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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6096
    작성자 : 디시브
    추천 : 19
    조회수 : 4193
    IP : 121.172.***.31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4/03/24 19:29:48
    http://todayhumor.com/?panic_66096 모바일
    술집에서 부탄가스 터질뻔한 썰 <BGM>
    Oil leaking butane gas.jpg


    때는 바야흐로 5년전... 내가 군대가기도 훨씬 전이었을 거임

    그냥 할일없는 주말에 아는 형과 함께 술이나 한잔 걸치고 노래방이나 갈까 하고 만났는데

    만난곳이 우리 동네였는지라 내가 제일 친구들이랑 많이 가는곳으로 직행 ㄱㄱ했음

    딱히 안주가 싸거나 맛있거나 그러진 않은데 지난번에 친구한명이랑 그 맞은편 골목의 이상한데를 갔었는데 갔다가

    주인 아줌마가 난데없이 만원을 더 거슬러주길래 만원 더 거슬러주셨다고 했더니

    아줌마가 화내면서 자긴 제대로 줬다고 하길래 만원 더 받아서 도망치듯 나왔었는데 하필이면 형이 거기 가자고 하는지라 

    거긴 던젼이라고 대충 얼버무리고 그 맞은편에 있는 단골집으로 가자고 했음



    한여름의 열대야때문인지 밤이었지만 매우 더웠고 시원한 에어컨을 기대했던 일행은 문을 딱 열고 들어서자마자 멈칫 했음

    문을 열기가 무섭게 매장 안으로부터 밀려나오는 미지근한 공기가 젖어서 쪼그라들은 티셔츠에 스며들며 반갑게 맞아주자 신나는 얼굴로 

    문을 열었던 나와 형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번졌고 형은 애써 웃음을 지으면서 음 너무 더운데? 라며 몸을 돌려 가자는듯한 제스처를 취했음


    그런데 마중나온 아르바이트생이 우리가 첫손님ㅎㅎ방금 에어컨 켰어요 드립을 치면서 선풍기까지 깔아주겠다고 하자

    우리는 호갱임을 인정하고 테이블에 앉았는데 알바생이 주문받을생각은 안하고 구석탱이에 가서 끙끙거리길래 보니깐 거의 사람크기만한

    대형 선풍기를 꺼내서 들고오는게 아니겠음?

    우린 그 뒤에 찾아올 후폭풍을 생각하지도 못한채 대박 시원하겠다라며 좋아라 하고 메뉴판을 고르는데

    난 더워서 과일안주가 먹고 싶었지만 화학과를 전공하던 형은 이열에는 치열이라면서 숙취에도 좋은 탕을 먹고싶다고 해서 

    마침 둘다 저녁도 안먹고 온지라 깔끔하게 부대찌개 하나 시키기로 했음 


    여기 부대찌개 하나랑 소주 한병주세요 주문하고 느긋하게 담배한대를 피우면서(당시 술집에서는 흡연이 가능했음) 
      
    이런저런 게임썰,여자썰을 풀며 담배를 피는데 담배가 재떨이에 털어지질 않는거임 그냥 털면 터는대로 바람타고 창가로 날아가길래

    엄한 거리에서 길빵하는기분인지라 담뱃재가 날아가지 않게 최대한 신경써서 피웠는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한두잔 술을 마시다 보니 

    아무래도 담뱃재가 난 나만의 길을 간다 X발이라고 하는것같은 환청이 들려와서 그냥 나중에 치우겠지 하고 인디언속담에 흔히 말하는

    윤리시간에 배웠던 내마음속의 삼각형 주제를 떠올리며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 슬슬 술에취해가려는 찰나

    알바생이 목소리로 맛있게 드세요 라면서 가스렌지 위에 담긴 부대찌개를 가져와서 불을 켜주고 가길래

    문득 여태까지 빈속에 술을 얼마나 먹었나 하고 보니깐 벌써 반병을...


    형이 한병 더 시킬까? 라고 묻길래 뭐 일단부대찌개 나왔으니깐 천천히 마시면서 이따가 한병 더 시키지라고 말하는데

    술이 약해서 그런지 발음이 또박또박 안되고 으으어으응엉라고 대답했는데 

    안취한척 할려고 최대한 집중해서 부대찌개부터 조지려고보니깐 아뿔싸 탕이 안끓었네 그냥 간좀볼려고 그랬어라고 하는데 

    응어으엉엉 형이 담번에 마실땐 좀 천천히마시자라고 하길래 자존심이 좀 상했었음 사실 내가 발음이 좀 안좋음... 


    근데 갑자기 시원하다가 뜨뜻한 느낌?이 계속 반복되서 보니까 엥...

    부탄가스 불길이 좀 심상치 않았음. 안그래도 선풍기바람 거센데 거기다가 대고 부탄가스켜놓고 불을 틀었으니 

    불이 이리저리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냄비밖으로 빠져나온 부대찌개 콩나물 대가리를 사정없이 태워먹고 있었음

    그래서 불좀 줄이려고 보니깐... 손잡이에 불이 붙어있는거임


    형이 뭐해 불 안줄이고 라고 하는데 진짜 발음이 또박또박 나왔음

    형.우.리.좆.됬.어 라고 하는데 형이 웃으면서 왜 왜ㅋ 그러길래 아래 보라고 하니깐 

    가스렌지 부탄가스쪽에 불이 붙어있었음 아무래도 가스렌지를 잘 안닦아서 묻은 잔때 찌거기에 불이 옮겨붙은거 같았음


    마침 알바생이 주문한 소주병 갖고 오길래 알바생한테 형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여기 가스렌지에 불붙었어요 라고 했더니

    알바생 표정이 갑자기 하얗게 질리더니 가까이 올 생각을 안함...

    "저기 사장님이라도 불러봐요..."
     
    라고 하는데 이미 가스렌지는 그냥 모닥불이되있고 순간 형이랑 가만히 앉아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데 알바생은 성큰콜로니마냥 부동자세고

    순간 펑 터지면

    나(21)사망
    형(23)사망
    알바생(22)중경상

    이 속보기사가 아랫줄에 장식될거 같은 두려움인데 몸이 가면 갈수록 얼어붙는다는게 무슨느낌인지 실감됨

    처음엔 물을 뿌릴까 하다가 생각해보니 알바생이 물을 안줬네

    숟가락으로 부대찌개 국물을 퍼서 좀 부어볼랬다가 부대찌개가 인화성 물질일수도 있고

    형이 일어서자고 하는데 못일어서니깐 나도 모르게 소주닦은 휴지로 스위치를 돌려서 꺼버렸음 그랬더니 불이 확 줄어드는데

    이 바람을 훅훅 부니깐 불이 순식간에 꺼져버렸음 



    순간 아 됬어요라고 마무리하고 어떡하지 이거 안익은거같은데 먹을까? 말까 하면서 이야기 하는데 그냥 불 안켜고 대충 끓던 부대찌개먹으면서

    걍 술한잔 다시 하고 바닥에 있던 건데기까지 다 건져먹고 나왔음...



    가끔 생각나서 그형 만날때 탕먹을때마다 그얘기 가끔 하는데

    생각해보니깐 알바생한테 꼴받고  그때 터졌으면 내인생은 어떻게됬을까 하고 무서워서 올림...



    그땐 안터지는 썬연료 안나왔을텐데 옆구리에서 불활활 타오르고도 안터진 부탄가스도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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