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월 16일 부천 소사구 쪽에서 유기견 두 마리를 구출했어요.
나이는 2개월 정도 되어보이고 둘이 똑같이 생긴게 자매같아요.
그 날 주택가 주차장(다세대주택 하고 도로 사이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에서 발견했는데
주변이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뚜렸하지 않아 위험해 보였어요.
새끼같았고 어미도 없고 주변에 똥은 쌓여있고 애들도 꼬질꼬질한게 누가 유기한 애들 같았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들이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데 절대로 그 주변을 벗어나지 않더라구요.
이대로 놔두면 굶어죽거나 차사고가 나거나 여러가지 위험해보여서 일단 집에 데려가기로 맘먹고 근처 슈퍼에서 천원짜리 소세지를 사서 조금 씩 던져줬어요. 한 마리는 잘 받아 먹고 곧 경계도 풀었는데 다른 한 마리는 유독 경계가 심하고 소세지도 차 밑으로 던져진 것만 주워먹더라구요. 여차저차해서 저랑 엄마, 지나가시던 아주머니, 아주머니 따님, 할아버지랑 산책가시던 할머니 등등 안면은 없지만 강아지를 불쌍히 여긴 분들이 구조를 도와주셔서 무사히 집에 데려올 수 있게되었어요.
길에 있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집에 데려와서 남은 소세지를 먹이고 씻겼어요. (막상 집에 데려오니 얌전하게 있더라구요.)
씻기고보니 이쁜애들인데 많이 마르고 표정도 안좋고.. ㅠㅠ
그래도 두 마리가 의지해서 여태 살아남은게 기특하더라구요.
긴장이 풀렸는지 씻긴 후 잠들었어요
잘 때에도 둘이 꼭 붙어자더라구요.
드라이기는 너무 무서워해서 보일러 빵빵하게 틀고 따뜻하게 해줬어요.
그 날 엄마랑 고기사러 정육점에 가는 길이었는데 요놈들 때문에 저녁 늦게 고기를 사와서 삶아먹었어요ㅋㅋ
강아지들도 먹일게 없어서 삶은 고기를 잘게 찢어서 먹였어요
먼저 경계를 풀고 잡힌 녀석은 바구니 밖으로 나와서 잘 돌아다녔어요.
고개를 들고 있는 아이는 동생같아요.
몸집도 좀 작고 성격도 소심했어요.
많이 울어서 그런건지 눈가가 까무잡잡했네요.
고기를 먹더니 졸린지 눈이 풀렸네요.
작은 아이는 아직도 무서운지 눈에 경계심이 남아있네요.
사진은 못찍었지만 밥은 잘 먹었어요.
큰놈이랑 놀고있으면 자기도 만져달라고 고개도 내밀고 ㅋㅋ
그런데 작은 아이는 엄마 아는분께 다음날 바로 입양갔어요 ㅠㅠ
저랑 상의도 없이 갑자기 보내셨는데..
지금은 아주 잘 크고 있다네요 ㅋㅋ 장난꾸러기래요.
우리집에 온지 5일 째 인가
애가 점점 예뻐져요
이름도 지어줬어요. 복실이라고ㅋ
오줌이나 똥 쌀 때마다 신문지 들고 쫓아다녔더니 이틀만에 똥오줌도 가린 똑똑한 아이에요.ㅋ
일주일도 안됐는데 아무데서나 잘 잤어요.
귀욤귀욤
배도 뒤집습니다.ㅋㅋㅋ
손가락을 몇번 물길래 "안돼!"하고 강하게 말했더니 다음부턴 한번도 문적 없어요.
역시 똥강아지는 똑똑해요!
제가 좋은가봐요. 일주일도 안됐는데 눈만 마주치면 저렇게 활짝 웃고 헥헥거리면서 뛰어왔어요.ㅎㅎ
복실이 예쁘죠??
그런데 데려온지 일주일만에 복실이가 입양을 가게되었어요.
원래 저희 집이 강아지를 키울 여건도 안됐지만 유기견 보호소에 맡기면 안락사 당할까봐 집에서 보호하고 있다가 입양보내기로 엄마랑 약속하고 데려온 애들이었거든요..
복실이를 입양 하기로 하신분은 엄마랑 같은 교회에 다니는 분이래요.
강아지를 키워보셨다고 하시면서 잘 키우겠다고 데려가셨어요.
엄마보다 나이가 있으신 분이었는데 같이 사는 손녀가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서 강아지를 입양할 계획었나봐요.
그렇게 복실이를 데려다 주고 다음 날 그 할머니 손녀한테 카톡이 왔어요
복실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냈더라구요. 데려다주고 많이 울었는데 동영상을 보니 더 보고싶어서 또 울었어요.
그런데 2주 후, 이번주 월요일에 그 할머니 손녀한테 전화가 왔어요
아빠가 강아지를 다른데로 보내버렸다고요.
????
이게 무슨 경우인가요?
유기견이라지만 분양자한테 말도 안하고 개를 다른 곳으로 보내다니요?
애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횡설수설 하길래 차근차근 물어봤습니다.
아이의 말을 요약해보자면
자기가 아토피가 있는데 복실이를 키우고 아토피가 심해져서 더 이상 복실이를 못키운다고 하고 자기가 없을 때 강아지를 다른데로 보내버렸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의 할머니는 전에도 강아지를 키워봤다고 했는데, 그 때는 아토피가 괜찮았다는 건지-_-..
그리고 아이도 전화로 자기 피부는 괜찮다고 말했어요.(그러다 다시 횡설수설)
추측해본건데.. 그냥 강아지를 키우는게 귀찮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분양 후 일주일 후에 아이가 놀러오라고 해서 그 집에 가봤는데 손녀 말고는 복실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분위기가 아니더군요.
그 날 저녁, 엄마가 그 교회 할머니한테 전화를 하셨어요
그 할머니는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는 집에 데려다 줬다고 걱정 말라고 하셨구요.
다음 날 낮, 아이의 아빠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복실이는 아이 피부 때문에 못키우게 되어서 지인에게 맡겨놓고
지인이 맡고 있다가 좋은 곳으로 분양을 시켜 주겠다
그런데 입양이 안될경우 유기견 센터로 보내겠다.
이러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 날 저녁 말한건 거짓말이었던 거에요.
일단 전화를 끊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우리 복실이 유기견센터 갈지도 모른다고.. 안락사 당할지도 모른다고..
엄마한테 울고 떼를 써서 복실이를 다시 우리 집으로 데려오기로 하고 아이 아빠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저한테 또 거짓말을 했더군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금 복실이는 유기견 센터에 있다는겁니다.
장난하세요?
처음에는 좋은 곳으로 입양보냈다고 하고
그 다음에는 그 쪽에 잠시 맡겼다 입양보낸다고 하더니
알고보니 처음부터 유기견센터에 데려다 준거였어요.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물어봤습니다.
복실이 어느 보호소에 있냐고
우리집으로 데려와야겠다고
그랬더니 복실이가 지금 보호소에서 예방접종을 맞고 있다고 지금 바로는 안되고
오늘 내로 데려다 주겠답니다.
미안하니 저희 집까지 차로 데려다 준다고 생색을 내고 ㅡㅡ
전화를 끊었습니다.
오후 늦게 까지 연락이 없자 문자를 보냈습니다.
"복실이 언제 데려다 주실건가요?"
그랬더니 전화가 왔어요.
오늘은 일이 생겨서 못데려다 줄 것 같고
이틀 후에 데려다 준다는 겁니다.
전 아직 학생이라 차도 없고, 복실이를 위해 사놓은 이동장도 없어서 알았다고 말하고 목요일까지 기다렸어요.
그리고 목요일이 되고, 그 사람이 복실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복실이 몰골이 말이 아니더군요..
눈꼽,냄새,헝클어진 털에..
왜이렇게 더럽나 생각하던 찰나
예방접종을 맞은지 얼마 안되서 못씻겼다고 하더군요.
(유기견들한테 예방접종을 해준다는 얘기는 못들어봤는데..??)
상종하기 싫어서 알았다고 말하고 바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안에 들어와보니 생각보다 냄새가 심해서 예방접종을 언제 맞은거냐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는 모른다고 하고 (화요일에 맞았다면서요.. -_- 저는 확실히 알기 위해 문자한거에요.)
복실이를 보호하고 있던 동물병원 번호를 알려주더라구요
그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예방접종을 놔준 적이 없다는 겁니다.
??????
간호사님께 들어보니 유기동물들에게 예방접종을 해주는 제도자체가 없는 것 같더라구요.
또 거짓말을 한거죠..
그리고 간호사님이 이어서 얘기를 해주셨는데
알고보니 그 분 처음부터 복실이를 유기견이라고 신고하고 병원에 데려다 줬답니다.
(저한테 보호소에 데려다 줬다고 했을 땐 시청 직원분과 아이 피부문제 때문에 더이상 키우지 못한다는걸 충분히 설명 해준 듯 말했습니다. 그런 걸로 보호소에 맡길 수 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복실이가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고 직원과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 넘어갔어요.)
또 처음 강아지를 데려왔을 땐 자기가 신고한 유기동물을 넘기러 왔다고 해놓고
며칠 후 다시 와서는 자기가 강아지 주인이라면서 데려가려고 하길래
병원 직원분들이 무슨 소리냐, 강아지는 유기견이라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제와서 당신이 주인이라는거냐
라고 따져 물었더니 자기가 주인은 아니고 어떤 여자가 있는데 어쩌고 하면서
횡설수설하고 법대로 하자면서 횡포를 부리면서 복실이를 데려갔다는군요.
그게 저한테 데려오기 몇 시간 전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라는겁니다.
그래서 저도 간호사님께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을 하고 일에 대해 같이 화를 내다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몇 분 후 그 아이 아빠라는 사람한테 문자를 했습니다.
이렇게 답장이 왔습니다.
시청 직원이 있지도 않은 유기견 예방접종을 얘기 했을까요?
그래요. 그렇다 칩시다.
거짓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아무렇지도 않네요.
그런데 뭐가 그렇게 당당한 걸까요?
키우던 동물을 유기견으로 신고하는건 불법입니다.
게다가 태도 자체가 굉장히 무책임하네요.
기생충을 토할 정도면 복실이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건데 그건 왜 제가 문자를 보낸 후에야 얘기해주나요?
처음 복실이를 데려다 줬을 때 얘기를 못했으면 전화나 문자로 얘기해줘도 될 사안인데
제가 저렇게 추궁을 하니 이것저것 실토하네요.
일단 예방접종을 맞은게 아니라고 하니 복실이를 씻기고
그 날은 시간이 늦어 다음 날 동물병원에 전화를 해서 구충제에 대해 물어보고
집 근처 동물병원에서 구충제를 사서 복실이에게 먹였습니다.
기운은 좀 없어보였지만
다음 날 부터 밥도 잘먹고 잘 뛰어놀았어요.
다시 저희 집으로 돌아온 후 밝아진 복실이 모습입니다.
3주 만에 돌아왔는데 똥오줌도 잘 가리고 정말 예뻐요.
하지만 저희 집에서는 복실이를 계속 키울수가 없어요..
집에 수험생도 두명이나 있고 그 외 여러가지 여건도 안됩니다.
(평일,주말 모두 집에 사람이 없는데 복실이 돌볼 동안은 제가 일부러 집에 있었어요.공부를 전처럼 하려면 집에 있을 수 없어요. 제 용돈으로는 복실이한테 해줄 수 있는건 구충제와 사료 밖에 없구요.)
일단 병원에선 강사모에 입양글을 올리는걸 추천해줬는데
입양글에 사정을 모두 쓰려면 너무 길 것 같아서 여기에 먼저 그 동안의 사정을 씁니다.
오늘 내로 입양글을 올릴 생각인데
쇼핑몰 말고는 인터넷에서 물건 교환조차 해본적이 없어서 실수라도하면 어떡하나 좀 긴강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