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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71810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50
    조회수 : 3154
    IP : 119.195.***.230
    댓글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06 01:13:45
    원글작성시간 : 2013/05/06 00:31:36
    http://todayhumor.com/?humorbest_671810 모바일
    [단편] 고릴라 그레고리오 씨의 멋들어진 나날 (BGM)





    아침, 눈을 떠보니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가 되어 있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50 유로의 순백 면 이불을 걷어냈다. 그레고리오 씨는 자신의 양 손을 내려다 봤다. 진하고 검정색의 털에 비듬 같은 흰 먼지가 앉아있다.

    “우아오오?”

    그레고리오 씨는 300 유로의 고급 박달나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레고리오 씨는 휙 자신의 침대를 쳐다보았다. 침대 쿠션의 가운데가 움푹 주저앉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다시 뒤돌아 화장실로 갔다. 모더니즘한 디자인의 스테인레스 투성이 화장실. 그레고리오 씨는 양 옆을 휙휙 돌아봤다. 기계적이고 만화 같은 움직임이다. 그런 움직임은 그레고리오 씨의 고릴라가 된 몸을 우스꽝스럽게 한다.

    그레고리오 씨는 거울 앞에 서서 등을 꼿꼿하게 폈다. 정면을, 그리고 비스듬한 옆면을 차례대로 보았다. 그리곤 완전 옆면, 그리곤 반대 쪽 옆면, 마지막으론 뒤돌아 자신의 등을 보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고 섰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가 되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주변을 급하게 두리번거렸다. 자신이 아직 잠자리의 꿈속은 아닌지 확인했다. 의아스러웠다. 시간은 7시 58분. 그레고리오 씨는 서둘러 출근을 준비했다. 애용하는 휴고 보스의 정장 속으로 팔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민했다. 하다못해 바지만이라도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레고리오 씨는 바지에도 다리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민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결국 평소 즐겨 걸치는 브라운의 와이셔츠를 꺼냈다. 그레고리오 씨는 와이셔츠로 자신의 은밀한 곳을 가렸다. 그러자 엉덩이에 털 없는 살이 신경 쓰였다. 그레고리오 씨는 와이셔츠를 한 장 더 꺼내어 엉덩이도 가렸다.

    그레고리오 씨는 출근했다.

    그레고리오 씨의 직속상관이 물었다.

    “당신은 뉘시오?!”
    “우아고호리코오. 우하아아아! 우아고호리코오. 우하하아아아!”

    그레고리오 씨의 직속상관이 외쳤다.

    “이 곳은 고릴라 출입 금지입니다! 나가세요!”

    그레고리오 씨는 직장에서 쫓겨났다. 그레고리오 씨는 회사 정문에서 등을 바로 펴 섰다. 마르세이유 정밀. 철제 간판에 자신의 얼굴이 비췄다. 그레고리오 씨는 양 손을 들어 가슴을 번갈아 때렸다. 퉁탕퉁탕 경쾌한 가슴울림이 거리를 메운다. 그레고리오 씨는 이상하게 섭섭하지 않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슈퍼맨, 배트맨, 제임스 본드도 이기는 투명인간. 그레고리오 씨는 길거리의 여인 샤넬 가방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곤 샤넬을 뒤집었다. 샤넬에서 잡스런 서류가 떨어졌다. 빨간색 사인펜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도 함께 떨어졌다. 윙윙 거리는 남성의 심볼도 떨어졌다. 여인은 비명을 치며 달아났다. 심볼은 윙윙하고 울었다. 심볼은 빙글빙글 돌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갸우뚱 여인을 바라봤다. 여인은 멀어졌다. 그레고리오 씨는 여인의 서류종이를 한 장 띄어냈다. 빨간색 사인펜으로 글을 적기 시작했다. 힘 조절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레고리오 씨는 힘겹게 문장 하나를 마쳤다.

    「저 그레고리오는 오늘부로 일을 그만 둡니다.」

    사인펜이 반으로 꺾이고 납작하게 쪼그라들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사인펜을 버렸다. 그레고리오 씨는 회사로 다시 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직속상관이 다시 말했다.

    “이 곳은 고릴라 출입 금지입니다! 나가세요!”

    그레고리오 씨는 중지손가락을 펴 상관에게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쓴 문장을 상관 앞에 보였다. 상관은 눈만 꿈뻑꿈뻑 했다.

    “우갸?”

    그레고리오 씨는 사표를 집어 던지고 회사를 나섰다. 그레고리오 씨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홀가분했다. 카드 고지서에게 안녕. 연체 된 세금에게 안녕. 자신이 늘 못마땅한 어머니에게 안녕. 자신을 무능력하게 보는 아버지에게 안녕. 자신이 돈 찍어내는 기계인 줄 아는 약혼녀에게 안녕.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친구들아 안녕.

    그레고리오 씨는 떠올랐다. 그레고리오 씨는 시내의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가 말한다.

    “고릴라는 버스가 무료입니다.”

    그레고리오 씨는 끄덕끄덕 했다. 좌석에 앉은 백발의 노파가 자리를 양보한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갤 흔들어 노파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노파가 말했다.

    “친절한 고릴라 씨군요.”
    “우호! 우호!”

    그레고리오 씨는 버스를 타고 동물원으로 갔다. 동물원에서 긴 코의 코끼리와 긴 목의 기린이 그레고리오 씨를 반겼다. 그레고리오 씨도 그들의 환영에 화답했다. 동물원에 큰 소란이 일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동물원장을 찾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동물원장의 메모지와 만년필을 빼앗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또 힘겹게 적었다.

    「저 그레고리오는 동물원에 취직하고 싶습니다.」

    동물원장이 박수를 쳤다.

    “우리 동물원은 고릴라가 환영입니다!”

    그레고리오 씨는 큰 연봉을 받으며 동물원에 취직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동물원에 숙식처를 마련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이베르코 생햄 대신 봉골레 부르부아쵸 대신 에스카르고 식초절임 대신 바나나를 먹었다. 하루 열여덟 끼를 바나나만 먹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바나나를 좋아했다. 바나나는 맛있다.

    “저는 소퓌아라고 합니다. 그레고리오 씨의 조련사입니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에게 악수를 청했다. 소퓌아는 그레고리오 씨의 솥뚜껑 같은 손을 양손으로 넙죽 잡았다.

    “잘 지내고 싶습니다. 그레고리오 씨!”
    “우캬우캬! 우호호호!”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와 금방 친해질 것 같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가 주는 바나나를 먹었다. 바나나는 소퓌아가 준다. 소퓌아가 준 바나나는 맛있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가 순수한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에게 반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에게 바나나를 선물했다.

    “저에게 주는 건가요? 고마워요! 그레고리오 씨! 그라찌에!”

    그라찌에? 그레고리오 씨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라찌에는 이탈리아 말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프랑스 인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땅바닥에 글자를 적었다.

    「저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소퓌아는 웃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기뻤다. 그레고리오 씨는 글을 더 열심히 썼다. 그레고리오 씨는 글을 쓸 줄 아는 고릴라다. 그레고리오 씨는 인기 고릴라가 되었다. 프랑스의 사람들이 그레고리오 씨를 보기위해 줄을 섰다. 그레고리오 씨는 동물원의 간판스타가 되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 그레고리오 씨는 사람의 글을 쓴다. 동물원에 찾은 사람들은 말했다.

    “고릴라 그레고리오 씨는 최고야!”

    그레고리오 씨는 살면서 인기 짐승이 된 것은 처음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자신감이 높아졌다. 그레고리오 씨는 등을 펴고 다니는 고릴라다. 그레고리오 씨는 위엄이 넘친다. 그레고리오 씨는 멋있다. 그레고리오 씨는 이 삶이 마음에 들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동물원을 사랑한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도 사랑한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가 좋다. 그레고리오 씨는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레고리오 씨는 지금이 좋다.

    아침, 눈을 떠보니 그레고리오 씨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지푸라기 이불을 걷어냈다. 그레고리오 씨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봤다. 하얗고 뽀얀 살점에 삼삼오오 털이 자라있다.

    “뭐야, 이거?”

    그레고리오 씨는 짚단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레고리오 씨는 휙 자신의 짚단 침대를 쳐다보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다시 뒤돌아 철창문으로 갔다. 살벌한 디자인의 강철 투성이 철창문. 그레고리오 씨는 양 옆을 휙휙 돌아봤다. 사람 같고 사실적인 움직임이다. 그런 움직임음 그레고리 씨의 사람으로 변한 몸을 재미없게 한다.

    그레고리오 씨는 외쳤다.

    “여기요!”

    아무도 그레고리오 씨에게 오지 않는다. 그레고리오 씨는 다시 외쳤다.

    “여기요!”

    철창문 밑에 물이 고여 있다. 고인 물에 자신의 얼굴이 보인다.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비비고 다시 고인 물을 바라봤다.

    그레고리오 씨는 사람이 되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자신이 혹시 꿈 속은 아닌지 볼을 꼬집어 봤다. 의아스러웠다. 그레고리오 씨는 철창을 흔들었다. 찾아온 것은 그레고리오 씨의 사랑 소퓌아였다.

    “허?!”

    소퓌아는 놀랐다. 소퓌아의 눈이 켜졌다.

    “동물원에선 나체가 금지입니다! 어서 옷을 입으세요!”
    “소퓌아 씨 저는 그레고리오입니다. 저는 어째선지 사람이 되었습니다!”

    소퓌아는 나체의 그레고리오 씨를 보고 도망쳤다. 줄행랑치는 소퓌아의 뒷모습에 그레고리오 씨는 망연자실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침울해졌다. 곧이어 그레고리오 씨에게로 동물원장이 찾아왔다. 동물원장이 물었다.

    “당신은 뉘시오?!”
    “그레고리오. 저는 그레고리오입니다. 모르시겠습니까?”

    동물원장이 외쳤다.

    “저희 동물원은 사람은 고용하지 않습니다! 나가세요!”

    그레고리오 씨는 동물원에서 쫓겨났다. 그레고리오 씨는 동물원 앞에 서서 동물원을 돌아봤다. 그레고리오 씨는 알몸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실직자다. 그레고리오 씨는 뙤약볕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슬프다. 그레고리오 씨는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다.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그레고리오 씨는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기사가 말한다.

    “사람은 버스가 유료입니다! 돈 내세요! 돈!”

    그레고리오 씨는 끄덕끄덕했다.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몽땅 버스 돈통에 밀어 넣었다. 좌석에 앉은 백발의 노파가 자리를 피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갤 흔들어 노파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노파가 말했다.

    “옷 정도는 입고 다니세요!”
    “죄송합니다.”

    그레고리오 씨는 자신의 값비싼 침대에 누웠다.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감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잠을 자고 나면 다시 고릴라가 되리라 믿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잠을 청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가 되고싶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그레고리오 씨는 아직 사람이다.
    다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그레고리오 씨는 아직도 사람이다.
    다다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그레고리오 씨는 짜증나게 사람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민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다시 고릴라이고 싶다. 그레고리오 씨는 슈퍼스타로 돌아가고 싶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 시절이 그립다. 그레고리오 씨는 마음이 무겁다. 카드 고지서에게 안녕? 연체 된 세금에게 안녕? 자신이 늘 못마땅한 어머니에게 안녕? 자신을 무능력하게 보는 아버지에게 안녕? 자신이 돈 찍어내는 기계인 줄 아는 약혼녀에게 안녕?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친구들아 안녕?

    그레고리오 씨는 사람이기 싫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생각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비행기 표를 샀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들이 사는 열대우림으로 갔다. 그레고리오 씨는 정글로 달렸다. 그레고리오 씨는 숨이 찬다. 그레고리오 씨는 가슴이 벅찬다. 그레고리오 씨는 정글로 간다.

    그레고리오 씨는 정글에 도착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 떼를 찾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옷을 벗어던졌다. 그레고리오 씨는 알몸이 되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신발도 벗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양말도 벗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자연인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자유인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를 흉내냈다. 그레고리오 씨는 원래 사람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사실 자신이 없다. 그레고리오 씨는 땅에 팔을 끌고 다녔다. 그레고리오 씨는 등을 굽히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위엄이 없다. 그레고리오 씨는 볼품없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의 삶을 찾고 싶다. 그레고리오 씨는 이 삶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정글을 뒤졌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가 만나고 싶다. 그레고리오 씨는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지 않다. 그레고리오 씨는 지금이 싫다. 그레고리오 씨의 피는 열대우림 모기 떼의 일용할 양식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 떼를 만났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 떼에게 인사했다. 고릴라들은 그레고리오 씨를 보고 가슴을 번갈아 쳤다. 고릴라들은 괴성 친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들을 따라서 가슴을 번갈아 쳤다. 가슴에서 쿵쿵 소리가 안 난다. 그레고리오 씨는 괴성친다. 그레고리오 씨는 목이 갈라진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함 못 치는 사람이다. 고릴라들의 우두머리가 나타났다. 우두머리는 그레고리오 씨의 두 배의 키를 가졌다. 우두머리는 그레고리오 씨의 두 배의 손을 가졌다. 우두머리는 그레고리오 씨보다 20배는 힘이 쌔다. 우두머리는 그레고리오 씨를 때렸다. 그레고리오 씨는 우두머리의 한 방마다 몸이 휘청 였다. 그레고리오 씨는 처참하게 맞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우림을 댕굴댕굴 굴렀다. 띵굴땡굴 굴렀다. 그레고리오 씨는 우림의 나무에게 부딪혔다. 그레고리오 씨는 쓰러졌다. 우두머리와 고릴라들은 그레고리오 씨를 버리고 떠났다. 그레고리오 씨는 웃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고릴라들에게 고릴라로서 대접받았다 생각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뜨면 다시 고릴라를 찾아 떠나리라 마음 먹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기뻤다. 그레고리오 씨는 마음이 들떴다. 그레고리오 씨는 피가 난다. 그레고리오 씨는 눈물이 난다. 그레고리오 씨는 내일을 기다렸다.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감았다.

    다음날,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뜨지 않는다.
    다다음날, 그레고리오 씨는 아직 눈을 뜨지 않는다.
    다다다음날, 그레고리오 씨는 아직도 눈을 뜨지 않는다.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뜨지 않는다.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뜨지 않은지 1주일이 지났다. 그레고리오 씨의 몸에 개미 떼가 들끓는다. 그레고리오 씨의 몸에 뱀이 똬리를 틀었다. 그레고리오 씨의 몸을 하이에나가 뜯어 먹었다. 그레고리오 씨의 몸에 구더기가 생겼다. 구더기가 그레고리오 씨의 살점을 깨문다. 그레고리오 씨는 아프지 않다.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뜨지 않는다. 그레고리오 씨의 몸에서 자란 구더기는 파리가 되었다. 파리가 하늘을 난다. 파리가 하늘을 높이 높이 난다. 그레고리오 씨는 파리의 다리에 매달려 날았다. 그레고리오 씨의 살점이 파리에 매달려 날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황홀했다. 파리의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는 아름답다. 파리는 하늘을 높이 높이 난다. 푸른 강이 펼쳐진다. 파리는 하늘을 높이 높이 난다. 푸른 숲이 펼쳐진다. 파리는 하늘을 높이 높이 난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펼쳐진다. 파리는 하늘을 높이 높이 난다. 그레고리오 씨는 황홀하다. 그레고리오 씨는 영원히 파리의 다리에 매달려 살고싶다. 파리는 날갯짓하며 다리를 비비적거렸다. 그레고리오 씨는 파리의 다리에서 떨어질 것만 같다. 파리는 날갯지하며 다리를 비비적거렸다. 그레고리오 씨는 파리의 다리에서 떨어졌다. 그레고리오 씨는 열대의 우림으로 내동댕이쳐질 것 같다.

    순간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뜬다. 그레고리오 씨는 집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사람이다. 시간은 7시 50분. 그레고리오 씨는 출근 준비를 한다.

    그레고리오 씨는 300 유로의 고급 박달나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레고리오 씨는 휙 자신의 침대를 쳐다보았다. 침대 쿠션의 가운데가 움푹 주저앉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다시 뒤돌아 화장실로 갔다. 모더니즘한 디자인의 스테인레스 투성이 화장실. 그레고리오 씨는 양 옆을 휙휙 돌아봤다. 그냥 그런 움직임이다. 그런 움직임은 그레고리오 씨를 우스꽝스럽게 한다.

    그레고리오 씨는 거울 앞에 서서 등을 꼿꼿하게 폈다. 정면을, 그리고 비스듬한 옆면을 차례대로 보았다. 그리곤 완전 옆면, 그리곤 반대 쪽 옆면, 마지막으론 뒤돌아 자신의 등을 보았다. 그레고리오 씨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고 섰다.

    그레고리오 씨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휴고 보스 정장을 입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휴고 보스 넥타이를 목에 걸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출근한다. 그레고리오 씨는 버스를 기다린다. 그레고리오 씨는 심심하다. 그레고리오 씨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레고리오 씨의 눈에 익숙한 여인이 잡힌다. 그레고리오 씨는 눈을 의심한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를 보고 있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가 반갑다.

    “소퓌아 씨?”
    “예??”
    “소퓌아 씨, 실례합니다. 저는 그레고리오라고 합니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에게 악수를 청했다. 소퓌아는 그레고리오 씨의 손을 양손으로 넙죽 잡았다. 소퓌아는 그레고리오 씨의 손을 넙죽 잡고 의아스러워 한다. 소퓌아 씨는 당혹스러운가보다. 그레고리오 씨는 출근을 그만둔다. 그레고리오 씨는 출근하기가 싫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에게 물었다.

    “소퓌아 씨, 죄송합니다. 저와 커피를 한 잔 마셔주시면 안될까요?”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와 금방 친해질 것 같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와 커피를 마셨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가 순수한 여인인 것을 잘 안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의 연락처를 받았다.

    그레고리오 씨의 인생은 참 그냥 그렇다.
    그레고리오 씨는 오늘도 참 그냥 그럴 뻔했다.
    그레고리오 씨는 내일이 참 그냥 그럴 것을 잘 안다.
    그레고리오 씨는 오늘을 만끽하고 싶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와의 만남을 소중히 하고 싶다.

    그레고리오 씨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레고리오 씨의 삶은 그냥 그렇다.
    그레고리오 씨의 삶은 정말 그냥 그렇다.

    “오늘까지만.”

    그레고리오 씨는 혼자 속삭였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의 연락처를 외워버렸다.
    그레고리오 씨는 소퓌아의 연락처 메모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그레고리오 씨는 오늘까지만 그냥 그렇게 산다.
    그레고리오 씨의 내일은 그냥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레고리오 씨는 멋있는 사람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다.

    그레고리오 씨는 매일 행복을 꿈꾸는, 행복에 설레는 당신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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