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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생뚱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흔히 연관지어서 논의되는 내용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실제 식욕과 운동강도(혹은 시간)은 운동생리학에서 꽤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입니다. 여기에서의 식욕은 자유식이를 했을 때 섭취열량을 말하는 것인데, 동물실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활발히 연구되고 있죠.
1. 운동과 식욕??
운동과 식욕이 연관이 있다는 문제는 아마 실제 운동을 해 본 많은 분들이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을 겁니다. 일단 몸이 말랐거나 소화력,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한 사람들은 운동으로 소화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분들은 식욕의 문제도 있지만 소화력의 문제도 있거든요. 그래서 운동 없이 억지로 음식을 [밀어넣어도] 제대로 소화를 못 하고 그냥 내보내는 경우가 많죠. 이런 분들에게는 식욕과 무관하게 운동이 소화기를 활성화시켜 살을 찌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정상적인 소화기를 가진 보통 사람~뚱뚱한 체형에서는 운동과 식욕의 관계가 비교적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살을 빼려는 분들은 운동을 하고 나면 [어느 때는 식욕이 줄어드는 것 같은데 어느 때는 아닌 것도 같다]고 혼란스러워합니다.
놀랍게도(?) 이건 님만의 고민거리가 아닙니다. 무려 반 세기 전의 생리학자와 영양학자들도 바로 그 문제에 호기심을 가졌으니까요.
2. 고전적인 쥐 실험
가장 유명한 고전적인 쥐실험은 영양학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Jean Mayer 박사가 1954년에 발표한 <Exercise, Food Intake and body weight in normal rats and genetically obese adult mice> 입니다. 이 실험에서는 60분 이내의 운동을 수행한 쥐가 운동을 전혀 안 하는 쥐보다 식사량이 도리어 줄었다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죠. 즉 운동시간이 0~1시간까지 가장 드라마틱한 체중감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운동시간이 1시간~6시간까지는 그에 정비례해 식사량이 증가하면서 추가적인 체중감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6시간을 넘어서면 완전 탈진상태에 접어들면서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고, 결론적으로 이 밸런스가 깨져 체중 또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결론적으로, 1시간 내외의 운동을 하는 쥐들이 체중이 가장 적게 나갔고, 그 이상 운동을 많이 해도 (탈진 상태까지 가지 않는 한) 체중이 딱히 드라마틱하지 줄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맹점이 있습니다. 지속 시간만 보았을 뿐 단위 시간당 [운동 강도]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죠.
3. 직종에 따른 열량과 체중
바로 이 문제에 관해서도 Mayer박사가 1956년에 연구를 했는데, (정말 시대를 앞서간 분입니다;;) 그때는 관리자, 사무직원, 공장원, 광부 등등 각각의 직종에 따라 체중과 열량섭취 평균치를 산출했습니다. 여기서도 앞서 언급한 쥐실험과 마찬가지로 식욕은 활동량이나 운동량과 완전 비례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순서도 위의 쥐실험과 일맥상통합니다. (여기서 직업별 노동강도는 1950년대 기준이라는 것을 참고하시고요;;)
총 열량섭취가 많은 순서 :
NO.1 매우 힘든 직종(포터, 대장장이, 광부 등)
NO.2 안 움직이는 직종(소상인, 관리직) = 힘든 직종 (농부, 공장의 단순 육체노동자)
NO.3 중간 강도 직종 (직조공, 운전사)
NO.4 낮은 강도의 직종 (일반사무원, 기술자)
일단 가장 힘든 직종의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건 상식에 부합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신체활동이 거의 없는 직종이 두 번째로 힘든 직종과 같은 수준의 열량을 먹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낮은 강도로나마 움직이는 직종이 가장 열량 섭취가 적었죠.
그래서 결론적으로 체중은
안 움직이는 직종 >> 낮은 강도의 직종 > 중간강도 직종 = 힘든 직종 = 매우 힘든 직종
위의 쥐실험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됩니다. 위의 연구 결과를 표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평균체중을 뜻하는 붉은 선은 다른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가 추가한 것입니다.)
도표 출처 : Neodynamics,LLC. (Some Rights Reserved)
* 개인적으로 이 실험이 마음에 드는 건, 비만이 사회적인 건강 이슈가 되기 이전 시기에 수행된 실험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비만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먹을 만큼 먹는 게 일상이었지만 최근에는 관리자급, 즉 상위계층일수록 체중관리에 신경을 더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하위계층일수록 고열량 저가음식 소비가 많아 비만이 많죠. 때문에 현대인을 대상으로 직종과 순수 열량 섭취를 연관하는 건 도리어 결과가 왜곡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실험에도 또 빠진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시간대비 효율의 문제죠.
4. 고강도운동과 저강도운동의 식욕 차이
위의 내용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직업의 문제이니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일단 대전제는 [똑같이 먹고 열량을 많이 소모하면 많이 빠진다]입니다. 열량을 많이 소모하면 많이 빠지는 것이야 당연한데, 사람 몸이라는 게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종일 박박 굴리며 골병드는 급행열차를 탈 수도 없습니다. 결국 체중관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적절한 운동량+식욕 제어입니다.
그런데 동일한 열량을 장시간에 걸쳐 천천히~ 소모하는 것과, 단시간에 빠르게 소모하는 것과 식욕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당연히 이걸 연구한 고마운 사람도 있습니다. 1979년 Katch VL 등등이 수행한 Effects of Exercise intensity on food consumption in the male rat 이라는 길고 긴 제목의 실험에서 이걸 연구했죠. 여기서는 (고강도 운동인에게 참으로 고맙게도) 똑같은 열량을 소모했어도 강도가 낮은 운동일수록 식욕을 더 자극해서 더 많이 먹게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즉 고강도 운동일수록 식욕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두 그룹 다 운동을 아주 안 한 쥐보다는 체중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니까 체중만으로 결과를 보면 뚱뚱한 순서대로 아래와 같습니다.
운동을 아주 안 한 쥐 >>> 장시간 낮은 강도로 운동한 쥐 > 단시간 높은 강도로 운동한 쥐
쥐 실험을 사람에게 무조건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경험적으로도 강한 운동을 수행했을 때가 식욕이 더 많이 줄어드는 건 분명 사실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측정기구와 호르몬 관련 연구가 발달된 비교적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식욕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범위는 최대산소섭취량 70%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수행할 때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살을 빼고 싶고, 식욕도 제어하고 싶다면 슬렁슬렁 걷기보다는 (할 수 있는 한) 강한 운동이 낫다는 전제는 여기서도 통용이 됩니다.
[출처] 운동시간, 강도.와 식욕|작성자 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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