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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끝난 JTBC의 밤샘토론은 토론자의 면면을 볼 때 상당한 기대를 했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우리네 속담이 얼마나 정확한지 새삼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났다. 특히 전략적으로 표창원만 노린 이준석의 형편없고 교활하며 수준 낮은 말장난에 놀아난ㅡ마지막에 이를 깨달았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ㅡ표창원의 대응은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하버드대학에서 배운 것이 말꼬리 물고늘어지기나 논리적 비약과 토론의 기본적 규범도 무시한 채 억지주장만 따발총처럼 떠들어대기라면 하루가 다르게 새누리당스러워지는 이준석의 전략은 성공했다 할 수 있다. 자아도취적 성향이 박근혜의 수준에 이른 이준석의 전략은 너무나 속이 보여서 별도로 언급한다는 것이 창피할 따름이지만, 표창원의 미래를 위해 조금만 언급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시청자와 현장의 판정단이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 이준석의 전략은 더불어민주당의 표를 잠식할 국민의당 토론자인 김경진에게는 노골적인 구애를 펼치고, 새누리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정당인 정의당 토론자 조성주는 무시하는 채 표창원만의 말만 물고늘어지는 것이었다. 박근혜의 폭정을 뒷받침하고 있는 새누리당 토론자로서의 이준석의 전략은 표창원에 대해서만 유효했다.
조성주와 김경진이 이준석의 폭주를 제지하지 않은 것은 거대양당의 틈새를 파고들어야 하는 그들만의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지극히 새누리당스러운 이준석의 공격에 냉정을 상실한 표창원의 실족은 신랄한 비판을 받아도 부족할 정도였다. 특히 표창원의 실족은 그간의 찬사(필자도 한몫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에 취했는지 이미 총선에 승리한 자처럼 토론에 임한 것에서 발생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질적으로 형편없는 이준석의 말장난과 고압적 자세에 과잉흥분해 말까지 더듬었던 표창원의 실족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것만이 아니다, 조성주와 김경진이 발언할 때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는 행동도 승자가 조언을 듣는 모습에 다름 아니어서 (자신의 실족을 감추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건방져 보이기까지 했다. 아직 게임은 시작도 안됐는데 표창원은 게임이 끝났다는 듯이 토론에 임했다.
이준석의 전략이 실패해서 조성주가 올빼미논객으로 뽑혔다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이준석은 오늘의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흥행을 주도했던 표창원을 궁지로 내몰았고, 토론의 끝에 표창원이 자신의 실족을 인정했다 해도 새누리당 토론자로서의 목적은 200% 달성했다고 봐야 한다. 시청자에게 표창원의 흥행몰이가 속빈 강정이 아니었느냐 하는 의문이 들게 했다는 점에서 이준석의 전략은 표창원에 대해서는 더없이 유효했다.
정의당의 기대주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소심했던 조성주와 평론가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김경진이 어부지리를 얻은 오늘의 토론은 표창원만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모든 인재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수많은 정치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일관되게 주장했듯이, 정치는 말이다. 실천은 그 다음이며, 책임을 지는 것은 그 다음의 다음, 즉 선거에서 승리했거나 정권을 잡았을 때나 적용된다.
TV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박근혜의 충견을 자처하는 지상파3사에서 제대로 된 토론 프로그램이 사라진 현실을 감안할 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면 두 번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수백 년이 흘러도 다시 나오기 힘든 노무현은 고사하고, 현재의 표창원을 유시민과 비교하는 것도 지나치겠지만 그들에 근접할 정도의 토론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정권탈환은 불가능하다.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언론생태계와 나라를 팔아먹어도 새누리당만 찍는 35%의 유권자들을 고려할 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유시민을 떠올리게 하는 은수미 의원 정도의 토론능력은 갖추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다른 선진민주국가들에 비해 오락과 드라마의 지나친 과잉 속에 파묻혀 터무니없을 정도로 희소해진 TV토론에서 총선 승리라는 절대과제를 풀어갈 수 있는 단초라도 끌어낼 수 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거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한가하기 그지없는 말로 오늘의 토론을 넘어가려 한다면, 이명박근혜로 대표되는 친일수구세력의 대한민국 말아먹기와 장기집권을 저지할 수 없다.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때만 진보정당도 부활할 수 있다. 너무나 아쉽지만 정의당과 노동당, 녹색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이루거나 원내 진출에 성공할 때까지는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야 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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