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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만취된 상태로 황급히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양주에 진을 마셔 속은 이미 뒤집힌 상태로
집에 가서 편히 잠들었으면 좋겠단 생각에 시계를 봤다.
시계는 11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역 앞에 다다른 순간 담배 한개피를 꺼내 물고
불을 붙여 한모금 마시고는 내뱉는 연기 사이로 그림자가 보였다.
숨을 헐떡대며 내 시야에 밝아 오는데
발걸음과 행동 모든 게 불안해 보였다.
오늘의 마지막 전철에 함께 올라탈 여자인 것 같았다.
그는 우연을 핑계로 간단한 말이나 한 번 붙여보기로 했다.
이봐요, 아가씨
그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며 가는 여자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지만
따라가 계단 앞에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깨에 손이 닿을 때 그녀는 너무 놀란 듯 공중에
떠버렸고 그녀의 몸과 마주쳐버린 눈이 공포에 외마디 비명과 함께 떨어졌다.
그녀는 바닥에 고개는 꺾인 채 눈 앞에 흥건한 피로 차갑게 죽어있는듯 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아직 날 찾고 있었다.
새벽 퇴근길 도시의 붉은 안개가 짙었다.
느긋하게 가다가는 막차를 놓칠 게 분명하기에
그녀는 숨이 차게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지하철의 문틈 사이로 간신히 올라탔다.
숨돌리고 앉아보니 벌써 1시 10분이었다.
그녀는 덜컹거리는 소리 속에 차가운 기분이 느꼈다.
밤을 샌 학생도 잠든 취객도 없는 침묵만이 있는 전철엔
오직 그녀와 저기 먼 구석에 앉은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둘뿐이었다.
그녀는 먼 구석에 앉아 있는 연인들을 보고 왠지 모르게 자리를 바꾸고픈
생각이 들었지만 느껴지는 시선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먼 구석, 남자 옆에 있는 여자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봐도 여자는 내게 시선을 고정했고 그녀는 왠지모를 소름을 느꼈다.
눈을 떴다 감아도 낯선 여자는 무표정이었다. 그녀의 이마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전철이 세번째에 멈추고 방금 탑승한 한 남자가 그녀의 맞은편
좌석으로 서서히 다가오자 그녀는 작은 안심을 느꼈다.
문 닫히고 떠날 때 그녀는 남자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여자쪽을 보니
아직도 여자의 시선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 탄 그 남자도 그녀는 그 남자를 수상하게 느꼈지만
그 남자는 가뿐 숨소리로 속삭이며 다급하게 말했다.
저기요. 다음 역에서 빨리 내리세요.
그녀는 갑작스런 그의 말에 당황하며 물었다.
왜요?
그러자 그는 내 귓가에 넌지시 말했다.
저 여자... 죽은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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