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칼럼
심리학 용어에 ‘자기애적 분노’(narcissistic rage)라는 게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의 심리학자인 하인즈 코헛이 창시한 ‘자기 심리학’(self psychology) 이론 가운데 나오는 용어다. 코헛에 따르면 자기애적 분노는 자신의 위대함과 전능함에 대한 자기애적 욕구가 외부 대상으로부터 공감받지 못해 생기는 구조적 결핍에서 기인한다. 자기애적 상처로 인해 표출되는 공격성 안에는 자기에게 상처를 준 이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욕구,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욕구, 그리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상처받은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려는 욕구가 잠재돼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온 ‘분노의 정치’를 볼 때마다 이 심리학 용어가 떠오르곤 한다. 박 대통령이 젊은 시절 겪었다는 트라우마 등을 고려하면, 그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자기애적 분노가 시시때때로 분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의 분노는 단지 국내 정치에 머물지 않고 외교·안보 차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각종 강공책과 감정적 언사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자기애적 분노의 표현 방식 중에는 자해(self-mutilation)도 포함돼 있다. 자신을 배신한 상대,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 자신을 모욕한 사람들에 대해 ‘자신의 고뇌와 절망의 크기’를 깨닫게 하려는 욕망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북한의 돈줄을 죄겠다며 한국 기업들을 줄도산의 사지로 몰아넣은 개성공단 폐쇄도 일종의 자해행위에 해당한다. 요즘 이 정부가 하는 행동을 보면 이런 정신병리학적 해석이라도 갖다 붙이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뿐이니 참으로 답답하다.
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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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보다 미친 년이 더 무섭다. 주어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