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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 이런 주제로는 반복해서 글을 쓰지 않을 예정입니다. 당연한 이야기들을 구호로 외치는 것은 분명 서글픈 일이지만, 저는 가까운 시간 안에 이 구호가 우리의 삶 속에 당연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퀴어퍼레이드에 참석에 큰 의의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제 친구들을 오랜만에 볼 수 있는 기회이고, 거리 한복판에서 시끄럽게 춤을 추며 놀 수 있는 시간이며, 약자들이 모여 주인공이 되는 신나는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게이를 지지하느니 마느니 같은 이유들은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으며, 이 퍼레이드에 그런 무거움을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예정대로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퍼레이드의 현장에서는 ‘동성애는 죄악이다’라는 이야기를 쏟아내며 혐오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난 후 ‘너희들이 옷을 벗고 퍼레이드를 하는 것은 혐오감만 부추기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그렇게 시끄럽게 굴기에는 시기상조다’라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사람들이 게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전제합니다.
‘나도 이해는 하지만…’
아주 예전에 이런 전제 없이도 혐오와 비난이 가능했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정도면 되었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퀴어퍼레이드를 포함한 소수자 투쟁의 궁극적인 목적은 ‘덜 차별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차별받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죠.
주류개신교에서 축제를 방해했습니다. 아마 그들이 표면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동성애는 하느님의 창조원리를 벗어난 죄악’ 정도가 될 것입니다.
교회의 언어는 아무래도 교회의 방식으로 답을 해야겠지요. 예수의 말씀 중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뽑으라면 저는 아무래도 ‘보편성’입니다. 예수는 과거에 있었던 모든 기준을 뒤엎었지요.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율법을 완성시키러 왔다’라는 메시지는 그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겠지요. 당신이 재산이 얼마나 있든지, 어떤 병에 걸렸든지, 성별이 어떻든지 모두 하느님의 자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수가 선포한 적은 이 ‘자녀들’을 핍박하고 착취하는 자들이었습니다. 예수는 생의 마지막에 예루살렘으로 들어가 ‘제사장’들을 향해 진노했지요. 교회에서 신을 팔며 장사를 하는 자들. 자기 목에 값비싼 진주를 위해 누군가의 목숨 하나 둘 쯤은 우습게 여기는 권력자들. 예수는 목숨을 걸고 그들을 향해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습니다.
예수는 분명히 ‘하나님의 나라에는 자격이 없다’ 라고 이야기 했는데. 주류개신교인들을 보면 저는 예수가 목숨을 걸고 비난한 그 제사장들이 생각납니다. 예수를 팔아 교회기득권을 유지시키고 약자와 소수자를 괴롭히는 모습. 신 대신 로마와 결탁해 자신의 기득권을 보전 받았던 자들. 저는 그들에게 성경을 다시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한구절만 붙여드리지요.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마태 7장 21절)
세련되어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으나 그렇게 멋지게 포장한 혐오는 오히려 더 선명하고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들을 인정은 해야겠지만 그렇게 벗어젖히는 축제는 혐오감만 부추길 뿐이고 한국 땅에서는 시기상조다.” 라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퀴어퍼레이드 등 성적 소수자운동의 지향점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운동들은 ‘우리들을 사랑해 주세요.’가 아닙니다. ‘우리들을 차별하고 욕하지 말아달라’는 운동입니다. 그러니까 바꾸어 말하면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운동입니다. ‘연예인’이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감정에 그럴싸한 이유를 가져다대면서 혐오를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나는 게이가 싫다.” 라는 주장에 “그들은 축제에서 옷을 벗어젖히기 때문이다” 라든가 “그들은 목소리가 변태 같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를 붙인다고 해서 그 명제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당신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게이가 싫다”입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당신생각에 그럴싸한 이유를 붙인 혐오가, 그 이유 때문에 정당한 비판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기상조라는 말이라도 지금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이 지적했던 그 ‘시기상조적인’ 행위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당신은 ‘게이 같은 새끼’라는 말을 고민 없이 내뱉을 수 있었겠지요.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방안에서 나 혼자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자유의 영역이지만 담배연기를 누구 코에다 강제로 내뿜는 행위는 ‘제한’되어야 할 자유의 영역입니다. 당신의 ‘동성애 혐오 사상’은 누구도 제한할 수 없지만, 공공연히 ‘혐오’의 발언을 일삼는 것은 어떤 개인의 평안과 안녕을 해치는 일이므로 제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한국의 퀴어 인식전환률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일종의 긍정적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과도기라고 표현을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 해 한 해 바뀌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인상 깊었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지들이 저래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뭐할라꼬 반대를 하노, 안쓰럽지도 않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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