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지방대 물리학과 휴학중인 학생입니다. 요즘 따라 학력 열등감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일상생활하기도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사실 이 학교도 현역으로 온 것이 아니라 재수해서 왔고요, 올해 삼반수까지 했습니다. 제가 삼수까지 한 이유는 물리학과가 싫다던지, 취업시 불리할까봐가 아닙니다.
사실 저는 중학교때부터 수학 및 물리학 같은 순수학문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역 때도 수학과에 일단 진학해보자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입시판에 덤볐지만 실패.. 남자라면 독하게 재수 해봐도 좋다는 주변의 권고에 독하게 재수를 했고 또 실패.. 이 때 진짜 멘탈이 아작나는 경험을 합니다. 어릴때 나름 영재라는 소리 듣고 자랐는데, 나도 꿈이 있었는데 수능 점수가 뒤따라 주지 않아서 크게 좌절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 삼반수 도전~~ 일단 지방대 물리학과 넣고 휴학을 감행. 이 때는 정말 미친듯이 공부했습니다. 학원에서 원장님이 “너 같이 공부하는 놈은 진짜 성공할 놈이다” 라며 기대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죠.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다른 과목은 다 올랐는데 약한 과목이었던 국어에서 대참변이 일어납니다. 믿었던 탐구2마저 등급컷 오르면서 저는 지금 제가 다니는 학교도 못 들어가는 성적이 뜹니다.
수능이 끝나고 사실 울음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 멘탈은 이미 재수때 처참히 망가져있어서 삼수를 실패하니 더 이상 마음의 상처가 날 곳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엄마도 그저 무덤덤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시려 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시 예비번호가 제 앞 2명에서 끊긴 날 혼자 화장실에서 오열을 했습니다. 누구한테 하소연할 곳도 없었습니다. 제 또래 애들은 이미 대학 들어가거나 벌써 취직한 애도 있었고 연락하거나 만날 친구들은 별로 없었어요. 있다하더라도 그런 애들한테 제 사정 말해봤자 걔네들 입장에서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나는 정상적인 생활하고 있는데 왜 너가 인생실패한 푸념을 나한테 하는건데? 라고 생각할거고. 친구도 잃고 꿈도 잃고 무엇보다 가장 비참한건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희망마저, 마지막 지푸라기 마저 놓쳤다는게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퍼요.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된다고 공대 전과나 하라고 엄마는 말씀하십니다, 사실 엄마 말씀이 옳은게 공대로 전과하면 저희 학교 특성상(공대만 밀어줌) 웬만한 기업은 다 취업 보장이고 사회나가서 학력도 꿀리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는 제가 별로 공부하고 싶지도 않은 과목을 전공과목으로 들어야 하고, 졸업후에는 어지간하면 취업을 준비해야 되요. 나는 학계에 남아서 더 공부하고 더 연구하면서 살고 싶은데, 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 들어가서 평범하게 살아야 하나.. 그렇다고 물리학과에 남아서 대학원코스를 밟자니 제 학력이 걸림돌이 될게 뻔해요. 서울대도 아니고 지방대생이 순수학문 파겠다는 건 한국에서 객관적으로 너무 불리해요. 평생 학력 컴플렉스에 시달릴 걸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네요
일단 두서없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따뜻한 위로도 좋고 따끔한 훈계도 좋으니 제발 뭐라도 답급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충고면 더더욱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처럼 입시 실패하고도 꿈을 이룬 분들이 사회에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런 분들 자서전이라도 읽으면 힘이 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