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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인 M의 이야기다.
우리가 근무하던 회사에 아르바이트생으로 A라는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여자를 밝히는 사장이 직접 채용한 A는 너무나도 예쁜 아이였다.
게다가 일까지 잘했다.
그녀는 눈치가 빠르고 심하게 나서는 법이 없어서 남자 사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M도 기회를 엿봐 A에게 접근을 했다.
M은 남자인 내가 봐도 정말 잘 생긴 친구였다.
A도 M이 싫지만은 않아보였고, 두사람이 사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한발자국만 더 디디면 될 것 같을 때마다 A는 매번 멀어지는 것이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 M도 꽤나 마음이 식어가는 눈치였다.
그도 원래부터가 성미가 느긋한 친구가 아니었다.
어느날 M은 마지막으로 "마음이 없으면 확실히 말해달라" 며 강하게 그녀를 압박했다.
그러자 A는 눈물을 뚝뚝흘리며 M을 좋아하지만 자기를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있기 때문에 그와 사귈수 없다고 했다.
갑작스레 스토커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들어봤자 M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일단 이야기 중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전화하라고 M은 전화번호를 A에게 알려주긴 했지만 그는 차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어쨌거나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죽었다.
살던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즉사였다.
A가 몸을 던지기 직전이라고 추정되는 시간대에 M의 핸드폰의 착신이력에 몇번이고 A의 번호가 남아있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A의 핸드폰은 발견되지 않았다.
몇가지의 의문을 남긴 채 A의 죽음은 자살로 종결지어졌다.
A에게는 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뒷처리는 모두 회사에서 했다.
M도 그 뒷처리의 일환으로 A가 살던 방을 빼러 그 집을 찾아갔다.
남아 있는 물품이라고는 젊은 아가씨 답지않게 몇 안되는 옷가지와 약간의 식료품, 이불이 전부였다.
A는 정말로 긴 시간을 스토커에게 쫓겨다녔던 것이다.
사실 A가 죽던 그날, A가 M에게 여러번 전화를 했던 그 시간.
나와 M은 같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의 전화는 분명 일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다.
짜증나니까 매너모드로 해두고 일부러 받지않았었다.
A말고도 여자는 많다며 우리는 웃고 떠들었다.
그 날 A에게 있어서 우리들이 마지막 희망이었던걸지도 모른다.
한동안 마음이 답답했다.
M은 점점 상태가 이상해져갔다.
밤에도 잠들수 없다고 했다.
확실이 A 사건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하지만 딱히 여자친구였던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까지 괴로워하냐며 나는 M에게 말했다.
냉정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A보다는 살아있는 내친구 M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M은 나에게 핸드폰에 남아있는 착신 이력을 보여주었다.
소름이 돋았다.
A의 번호가 빼곡히 남겨져 있었다.
내가 보고있는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그녀의 번호로 전화가 오고 있었다.
M은 새파랗게 질려 떨고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A의 핸드폰은 현장에서 사라져 있었다.
지금 전화를 걸고있는 누군가가 바로 A를 죽인 범인 일수도 있다고 생각한 나는 전화를 받았다.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희미하게 숨소리가 들렸다.
여자인가?
"너 누구야!!!!"
나는 그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높고 신경질적인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전화가 끊기고 말았다.
그 웃음소리가 A의 목소리였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질 나쁜 장난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M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 입원했다.
나는 요즘들어 매일 A의 꿈을 꾼다.
살아있을 때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 앞에 서있다.
말을 걸려고 하면 이루 말할수 없는 불쾌한 소리가 나면서 A의 모습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뇌가 튀어나오고 피투성이의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M의 전화를 받았을때 들었던 그 웃음소리와 똑같은 소리가 들린다.
A는 나를 원망하는 것일까.
왕따를 당한 아이는 가해자보다도 주변에서 방관한 친구들을 더욱 원망한다고 한다.
아니면 단지 나는 죄책감때문에 이런 꿈을 꾸는 것이고, 그때 전화를 한 그 사람은 A의 스토커였을 수도 있다.
여자가 여자를 스토킹하는 경우도 있는 걸까?
그때 그 웃음소리는 확실히 여자의 웃음소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다.
아니 이제 더는 생각하지 않기도 했다.
M처럼 정신이 불안정해지기 전에.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보인다.
창문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A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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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비비스케스케(http://vivian912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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