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아마 이 글 금방 지울 듯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읽어주세요... 사실은 위안을 받고 싶은 것일지도..
음.. 저는 이제 29된 여자입니다.
그간 남자친구는 꽤 여럿 사귀었었는데 관계는 갖지 않았어요.
사실 다들 결혼할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한 사이이긴 했는데,
20살이후로 가장 오래 솔로였던 기간이 1년 반 가량이고
가장 오래 사귄 사람은 3년 정도 사귀었는데도요.
그냥 제가 관심이 없거나, 괜히 무섭거나 해서요...
한 달 전에 온라인으로 한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두 살 많아요.
이전 연애에서 많이 힘들었던 사람이라서
사람한테 마음 잘 못 연다고 하는 사람이었어요.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최근 2주 정도 전화로 깊은 대화를 하면서
여태까지 만났던 어떤 사람보다도 그 사람에게 끌리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저께... 그 사람이 집으로 절 초대했습니다. 만나는 건 두 번째였구요..
저를 초대하면서 정말 세심하게 하나하나 다 신경을 쓴 게 고마웠습니다.
집도 여러 번 청소를 하고, 마실 것들도 종류별로 사다 두고,
집에 사람들 초대 잘 안 한다던 그가, 제겐 '네 집처럼 편히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했어요.
같이 하고 싶었던 게 너무 많다고.
음악도 듣고, 직접 커피도 내려주고, 산책도 하고, tv에서 하는 영화도 보고..
그러다가 같이 나란히 누워서 얘기하게 되었는데,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고, 입맞추고... 하다가...
.....관계맺게 되었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이토록 나와 비슷하고 끌린다고 느꼈던 사람도 없었고,
사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도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도,
이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꼈고,
후회하지도, 슬프지도, 억울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 했을 것 같아요.
두 사람 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오늘 저는 난생 처음 산부인과에 갔고,
처방을 받아서 사후피임약을 복용했습니다.
어쩐지 이상한 눈빛으로(제 자격지심인건지..) 젊은 남자 약사가,
"이거 가능하면 빨리 드세요." 하길래,
약을 받아서, 보란듯이 그 자리에서 약을 삼켰어요.
그 사람은 동일해보입니다.
오늘 새벽에도, 이 집이 네게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다시 또 만나고 싶다,고.. 자신에게 내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목소리도 태도도 변하지 않았어요.
이 사람을 생각보다 제가 꽤나 좋아하고 있다는 것에 당황스럽고,
그 동안은 비겁하게 사랑 받기만 하면서 살아왔지만
이 사람에겐, 정말 좋은 사람이 되어 주고 싶어요.
팔 벌려 가득,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상처받을 각오 하더라도..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자꾸 쿨한 척 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에게서 다른 남자들에게서 보지 못했던 슬픔을 자꾸 보게 되니까...
내가 그의 과거의 다른 여자친구들처럼 슬픔과 상처가 될까봐 두려워서 그런 건가봐요.
상처를 주고, 상처받을까봐...
그래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어쩌고 하면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하고,
마치 그냥 즐겁기만 했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말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거 조금, 아주 조금 두렵네요.
어차피 그를 마음에 두고 있었고, 건강한 성인 남녀니까 일어날 일이었다고 해도,
시기를 늦췄어야 했던 걸까... 혹시 그의 마음이 식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게시판 볼 때마다 코웃음쳤던 그 '신파조의 고민'을
그대로 제가 하고 있네요...
남자분들... 생각보다 관계를 빨리 맺게 될 때...
마음이 빨리 식어버리기도... 하나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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