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말은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와 비슷할 지도..
라고 한 건 사실 어그로입니다. 다만 고의는 아닙니다. 제목 글자수 한계가 있더라고요.
원래 의도했던 제목은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말은 어쩌면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와 비슷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입니다.
물론 이것도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옳다구나! 하고 낚이신 유입형 메갈분들은 뭐 분탕을 치든 욕을 하든 알아서 하시겠지만 뒤로가기를 눌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본문 안 읽고 제목만 읽고 대뜸 욕을 날리시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그래도 본문 읽고 댓글 달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 /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
사실 이 둘은 같은 선상에 놓일 문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는 비슷한 면도 있고 또 어딘가는 다릅니다.
노트북과 컴퓨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3분 내에 10가지 이상 얘기해보라고 하면 술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노트북과 고양이가 비슷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나열하라고 하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저 두 문장은 노트북과 고양이'보다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는 게 쉬워보이는 관계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두 문장이 갖는 유사점은 이러한 부분입니다.
- 실제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질 수 있음
- 선행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이 필요함
저 두 문장은 모두 성(性)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발화의 주체가 누구냐, 발화의 용도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실제로도 그러하고요.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세상에는 홍길동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이 수없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찌되었건 내 기준에서 봤을 때 '나'라는 홍길동은 그 사람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그 사람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활용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세상에서 하나뿐인 홍길동이라는 존재는 동시에 무수히 많은 속성의 집합입니다.
어떤 홍길동은 24세에 군대를 만기 전역한 신체 건강한 젊은 남성일 수도, 다른 홍길동은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유능한 여성일 수도 있는 거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다. 라는 명제에서 앞에 오는 주어부를 차지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고유명사'라고 한다면,
뒤따라오는 술어부를 차지하는 인간을 우리는 '한정명사'라고 부릅니다.
그렇습니다. 한정명사는 바로 홍길동이라는 집합이 갖고 있는 원소들(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 /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
이 얘기하고 있는데 왜 딴소리 혹은 헛소리 하냐고 물으실 수 있으니 빠르게 돌아가겠습니다.
성별 또한 나라는 존재를 구축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심지어, 내가 선택할 수조차 없는 고정변인(에 가까운^^;)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지하는 것에 대한 비난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과거 성남시장에 막 부임했을 때의 이재명씨에 대해, 과거 차떼기 시절을 기억하는 소수의 몇몇분들이 하는 논리적인 비판에 대해 국정원 취급을 하며 몰아세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혹은, 스스로가 믿어왔던 민주화에 대한 신념 등이 군대나 그 외 외부적 압력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자, 그들의 편으로 돌아선 김문수 도지사씨 처럼 말이죠.
우리가 지지하는 것들은 엄밀히 말해서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그와 같은 판국에, 성별이라는 변인은 그게 설령 내가 선택하지 않았더라고 해도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학교와 가정 등에서 2차적으로 사회화까지 이루어지는, 부정하고 싶어도 나를 구성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입니다.
내가 여성임을, 혹은 남성임을 부정한다고 해서 다 큰 성인이 공중목욕탕에 갈 때 자기 성과 반대되는 성별의 욕탕으로 들어갈 순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것도 차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뭐 거기에선 더 말 안하겠습니다. 최소한의 논리조차 포기하면 그건 대화 가능한 대상이 아니니까요.)
성별이라는 변인을 통해 들어오는 저런 문장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비난하거나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아무 일 없이 가만히 잘 살고 있던 남성들이 난데없이 메갈 그리고 여성분들이 갖고 있던 성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자극당한 여성들에게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라는 말을 들으면, 남성분들에게서는 백이면 백 "? 뭐야 이건?" 이란 반응이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심지어 메갈에게 "ㅇㅇ 실좆 달린 한남충 재기해ㅋ"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열불 뻗친 욕설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무 일 없이 가만히 잘 살고 있던 여성들이 메갈 등으로 인해 혐오의 대상이 되어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으며 군가산제 폐지 등을 통해 쌓여있는게 많았던 남성들에게 "여성도 군대를 가야한다!"라는 말을 들으면, 이것도 해당 맥락에 대해 자세한 이해가 없었던 여성분들에게는"? 뭐야 이건?" 이란 반응이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권리/의무 논쟁 이전에 그냥 현실적으로 현재 한국 군대의 병사 생활이라는 건 착취의 2년입니다. 이를 부정하시는 분들은 없으시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던 여성분들 입장에선 마치 아무런 죄를 짓지 않은 사람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받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즉, 평등이나 민주사회의 시민이 가져야할 의무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화자의 원래 발화 의도와는 달리, 그걸 읽는 여성분들에게는 일종의 사회적, 간접적 공격으로 지각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반대로 메갈이 선동을 목적으로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라는 강렬한 발화에 대해 여초 사이트에서는 놀랍게도 의외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게 메갈인지 아닌지 감별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말이죠.
선행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러한 지점입니다.
해당 발화는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했던 피해들을 상기시키고, 이로 인해 해당 발화의 외현적 과격성과 별개로 어떤 느낌인지 심정적으로 공감 가능한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여성분들이 겪었던 일들, 그로 인해 여성분들이 상기하는 피해에 대한 원인을 주로 여성으로 지각하는게 실제로는 잘못된 인과 추론이나 오귀인일 수 있음에 대해서도 언젠가 자세히 글을 써보고 싶지만,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그와 별개로, 오유에 계신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여성 분들의 경우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 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실 겁니다.
(대체 그러면 어떻게 저렇게 커플 게시판이 흥하겠습니까 부들부들... 죽창! 죽창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현재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라는 발화 또한 이에 대해 관심 없던 여성분이라면 사이트 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논박들을 모두 읽어보고 논리적으로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나 납득 가능할 것입니다.
심지어, 여성도 병역의 의무를 져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해하고 납득했다고 해도, 현재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자신의 신념을 밝히는 건 쉽지 않습니다. 같은 여성들에게도 뭇매 맞기 십상인 얘기니까요.
헌법에도 나와있는 표현의 자유는 표현할 자유의 더불어 표현하지 않을 자유 또한 함의합니다.
스스로가 갖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관에 대해 밝히는 것을 강요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저, 어떤 여성이 있다면 그분에게 넌지시 병역의 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여성도 병역의 의무를 지는 것이 옳다는 주장에 대해 지지를 표현해줄 수 있냐고 물을 수 있을 뿐이죠.
그랬는데 싫다고 한다면 설득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거나 혹은 속으로 조용히 욕을 하고 돌아서거나 등은 사람마다 다를 뿐인 거고요.
겉으로 욕을 하거나 더 나아가 홧김에 구타를 한다든가 하면 거기서부터는 도덕적 혹은 법적 문제가 되는 거고요.
또한,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남성들은 응당 그것이 논리적으로 옳기 때문에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반박을 내놓는 여성들의 반응에 분노하고 분개하십니다만, 사실을 먼저 얘기하건데, 안타깝게도 세상은 논리적으로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 담론에 대한 오래전 과거의 논쟁에서, '남성은 군대에 가는 대신 여자는 임신하지 않냐!' 라는 이야기도 마침 있었으니 재미난 상상 하나를 해보려고 합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남성도 여성 대신 임신이 가능해졌다고 상상해봅시다.
"현재, 혹은 미래의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당신은 대신 임신하실 수 있으신가요?" 라는 질문에 대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남성분들은 물론 "네." 라고 대답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한편의 소설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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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궁내막염 등으로 인해 불안한 아내를 위해 내가 대신 임신해줄게라고 먼저 이야기를 꺼낼 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정말 아내를 사랑하니까요. 그 이야기에, 아내는 정말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큰 마음을 먹고 알겠다고 합니다.
그에 대해 부모님께도 알려드려야겠다 싶어 전화를 합니다. 혹시 양육을 도와주실지 모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손주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불편한 반응입니다. 심지어 어머니께서 사내자식이 무슨 임신이냐고 화를 내실 때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판국입니다. 임신에 남자 여자가 어딨냐며 세상이 옛날이랑은 달라졌음을 반복해서 설명드리고도, 한참을 입아프게 이야기하고 나서야 '그래 니 맘대로 해라'라는 이야기가 돌아옵니다. 그래도 다행히 설득에 성공해서 안심하고 잠에 듭니다.
다음날, 회사에 간 당신은 부장님께 "제가 아내 대신 임신을 할까 하는데... 임신 휴가 가능할까요?"라고 물어봅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너 미쳤냐? 하라는 일은 다 했냐?" 입니다. 설득을 위해 일단 업무 보고를 마치고, 다시 한번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러자 돌아오는 부장의 눈빛은, 흡사 또라이를 보는 듯 합니다.
아. 망했구나.
결국 더 말도 못 붙이고 일만 하다가 늦은밤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혼자 불꺼진 현관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상념에 잠깁니다.
결국 임신을 해서 아이를 갖게 되면 들어갈 돈은 지금보다도 많을 텐데, 회사에서 짤리기까지 하면 답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깨닫습니다.
몇날몇일을 혼자 끙끙 앓으며 고민하다가, 결국 아내에게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미안, 우리 임신... 힘들 거 같아. 내가 조금 더 회사에서 자리 잡고 안정적이 되면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그간 막연한 기대에 부풀어있던 아내의 기분에서 바람이 빠집니다. 괜찮다고, 알았다고 다독여주지만 그 씁쓸한 말투에 못내 섭섭하면서도 몹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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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이죠. 여성의 임신 휴가도 잘 이뤄지지 않는 판국에 남성의 임신 휴가가 가능할까요? 회사에 가서 그 얘기를 하는 순간 짤리지나 않으면 다행일 겁니다.
하물며 남성도 임신이 가능한 소설 속에서도 해당 주제에 한참을 고민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반응이 저러할 것일 뿐, 남성임신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나 여성만 임신해왔던 과거에 빗대어 여전히 임신을 여성의 것으로 놓는 이들에게 "남성도 임신을 해야한다!"라고 말한다면 '응? 내가 왜 임신을 해?' 라는 소리가 나올 겁니다.
물론 해당 소설이 기반으로 하는 군대와 임신의 유비추리는 자발성 여부와 비자발성 여부 등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가뜩이나 논점 일탈의 오류를 범하는 분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이 판국에 논점을 흐리지는 않도록 합시다. 이 소설은 현상에 대한 이해를 위한 설명이지, 현상이 옳은지 그른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난독증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 소설이 뭘 말하려고 하는지는 충분히 아실 거라 믿습니다.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상대가 얼마나 납득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실천은 더더욱 어려운 영역의 이야기인지를 말이죠.
공통점이 위와 같았다면, 이 두 문장이 갖는 차이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명제는 앞서 해당 명제를 위해 전개되는 논증의 타당성을 근거로 납득할 수 있는가/없는가를 보일 수 있는 영역(독어로는 zeigen, 영어로는 show)이다.
- 그러나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라는 명제는 자연주의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제가 볼 때 두 명제는 모두 사실 판단보다는 가치 판단에 대한 명제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다." 라든가 "해는 동쪽에서 뜬다." 라는 명제가 사실 명제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윤리학, 종교, 형이상학, 예술 따위의 가치 판단에 대한 명제는 논리적으로 다루는 것이 무의미함(nonsense) 을 전기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What we cannot speak about we must pass over in silence)"라는 멋드러진 말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주로 이런 식의 내용으로 오해받곤 합니다만 말이죠.
그리고 흔히 대중들에게는 저기까지만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 뒤이어 "단지 그것들은 보여질 수 있을 뿐이다."라는 말도 붙어있습니다. 아마도 그에게 무의미함(meaningless)란, 1+1=귀요미 정도일 겁니다. (물론 지금 이건 우리에겐 무의미(nonsense)일 뿐, 무의미(meaningless)하지는 않은 영역이지만요.)
어쨌든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 /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 이 두 명제는 논증 없이도 참과 거짓을 진리치로 가릴 수 있는 명제의 영역은 아닙니다.
다만, "여성도 군대에 가야한다"에 대한 논증을 굳이 제가 하진 않겠습니다. 그건 이미 커뮤니티 내에서 벌어진 많은 논쟁들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라는 주장에서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가치 판단에 대한 명제와 얽힌 오류가 몇가지 있습니다만, 그 중 대표적인 오류 하나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존재나 현상에서 당위로 유도하거나 비약하는 비형식적 오류를 논리학에서는 '자연주의의 오류(naturalistic fallacy)'라고 합니다. 즉, 사실 판단과 가치 판단을 혼동하는 데에서 생기는 오류이죠. 흔히 Is-ought problem('~이다' 와 '~여야 한다' 간의 혼동)라는 말로 더 잘 알려져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들은 계속 이 땅에서 살아왔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팔레스타인 측의 주장이나
"우리들은 옛날에 이 땅에 살았음이 성서에도 적혀있다. 그러니 이 땅은 우리 것이어야 한다."는 이스라엘 측의 주장이 이러한 예시입니다.
그러나 자연주의의 오류는 비형식적 오류이고, 가치 판단에는 ~여야한다 뿐만 아니라,' ~해도 좋다/나쁘다' 또는 '~가 옳다/그르다'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X는 Y이다, 따라서 X는 Y여야 한다." 는 형식의 추론을 일컫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런 형태가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주로 저렇게 상술되는 편입니다. (2017.03.12 현재, 자연주의의 오류에 대한 구글 검색의 첫번째 결과인 나무위키에는 첫 문장이 저렇게 적혀있더군요. 비형식적 오류 탭에 넣어놓긴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는 위키러가 아니라서 수정할 의향은 없습니다만...)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 형식에 굳이 어거지로 끼워넣어보자면, "인간은 욕망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욕망하는 것이 옳다." 따위의 문장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욕망할 수 있다'는 게 '욕망하는 것이 옳다/그르다, 좋다/나쁘다'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밍크코트를 원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는 밍크코트를 욕망하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별할 수 없습니다. 밍크코트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밍크코트를 얻기 위해 멀쩡하게 잘 살아있는 동물을 죽여 그 껍질을 벗기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뿐입니다.
화장품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화장품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화장품과 관련된 수많은 논제들-동물 실험의 문제, 피부 건강의 문제, 원료 채굴을 위해 동물이 죽거나 식물이 희생되어야 하는 문제 등등-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이 정리되어야할 뿐이죠.
성행위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성욕이 있으니까요. 몇몇 여성분들은 남성의 성욕이 더럽다고 '감정적으로' 느껴지실 수는 있습니다만, 그 자체만으로는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일 수는 없습니다. 성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했는지, 혹은 강간을 했는지 등 앞서 일어난 행위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할 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은 감옥에 가지요. 거세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선천적으로 내재하고 있으며, 급소를 맞은 이에게 국가와 문화를 따지지 않고 그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남성들조차도, 전자발찌가 채워진 이들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거세에 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합니다. 그리고 이를 말 따위로 행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고요.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 라는 명제는 숨은 명제로 아래와 같은 명제를 가지고 전개될 것입니다.
- "남성기를 보유하고 있다."
- "그것은 삽입하는 데 사용된다."
- "남성은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
- "그러므로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다."
위의 내용을 이해하셨다면, 아무리 명제 형태로 그럴싸하게 정리해도 결국엔 '가지고 있다고 아무대나 쓸 거라고 하는 발상'이며, 이게 상대를 얼마나 수준 이하로 보는 우스운 발상인지 깨달으셨을 겁니다.
여기까지 차이점을 설명드리다보면, 왜 이 두 문장을 같은 테두리로 묶었냐고 비난하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굉장히 무리한 표현이 맞으니까요.
다만 이 둘을 묶어 비교해가며 이야기하고 싶었던 지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보편타당한 논리로부터 나왔어도 외견상 공격의 여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장을 본 여성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침착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 되는 양상이 메갈식 페미니즘으로 혐오와 공격의 대상이 된 남성들이 여성이 겪는 차별과 피해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할 수 없게 되는 양상과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가만히 있다가 "여성도 군대를 가야한다!"라는 소리를 들은 여성들이 내어놓는 일부의 답변들이 갖는 논조('남자가 분노하는 문제를 여자가 다 받아줘야 해요?' 또는 '왜 이런 것에 대해서 목소리 내지 않는다고 화내요?')에 절망감이나 모멸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러나 너무 실의에 빠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자신에게 날아드는 공격이나 위협으로 무의식적으로 인지하여 그랬을 뿐이라면, 시간이 지나 감정이나 상황에서 벗어난다면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언젠가는 받아들이실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그러다보면 과거 여성인권 운동가들의 좌절감도 이해할 수는 있을 것만 같습니다.
모든 남성들이 그러한 건 아니겠지만, 만약 어떤 남성이 그들의 주장을 듣고 '여자들이 피해를 입은 문제에 대해 남자가 다 받아줘야 해요?' 또는 '왜 이런 것에 대해서 목소리 내지 않는다고 화내요?' 라고 한다면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미러링을 통해 페미니즘을 수면 위로 올렸다고 주장하는 메갈이 옳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걔네는 그냥 꺼지라 그래요.
그들로 인해 차후 몇년 동안, 혹은 몇십년 동안은 여성인권과 관련된 모든 담론을 한국 사회에서 건전하게 논의하는 게 불가능해졌어요.
그것만으로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와 그들은 양립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많은 남성 여러분이 이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이해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 나의 문제, 혹은 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성별을 떠나서라도, 보통 사람이라면 자기 손이 닿는 영역까지만을 생각하고 사는게 일반적입니다.
도리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픔과 불행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기꺼이 스스로의 삶을 내어주면서까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은 우리를 성인(聖人)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두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상대방을 이해시키는데 있어 겪는 어려움으로 인해 좌절하거나, 원색적인 분노를 표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주제는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것 외에는 개선의 방법이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또한 논의하는 와중에 감정적으로 변할 여지가 충분한 주제임을 압니다. 그러나 피해의식을 기반으로 표출되는 감정적 발화 등은 해당 논의를 파행으로 이끄는 지름길에 불과합니다.
- 나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남이 중요하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이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도 귀기울이고 심도있게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여성분들, 그리고 N/A에 속하시는 분들, 혹은 장애인이나 유색인종 등 소수자들이 사회적으로 겪는 차별이나 피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메갈이 쳐놓은 분탕질 때문에, 이 주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을 느끼실 수 있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 게시글은 논의에 대한 배려를 부탁드림과 동시에 여성군복무와는 관련없는 시민사회의 여러 주제에 귀기울여주시기를 당부한다는 결론의 모습을 보면 아시다시피 어쩌면 군대 게시판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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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가 모자라 이 글을 적는데 주말 하루를 꼬박 썼네요. 안녕 나의 일요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