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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기자 한준 기자님의 칼럼입니다.
졸전 펼친 대표팀 향한 3대 의문에 답하다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레바논 원정 경기가 한국축구계에 다시 위기론의 불을 지폈다. 조광래 감독을 대표팀에서 내쫓았던 베이루트의 악령이 이제는 최강희 감독을 집어삼킬 기세다.
시원하게 골을 넣고 멋지게 승리했을 때는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실체가 불분명한 '여론'은 신나게 대표팀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레바논을 3-0으로 대파했을 때 입장한 관중은 36,756명이었고, 지난 3월 26일 카타르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서울월드컵경기장 입장관중은 37,222명이었다. 두 경기장 모두 만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포털 사이트 댓글란과 일부 선수들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댓글란은 비난과 욕설로 만석이다.
경기 내용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대표팀의 경기력은 기대를 훨씬 밑돌았다. 골대를 세 차례나 강타할 정도로 운도 따르지 않았다. 보는 내내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안타까웠던 카타르와의 홈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경기의 끝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김치우의 프리킥 슈팅이 추가 시간에 동점골로 이어지며 한국축구는 본선 진출의 팔부능선을 넘었다.
1.최강희호는 왜 멋진 축구를 하지 못하는가?
레바논 원정에서 얻은 무승부를 통해 승점 11점을 얻은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위로 올라섰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지더라도 아시아 플레이오프, 남미팀과의 최종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는 조 3위 자리를 확보했다. 우즈베키스탄, 이란과의 마지막 2경기는 한국에서 열린다. 최강희호는 2012년 2월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부터 이번에 치른 레바논과의 경기까지 총 7차례의 예선 경기에서 4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홈 경기 전적은 3전 전승이다.
"내 역할을 불을 끄는 소방수다. 소방수에게 빌딩을 짓고 리모델링하라고 하면 안되지 않느냐.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그게 내 임무다." 최강희 현 한국대표팀 감독이 2011년 12월 부임한 이후 임기 내내 해왔던 말이다. 고사에 고사를 거듭하던 최 감독에게 대한축구협회가 내건 목표, 그리고 최 감독 자신이 수락한 목표는 한국축구 대표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최 감독은 목표 달성에 근접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 최 감독이 책임 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겼지만 실망스러운 경기력? 본선 진출을 일본보다 빨리 확정하지 못한 것? 그 과정이 편안하다고 말할 수 는 없지만, 최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서 실패하지 않았다. 물론 축구 경기에서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평가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임했으냐와 그에 따른 결과로 평가하는 것이 온당하다.
최 감독은 애초부터 아름다운 축구를 하기 위해 부임한 감독이 아니고,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부임한 감독도 아니다. 그는 예선 탈락 위기에 있던 대표팀을 본선으로 데려가기 위해 부임한 감독이다. 그렇다면 지금 비난의 핀트는 매우 어긋나있으며, 불합리하다.
2.최강희호는 왜 이동국을 편애하는가?
이동국을 향한 비난 역시 그래서 과하다. 최 감독이 이동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팬이라면 모두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이 이동국을 기용하는 이유는 철저히 기능적이다. 대표팀의 공격은 이동국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동국은 이미 K리그에서 무수히 많은 골을 넣었고,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넣어왔다. 그리고 최강희호에서도 그 역할을 완수해왔다.
이동국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쿠웨이트와의 3차예선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넣었고, 카타르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은 김신욱의 골을 어시스트했으며,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경기에서 결정적인 오른발 슈팅 득점으로 2-2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패배 위기에 몰렸던 지난 3월 카타르와의 홈 경기에서는 팬들의 '바람'대로 선발에서 제외되었지만 후반 8분에 교체 투입되어 경기 분위기를 바꿔놓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손흥민의 추가 시간 결승골은 이동국의 발리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을 밀어 넣으며 이루어 진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스페인, 크로아티아 등 유럽팀과의 원정 친선전에서 이동국을 선발로 내세우지 않았다. 이동국의 선발 출전 혹은 교체 출전은 개인적인 호불호와 상관없이, 철저히 전술적 이유로 내린 선택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이동국이 복귀하기 전의 대표팀 공격진은 기술적으로 더 뛰어난 선수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경험과 묵직함 그리고 꼭 필요한 순간의 한방이 부족했다. 이동국은 바로 그것을 갖춘 베테랑이었기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3.최강희호는 왜 일관성이 없는가?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 이후 매 경기 대표팀 선발 명단이 바뀌고 있다. 특히 풀백 포지션을 중심으로 한 수비라인의 변화 폭이 크다. 이번 레바논전에는 김치우, 김기희, 신광훈이 새로 가세했다. 허리 라인에 김남일과 한국영도 완전히 새로운 조합이었다.
그런데 최 감독이 왜 매번 이렇게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줄까를 생각해보자. 최 감독을 향해 이어진 비판은 결과가 아닌 내용에 대한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내용이 좋지 않으면 결과가 좋을 수 없다. 최 감독 역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내용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그 시점에 맞는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만약 명단에 변화를 주지 않은 채 실망스런 내용이 반복되었다면 왜 선수를 바꾸지 않았느냐, 특정 선수를 편애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경기에서 골을 기록했음에도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이동국이 결국 제외된 채 치른 이란 원정에서 최강희호는 아이러니하게도 예선 첫 번째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여론은 다시 이동국을 찾았다. 여론은 대표팀의 새로운 레프트백이자 새로운 전담키커 김치우가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그 김치우를 최강희 감독이 선발하고 기용했다는 사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책임을 지면 된다. 최 감독은 레바논전이 끝난 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는 계속해서 그래왔다.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다. 최 감독의 대표팀에 일관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 감독은 누구보다 일관성 있게 행동하고 있다. 여론이야 말로 일관성이 없다.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은 현재 매우 높은 상황이며, 최 감독은 임무를 완수하고 떠날 것이다. 어려운 순간에 어려운 일을 하고 떠나는 이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 물에서 빠진 이를 구해줬더니 봇짐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옛 속담에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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