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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이상한데 이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어서 ;
오늘 친구들이랑 밤 늦게까지 방이동 먹자골목 안쪽 치킨집에서 술은 안마시고 안주 먹다가 밤이 늦어서 슬슬 일어날 참 이었습니다.
여자 5명 일행이었는데 그중 두명은 차를 타고 집에 가고 그 근처 사는 저와 제 친구1과 택시 타러 사거리까지 같이 걸어 가야하는 친구2가 남아서 석촌호수쪽으로 빠지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가는 길 이었어요.
저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터라 아직까지 즐겁고 텐션이 올라 아무 생각 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했는데 갑자기 친구 1이 제 어깨를 휙 낚아 채고 불이 켜져있는 횡단보도를 슥 지나치는거에요. 그쪽에 저랑 친구들이랑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 터라서 이렇게 시간이 늦었는데 '혹시 더 놀고 싶은가;; 슬슬 집에 가야되는데' 싶어서 왜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조용히 해봐" 라고 하더니 횡단보도쪽을 슥 보는거에요. 그리고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저 뒤쪽에 검은 옷 입은 남자 한참 전부터 우리 보폭 맞춰서 따라오고 있어" 라고 하드라구요
갑자기 무서워져서 그 근처에 24시간 버거킹 있는 곳으로 뛰다싶이 들어가서 상황 알아보려고 2층으로 올라가서 그 남자 찾는데 버거킹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버거킹 문 앞을 빤히 바라보는거에요;; 근데 그 높이에서는 2층이 잘 안보였는지 횡단보도 건너서 도로 반대편에서 여기 쳐다보고 있음....
그러니까 약도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었어요
검은 선이 우리고 주황 선이 그남자입니다.
저희는 치킨집에서 나와서 지인에게 차를 얻어 타는걸 배웅해주기 위해 저기 검은 점 탐앤탐스앞까지 바래다줬구요 그 이후로 직진 후에 꺾어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했지만 그즈음에서 낌새를 눈치채고 바로 쭉 가서 버거킹으로 쏙 들어갔구요
그 남자는 맨 처음 눈치 깐 친구가 말하기를 치킨집 앞에서 혼자서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자꾸 눈 마주쳤다고;;;;;;;; 저희가 나오자마자 걷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앞질러서 걸으면서 가끔 힐끔힐끔 뒤돌아봤대요. 그러다가 친구랑 탐엔탐스 앞에서 잠깐 멈춰 서있을 때 우리 뒤로 슥 가더니 뒤에서 보폭 맞추고 약간 거리 둬서 따라오더래요...
그러다가 셋 다 눈치 채고 버거킹으로 들어가고 나니 처음에는 움찔 하다가 뒤돌아서서 바로 횡단보도 건너서 저 위치까지 가서 여기 쳐다보더라구요... 좀 멀어서 얼굴까지는 안보였는데 얼굴이 이쪽을 향하고 있는건 맞는 것 같았어요.
친구1이 평소에 변태한테 자주 걸려봐서 이런데 촉이 굉장히 좋은 편 이에요. 전 성추행을 당해보기는 했지만 이런식으로 당한건 처음이라서 ;;;눈치고 나발이고 오랜만에 놀아서 헤헤거렸는데 그 친구1 없었으면 어떻게 될지 정신이 아득해지네요.
제가 원래 하고 다니는 행색도 굉장히 특이하고 남자다운 편이고(머리도 숏컷입니다) 걸음걸이도 좀 터벅터벅 걷는데다가 등빨도 좋아서 멀리서 보면 남자인줄 알았다는 소리도 듣고... 그래서 그런지 누가 뒤에서 따라온다던가 남자가 이상한 눈길 보낸다던가 바바리맨에 걸린다던가 그런건 당해보지를 않았거든요... 근데 막상 횡단보도 앞에서 친구가 얘기해주고 나서 버거킹안쪽에서 진짜 가슴이 벌렁거리고 무섭더라구요...
원췌 이미지가 센 편이라 삥도 뜯겨본 적 없고 길거리에서 무서운 꼴을 당해보지를 않아서 그런지 은연중에 '나는 그런거 잘 안걸리니까' 하는 근거도 없는 생각을 하다가 한번 당해보니 진이 쭉 빠져요 진짜... 그때까지도 그새끼는 공사장 근처에서 서성거리면서 여기 보고있고 진짜...
갑자기 서러워서 눈물이 핑 돌고 동시에 화도 나더라구요 저런 미친놈때문에 내가 날씨도 좋은게 밤바람 맞으면서 산책하기도 힘들고 골목에서 괜히 죄 없는 사람들 의심해서 기분나쁘게도 해야하고 졸려서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아직 남아있으니까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또 동시에 인터넷에서 성추행 경험담같은거 보면서 나는 바로 대응해야겠다 생각했던게 한심해지면서 아무리 깡 쎈 나라도 진짜 남자가 맘 먹고 달려들면 손에 칼 쥐어놔도 당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어요... 진짜 그냥 따라온 것 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게
보니까 그 놈이 갑자기 안보이더라구요. 최소한 저희 눈에는 안보이니까 빨리 집에 가자는 마음에 후닥닥 나와서 사람 많은 곳으로 걸어서 롯데월드쪽 사거리에서 친구 2 택시 태우고 택시 번호 찍어놓고 보내고 저희 둘은 근처 사니까 중간지점에서 친구 1은 친오빠 불러서 집에 들어가고 저는 그냥 털레털레 갔습니다.
지금은 방에 누워서 이불덮고 있는데 아직까지 덜덜 떨려요. 괜히 억울하고 눈물도 나고 진짜... 밤산책 하고 싶었는데 오늘 석촌호수에 벚꽃도 예쁘게 피어서 한바퀴 돌고 가고 싶었는데... 친구들하고 걸으면서 수다도 떨고 싶었고 바람 부는게 너무 상쾌하고 온도도 딱 좋아서 진짜 기분 째졌는데 그 미친놈 때문에 기분도 다 망치고 괜히 무서워지고 눈물도 나고...
한동안 밤길 다니기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석촌동 사는데 예전에 한밤중에 여자 비명소리가 20분동안 계속 울렸을 때도 이렇게 안무서웠는데... 요즘 아르바이트도 늦게 끝나는데 밤길 어떻게 다니죠? 피가 바싹바싹 마르는 것 같아요. 밤길에 남자분들 걸어오면 내주제에 괜시리 무서운거 티내는게 미안해서 그냥 티 안내고 뒤에 사람이 있다 혹시 모르니 조심하자 라는 생각에 열쇠 꽉 쥐고 가는 것만 하는데... 이제 괜히 다른사람들 의심해서 뛸 것 같고 밤길에 천천히 가는 차 보이면 무서워서 전속력으로 달릴 것 같고 그러네요.
혹시 석촌동 사는 남자분들 길거리 이상한 여자한테 오해받아서 기분나쁘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릴게요. 저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진짜 너무너무 무서워요... 친구들 앞에서는 화만 냈지만 지금은 울고있거든요. 하다못해 좀 커다란 남동생이나 오빠가 있거나 아빠랑 같이 산다면 전화해서 나오라고 하면 되니까 덜 무서울텐데 저는 엄마랑 저만 살거든요... 친구 1이 오빠 부르는게 속으로 엄청 부러웠는데...
혹시 방이동 먹자골목쪽에 또 당하는 여성분들 계실까봐 인상착의만 말씀드릴게요.
저는 얼굴을 자세히 못본지라 친구 말과 인상착의만 말씀드리면
스포츠형 검은머리에 검은색 잠바(패딩이었던 것 같아요)와 검은색에 측면에 형광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트레이닝복을 입고있었구요, 얼굴은 약간 눈사이가 멀고 피부가 조금 좋고 얼굴 형이 약간 긴 추성훈을 닮았다고 했어요. 체격이 좋은 편이라고 했고(키는 180은 넘을 것 같았답니다) 어깨가 넓고 몸은 약간 근육질형이었데요.
일단 저는 지금 너무 무섭고 떨려서 공포게시판에 올렸는데 혹시 게시판을 잘못 찾은거면 말씀해주세요. 바꾸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