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에서 고검검사들의 경우 2년 지방고검 근무를 하면 다음 인사에서는 서울고검으로 발령을 낸다. 4년 연속 지방근무를 하도록 하지는 않는게 그동안의 관례다.
정년(검사정년은 만 63세)이 얼마남지 않은 한 고검검사는 "고등검찰청 검사들은 지방에서 2년 근무하면 다음에는 서울고검에서 2년 근무하고 다시 지방고검으로 발령을 낸다"면서 "윤석열 검사나 박형철 검사의 경우에는 아주 특이한 경우다. 이건 나가라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주변 지인들에게 "설마 (인사를)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생각 안 했는데, 이렇게 났다"고 한탄한 것으로 전해졌다.
▶ 윤석열 검사도 대구고검에서 대전고검으로 발령났는데 사표를 내라는 얘기냐?
= 법무부나 청와대에서는 사표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큰 인사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윤석열 검사는 당분간 검찰을 떠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사는 인사가 난 직후 지인에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검찰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검사는 "자신이 사건에 관여는 안하지만 검사들이 공소유지 할 때까지는 (팀장으로서) 자리를 지키는 게 도리"라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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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진행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장 위반 등에 대한 재판에는 윤석열 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 그리고 3명의 수사검사 등 5명이 관여했다.
그런데 윤석열 검사는 지난 2013년 말에 이미 직무 배제됐고 박형철 검사는 그나마 대전고검에서 재판이 있을 때마다 서울로 출장을 가서 재판에 관여했다.
그런데 사표를 냈으니 팀장과 부팀장이 사라진 상태에서 평검사 3명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재판은 때로는 기 싸움도 해야 하는데 팀장과 부팀장이 인사에서 연속으로 물을 먹고 쫓겨나는 현실을 보면서 검사들이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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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나 상부의 지시(부당하건 아니건 관계없이)에 맞설 경우 확실하게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인사라는 얘기다.
검찰의 인사를 잘 아는 전직 검찰 고위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강금실 법무장관을 임명한 것보다 더 검사들에게 모욕을 준 인사"라고 평가하면서 "그런데도 검사들이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장 인사 때부터 깜짝놀랐다. 이번 인사는 학살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이번 인사는 메시지가 확실하다"면서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면 요직으로 중용하겠지만 (부당한 지시라도) 따르지 않을 경우 분명하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걸 공공연하게 드러낸 인사"라고 평가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변호사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인사를 한 적은 없다. 이번 인사는 거의 보라는 듯이 했다"면서 "이거는 국민의 눈치를 안 보는 거고, 검사들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사인을 주는 것으로 정말 잘못된 인사"라고 평가했다.
한 중견검사도 "그동안 근평이 나빴던 검사나 징계를 받았던 검사들은 줄줄이 복귀시키면서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검사들은 승진에서 누락시키거나 불이익을 줬다"면서 "확실하게 줄을 세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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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이 무죄가 날 수도 있는 거냐?
= 예단하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7월 13대0 이라는 아주 이례적인 전원합의체 판결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국가정보원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이 잘못됐다며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라며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건의 실체도 아닌 증거능력을 문제삼아 유무죄 판단없이 파기했으며, 그러면서도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보석 신청은 불허했다.
법률전문가들조차 결과적으로 유죄인지 무죄인지, 판결이 말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서울 고등법원의 파기항소심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검찰에서 공소유지를 담당해야 할 박형철 검사를 사실상 쫓아내다시피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없던 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증폭 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지만 사실상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 아니었나 하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