엄마가 됐다.
항상 아들의 구타로 시작된 가정폭력은 엄마의 구타로 이어졌고 나중에는 흉기를 들고 휘두르기 지경까지 이르렀다.
어느 날 태준이 열이 심하게 나며 구토를 했다.
엄마는 집안에 있는 돈을 모두 긁어 어린 아들을 안고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 당시에는 119에서는 불이나 꺼주는 곳이지 인명 구조를 하지는 않을 때였다).
달동네다 보니 택시를 타려면 골목을 한참 달려 큰길까지 나가야 했다.
태준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고 아이 몸이 불덩이처럼 끓어 오르자 엄마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급한 마음에 신호가 바뀌기가 무섭게 길을 건너던 엄마는 달려오는 차를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게 되었다.
태준은 엄마가 꼭 끌어안고 있어서인지 다행스레 팔만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가 죽었음에도 ,어린 태준의 부상에 대한 분노가 아닌 단순히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해 가해자의 멱살을 잡았다.
결국 원하는 만큼의 합의금을 받자 아버지는 태준을 돌보지 않고 노름에 빠지게 되었다.
노름판에서 돈 벌었다는 사람 있다던가.
아버지는 그 많던 돈을 모두 잃고 또다시 빈털터리가 되었고 그 분노는 모두 태준에게 향했다.
그 이후로 아버지에게는 엄마를 잡아 먹은 ‘재수 없는 새끼’가 태준의 이름이 되었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태준은 열악한 환경임에도 공부를 썩 잘했다.
그리고 성격도 밝아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하지만 술이라는 마약에 빠진 아버지는 태준이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는 껌이라도 팔아 소주 값을 만들어 오라며 두들겨 팼고
아버지의 구타가 무서웠던 태준은 껌 두통을 사들고 처음으로 앵벌이라는 것을 했다.
세상에 그런 아버지가 어디 있냐고 사람들은 말 할 테지만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자식도 있고 부모도 있기 마련이었다.
처음 앵벌이를 나간 날 다른 앵벌이들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에게 끌려가 모진 매를 맞았다.
몹시 지치고 아픈 몸을 끌고 집으로 갔을 때 아버지는 방안에서 목을 매달고 죽어 있었다.
그의 발 밑에는 유서대신 빈 소주병들만 굴러다닐 뿐이었다.
초라한 장례식장.
서로 태준을 책임지라며 언성을 높이는 어른들의 싸움을 어린 태준은 묵묵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서 삼촌들이 아닌 이모가 태준을 데려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갈 곳이 생겨 보육원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만 들 뿐이었다.
그렇다고 이모가 살갑게 대해주거나 따뜻한 가정을 제공해 주지는 않았다.
별다른 구타나 신체적인 학대는 없었지만 어린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모진 말들을 일삼았고 학용품이 필요하거나 입던 옷이
작아지거나 할 때는 눈치가 보여 밥도 굶어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학교를 다닐 수 있고 여동생이 둘이나 생긴 것에 태준은 행복했다.
그러나 그 자그마한 행복도 잠시였다.
태준이 이모의 집에서 생활한지 1년쯤 되었을 때 온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던 이모부가 실직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태준은 밥을 먹는 것에도, 심지어는 숨소리를 내는 것 조차 눈치가보였고 얼마 후 보험일이라도 해 보겠다며 일을 나간
이모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자 그 집에는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그 다음으로 옮겨 간 집은 작은아버지 댁이었다.
태준이 들어간지 1년만에 혼자 라면을 끓이던 태준이 불을 내서 집이 모두 버렸다.
그렇게 태준이 옮겨가는 집마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이 더 바닥을 기게 되니 모든 친척들이 모두 태준을 피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모가 돌아가면서 간식으로 빵과우유같은 것을 돌렸는데 이상하게도 태준만 탈이 났다.
운동장을 지나가도 다른 아이들은 멀쩡히 잘만 가는데 유독 태준만 야구공에 맞아 머리가 깨지거나 아이들이 장난삼이 파 놓은
구덩이에 발이 빠져 발목이 부러졌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교실에 얌전히 앉아 있는데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야구공에 맞은 것이 한 달 동안 다섯 번이나 되었다.
항상 숙제를 해오다가 딱 하루 빠뜨린 날은 꼭 숙제 검사를 하고,혼자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화단청소를 하다가 아이들이
실수로 떨어뜨린 물건에 맞아 다치기도 하고... 말을 하자면 끝이 없었다.
이쯤 되자 아이들 모두 오늘은 태준이가 다치는 곳 없이 무사히 하루를 넘기냐에 내기를 걸 정도였다.
그리고 어떤 아이도 태준과 가까이 하지 않았다.
태준과 가까이 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태준은 혼자 살게 되었다.
태준과 같이 살기 싫은 어른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작은 지하방 하나를 마련해 주었다.
태준은 그동안 모아뒀던 돈으로 낡은 자전거를 사서 새벽이면 우유배달을 하고 저녁이면 돈을 받고 맡아둔 아이들의 숙제를
해주며 살았다.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재수 없이 혼자 다치는 일은 여전했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여전했다.
당연히 형편상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을 해야 했지만 대학 졸업장이라도 있어야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대학을 가야만 했다.
남들 다 다니는 학원은 구경도 못해 봤지만 태준의 성적은 아주 좋은 편이었고 조금만 낮춰가면 장학금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물론 태준의 고등학교 졸업식과 대학교 입학식에는 아무도 없이 혼자 참석해야만 했지만 태준은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자신을
얼마나 대견스럽게 생각할까 하며 눈물을 흘렸다.
신입생환영회에 참석을 한다는 것은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 그에게 사치지만 꼭 참석해 보고 싶었다.
그곳에 나간 태준은 난생 처음 여자를 보며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약간 가무잡잡한 피부에 긴 생머리, 조금 사나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왠지 나쁜 사람은 아닐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예쁘고 눈에 띄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넋을 놓고 쳐다보자 한 선배가 대놓고 반한거냐고 물었다.
태준은 손 사레를 치며 자신이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고 말해버렸다.
그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귀까지 빨개지며 물만 들이키고 있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입에서 튀어나간 말이었고 그녀에게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숫기가 없는 그는 그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 강의를 들을 때면 되도록이면 그 여학생의 뒷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이름은 김 희연이었다.
그녀와 얘기하며 웃고 같이 커피라도 마시고 싶었지만 자신의 처지로는 그런 감정 조차 사치였고 징크스처럼 따라다니는 불행을
몰고 다니는 재수없는 자신이 그녀를 가까이 함으로서 그녀에게 불행이 닥치는 것을 막고 싶었다.
그 불행의 징크는 틀림 없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여전히 태준은 희연에게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공강이라 벤치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태준에게 희연이 캔 커피 두개를 들고 다가온 것이다.
"이상형이 아니라 수업을 오랫동안 같이 듣고도 아는 척도 안 하는 거야?"
태준은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네. 옆에 좀 앉을게.
네가 먼저 말 걸어주기 기다리다가 지쳐서 포기했어.
보아하니 미팅도 안 나가는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바빠?"
"어..아..아..아르바이트"
갑자기 말더듬이가 된 태준은 얼굴이 빨개졌고 그런 그를 보며 그녀는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태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 너와 사귀고 싶어"
더 이상 태준은 그녀를 멀리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희연이 아닌 함께 하는 희연이 되었다.
키가 175인 그와 얼핏 보면 비슷할 정도로 희연은 키가 컸다.
가끔 힐을 신고 다니는 희연을 본적이 있지만 그와 사귀면서 부터는 항상 단화를 신고 나왔다.
모두들 태준과 희연이 사귀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며 얼마 못 갈것이라 장담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이 좋은 커플이었고 항상 아르바이트에 바쁜 태준을 위해 그의 집으로가 솜씨는 없지만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놓기도 했었다.
구질구질 맞은 살림살이나 곰팡내를 풍기며 여기저기 찢어져 있는 벽지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런 그녀가 더욱 고마운
태준이었다.
태준은 군대 면제를 받았고 희연은 그가 군대에 있는 동안 기다려야 할 줄 알았다면서 뛸듯이 기뻐했다.
태준은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던 불운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부터 없어진 듯해서 행복했다.
희연은 중상층 집안의 딸이었고 고아에 가진 것도 없는 그를 반대할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성적도 좋다는 것에 점수를 후하게 주었고 좋은 곳에 취직하는 대로 결혼을 시켜주신다는 허락을 받고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평생을 따라다니던 불운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단지 더 큰 불행을 가져다 주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졸업을 얼마 앞두고 꽤 큰 중소기업에 면접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가뿐하게 통과를 하고 전화로 합격여부를 확인한 태준은 그녀에게
가장 먼저 알렸다.
그녀는 이렇게 기쁜 날 축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태준의 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녀가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아예 마중을 갈 생각으로 골목을 지나 큰길까지 나왔다.
무슨 큰 사고가 난건지 승용차가 전봇대를 받고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낮은 단화 한 개가 길가에 떨어져 있었다.
태준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는 아닐 거라고 아무리 재수가 없어도 이런 불행까지오지는 않을거라고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비집고 들어갔다.
희연이었다.
승용차와 전봇대 사이에 끼어 있는 희연이었다.
목이 부러진 것인지 이상하게 꺾여있는 목과 피범벅이 된 긴 머리카락, 그리고 그가 돈을 모아 선물해준 얇은 금반지.
태준은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것 처럼 느꼈다.
그녀의 장례식에는 가지 못했다.
태준을 만나지만 않았으면 살아 있을 그녀였다.
태준을 만나러 집으로 오지만 않았어도 살아있을 그녀였다.
태준을 만나지만 않았으면.. 그
를 만나지만 않았으면 이런 불행이 그녀에게 닥칠 리가 없었다.
결국그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알콜 중독자가 되어갔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모두 소주를 사 마셨고 일을 하지 않는 태준이 월세도 밀리자 집주인은 나가라고 했다.
그는 밀린 월세를 뺀 나머지 돈을 받았다.
정말 얼마 안 되는 돈이었다.
남들은 백 만원을 가지고 신발 한 켤레를 사 신는 다는데 자신은 그것에 절반밖에 안 되는 돈이 전 재산이라는 것이 우스웠다.
하늘을 향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엿 같은 일을 당해야 하냐고 소리를 질러봤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허름한 판자촌에 방을 얻었다.
보증금 50만원을 내고 월세를 선불로 10만원을 내고 나니 수중에 있는 돈은 만원도 채 안되었다.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차디찬 냉골에 누워있으려니 술 생각이 났다.
술을 사러 가게로 가보니 열시도 안 되었는데 문을 닫아 결국은 큰길로 내려왔다.
소주 세병을 사고 거스름돈을 주머니에 넣고 앞으로 그가 지내야 하는 판자집을 향해 걸었다.
주머니에 구멍이 뚫어진 것인지 동전이 빠져 굴러갔다.
그는 동전을 주우려 몸을 숙이며 걸었고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그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빌어먹을 악운은 태준을 전신마비로 만들었다.
태준을 그렇게 만든 운전자는 뺑소니를 쳤고 목격자가 있어 운전자를 잡았지만 병원비를 제외하고 3천 만원에 합의를 보자고 했다.
그 이상을 원하면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 몸으로 때우겠다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태준은 합의를 봤고 돌봐줄 사람이 없던 그는 집주인이 월세는 물론이고 뒷수발을 해주겠다는 말에 그 돈을 모두 주었다.
하지만 주인은 대소변을 받아 내기가 싫어 죽지 않을 만큼의 물과 음식물을 먹였고 제대로 닦아주지도 않아 온몸은 욕창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죽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혀도 깨물지 못하고 그렇게 짐승처럼 살았다.
얼마안가 그를 돌보는 것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내쫓을 생각만 했다.
그를 딱하게 생각한 동네 주민이 동사무소에 그의 사연을 알렸고 어느 날 인가부터는 구청에서 월세도 내주고 가끔 봉사자들이
다녀가자 주인은 발을 끊었다.
그는 전신마비 상태로 6년을 살았고 그곳이 재개발이 들어가자 다른 주민들은 이주를 했지만 그를 챙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곳을 허물 때 사람이 집안으로 들어 왔지만 욕창으로 썪어 가는 몸과 배설물의 냄새가 코를 찌르자 이불속에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코를 쥐고는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는 무너지는 벽과 천장을 보며 숨을 거두었다.
다중이의 과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나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지만 재수가 없다 없다 어떻게 저런 일을 한사람이 모두 겪을 수가 있는 걸까?
새삼 다중이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연인이 그렇게 죽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찢어 졌을까.
흠.. 다중이가 처음 날 보았을때 누군가와 닮았다고 했었는데 내가 다중이가 사랑했던 여자랑 닮았다는 거야?
"죽었을 때 나이가 몇 살?"
"스물아홉 이었지"
나도 재수가 없는 여자일까?
묵이아빠도 할머니도 다중이도 백구도 왜 모두 불행하고 남다른 삶을 사는 걸까.
아니다.
운명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모두 행복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만들 것이다.
불행한 삶을 살아온 나의 가족들.
서로 기대어 행복해지라고 이런 사람들끼리 만난 거라고 생각 한다
"다중아 이리 와봐"
"내 이름은 다중이가 아니라 태준이야"
다중이가 인상을 쓰며 큰소리로 말하면서도 나에게 다가온다.
내가 다중이를 꼭 끌어안자 다중이가 당황을 했는지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태준이는 불행하게 살다가 아주 오래전에 죽었어.
너는 다중이야.
나처럼 이쁜 여동생도, 백구처럼 귀여운 남동생도 있는 행복한 다중이야.
그리고 묵이 아빠처럼 든든한 사람이 뒤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잖아.
우리 가족은 남들이 겪을 불행을 한꺼번에 다 겪었잖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행운만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러니까 안 좋았 던 기억들은 다 잊어버려.
이렇게 예쁘고 든든한 동생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어깨위로 다중이가 흘리는 눈물로 축축해졌다.
백구도 나에게 다가와 안기며 머리를 파 묻고 꼬리를 흔든다.
출처:웃대 ice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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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다중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제 오빠라도 불러주는 거야?"
"미쳤냐? 넌 날 만나던 날 새로 태어났잖아.
그럼 몇 살인거지?
여덟 살이나 됐나?
이제부터 내가 누나 해줄게.
쑥스러워하지 말고 불러봐. 누나!"
"아이고 내가 미쳤지.
오빠 소리를 바란 게 잘못이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한결 밝아진 얼굴이었다.
귀여운 내 동생 백구야. 다중이 오빠. 항상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너무 글이 늦었죠.. 몸 상태가 너무 안 좋다 보니.. 쿨럭~
원래 이런 저질 체력은 아닌데 감기가 오래 가네요.
좀 나아진 듯 해서 출근 해서는.. 밀린 일이 많다보니 무리를 해야하고..
그러다 또 열이 오르고.. 계속 반복.. ㅠㅠ
에혀~ 변명만 늘어 놓는 것 같네요.
많이 기다려 주셨는데 죄송해요.
다음에피는.. 어떤게 올라올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손대고 있는 에피는.. 여러개인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직 마무리가 된 에피가 없다보니..
죄송한 말씀이지만 일주일 이상은 기다려 주셔야 할 지도 몰라요..
최대한 빨리 끝내서 올리도록 할게요.
개념 기부도 받고.. 정성스러운 팬픽도 받았는데 책임감 없이 중단이나 휴재는 할 수 없잖아요.
열심히 써 보도록 할게요.
다시한번 죄송하고.. 그리고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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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배달해주시는 분이 계신데, 좀 바쁘신 듯 해서 제가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