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보류 갈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태움에 대한 글을 읽고 많은 댓글을 일고 한마디 해보고자 합니다.
간호사 10년차 입니다.
흔히들 말씀하시는 빅3나 대학병원에 있어보지 않아서 그런곳의 사정은 잘 모릅니다.
물론 얘기를 많이 듣기는 했죠.
차트로 머리를 맞았다는둥, 부모욕을 한다는 둥..
그런얘기 듣고 쌍욕을 했습니다. 그걸 그냥 맞고 있었니 싸대기라도 날리지 그랬냐...
많은 분들의 말씀이 맞습니다.
인격적인 모독, 물리적인 폭력 등 정말 있어서는 안되고 없어져야 할 것들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에(군대에서조차 폭행이라면 치를 떨었습니다 전)
필요악이니 하는 말도 안되는 것들로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헌데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베오베에 갔던 글이나 댓글들의 대부분이
"의료에 관해 서투르고 맘 여린 신규 간호사"의 입장에서만 작성된것 같아서 입니다.
제가 겪은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볼까요..
참고로 수술실 근무 하고있습니다..
몇주 전 후임 간호사가 일하는 방에 제가 들어가 이것저것 점검하고 있었죠.
아무생각없이 보고 있는 다 들어간 수액을 바꾸더군요.
음 잘하고 있군.. 하고 보고 있는데 교환하는 도중에 공기가 들어가 수액줄에 15~20cm정도 공기가 차 있는 겁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주고 있더군요.
화들짝 놀라서 좀 큰소리로 (그냥 제가 쓰는 말투 그대로 쓰겠습니다. 뭐 어려운건 아니니 다들 알아들으실겁니다.)
"야! 뭐하는거야! 라인에 에어 안보여!!??" 했죠.
"아 죄송합니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에어 있으면 엠볼리즘 생기는거 모르냐? 엠볼리즘 생기면 어쩔래..."
"아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이 아니고~ 아 참.. 좀 정신차려라..."
"네 죄송합니다"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참 착한 녀석이죠. 사과도 잘하고.
이정도는 문제 없죠.
근데 똑같은 상황이 며칠전에 또 발생한겁니다. 제가 프리셉터라서요..
"야! 에어찼자나! 뭐하는거야!"
"아 죄송합니다!" (사과는 잘해요 이친구가 ㅎㅎ)
"아 진짜 너 왜그러냐! 너 이러다 죽으면 니가 책임질거야? 뇌혈관 막으면 왜죽었는지도 모르게 죽을텐데 그럼 니책임 아니다 이거냐? 어?"
"죄송합니다..."
"정신 똑바로 안차릴래? 어? 장난하러 오냐? 뭐 차 고치냐? 해보고 문제생기면 다시하면 되는 일이냐? 어?"
"죄송합니다..."
이런식의 태움이 한 오분간 진행되었고 그 친구는 결국 좀 있다가 화장실 가서 울고 오더군요. 눈이 벌개져서요..
근데 문제는 퇴근할떄 통화내용이었습니다.
"아 별것도 아닌걸로 사람 쥐잡듯이 잡드라고. 수액중에 공기 좀 들어있다고 쌩 난리를 치더라.. 좀 들어가도 괜찮타더만..."
헉..................
네 괜찮을 수 있죠. 막말로 1000명중 999명은 괜찮을 겁니다.
1000명 다 괜찮을 수도 있어요.
근데 의료라는게 안그렇잖아요.
1000명에 하나던 10000명에 하나던 그 하나 안생기가 하기 위해 그렇게 조심하고 주의하고
뻘짓같은 짓들도 시간들이고 돈들여서 하는겁니다.
그게 의료입니다.
혼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거에 쥐잡듯이 잡는, 흔히 말하는 태움이 되겠지만요..
많은 댓글들이
태움은 좀더 합리적인 방법을 찾지 못해 하는 악습이다. 라는 태도의 글들이 보였는데요..
합리적인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교육. 대학과정동안 배우고 매달 병원에서 교육하고 2주마다 과별로 교육합니다.
다정다감한 말투. 저 안그럴거 같아요? 이쁘고 여리여리하고 파릇파릇한 20대 중반 여자애들 30중반이 넘어가는 남자인 제가 그렇게 안할거 같나요?
반복학습. 무슨 유치원생 교육시키나요? 대학 전문교육까지 받고, 국가고시 패스까지 한 성인을 붙잡아 놓고 할 수 있을때까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시켜야 하는건가요?
그냥 티비에 자주 나오고 주변에 자주 보이니까 병원도 직장이고, 간호사도 그냥 저냥 의사가 시키는 일만하는 사람같나요...?
의사 아니면 뭐 간호사가 하는 것들 환자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을것 같아 그러시나요...?
투약사고 한 번 잘못나면 그냥 죽어버리는게 환자분들이세요.
차트 이름한번 잘못보면 혈압, 당 조절 안되서 혼수까지 가시는게 환자분들이세요.
이런분들 모시고 낫게 해드리려고 땀 뻘뻘 흘려가면서 뛰어다니는데...
뭐 별것도 아닌 실수 같은데 드럽게 태운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되시나요...?
답답해서 끄적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