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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국정원 추적 100일 ‘원세훈을 잡아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2563.html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3개월 취재 뒷이야기
경찰 외면 속 특종의 8할은 ‘정의로운 취재원들’
대선 직전 수서서 기자회견, 기자들은 서장 입만 바라봤다.
“게시글·댓글 쓴 적 없다”
경찰은 의심스러운 정황은 덮고 밝혀진 사실들엔 침묵했다.
수사팀은 철통보안을 자랑했고 사건 관련자들은 말을 아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공포’였다
기자 40여명과 방송카메라 10여대가 김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 서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한 기자가 물었다. “추가 수사를 통해 중간 수사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있나요?”
김 서장은 주저 없이 답했다. “저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씨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도 “온갖 방법으로 다 조사했지만 정치 쪽으로 댓글 달거나
올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7일 오전 9시 김 서장의 기자회견은 전날 밤 기습 발표와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이미 12월16일 밤 11시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대선 최대 현안 중의 하나로 떠올랐던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경찰의 발빠른 대응이었다.
김 서장의 브리핑이 있고서 이틀 뒤인 12월19일,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대선이 끝나자 경찰 수사는 조용히 이뤄졌다. 보름이 지나고 올해 1월3일에야 경찰은
다시 한번 국정원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오늘의 유머’(오유)에서 게시글 추천·반대 활동을 했다.
직접 쓴 글도 있지만 대선·정치·시사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이 진보 성향의 누리집(웹사이트)에서 ‘추천·반대’의 의견을 표명했다는 내용이었지만,
정치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이전 발표와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다시 침묵하기 시작했다.
한달 가까이 어떤 수사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국정원도 다르지 않았다.
1월9일 <한겨레>와 ‘5분17초’ 동안의 전화 통화에서 국정원 대변인은 4차례나 김씨가
글을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글을 쓴 건 한 건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과 국정원의 발표로 인해 ‘국정원 직원’ 사건에 대한 파장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정치적인 글에 ‘추천·반대의 의견을 개인적으로 표명한 것이
문제가 되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국정원 사건은 그렇게 진실과 멀어지고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 소식이 전해진 뒤 원 전 원장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일부 시민들은 출국을 막아야 한다며 3월24일 직접 인천국제공항에 나가기까지 했다.
여당 안에서도 “전직 국정원장이 퇴임 직후 해외로 출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법무부는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이후 원 전 원장은 지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할 의도는 없었다”, “일본으로 잠시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번도 직접 출국 논란에 대해 해명한 적은 없다. 그리고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100일이 넘는 취재 과정 내내 ‘보이지 않는 손’이 발목을 잡았다.
그만큼 이번 사건의 실체를 감추려는 이들이 많았던 탓이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고 싶어하는 취재원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정보기관의 그림자가 뒤를 따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실체가 이만큼
밝혀진 것은 모두 그들의 용기 덕분이었다.
이제 그 용기에 걸맞은 대답이 필요하다. 경찰과 검찰의 몫이 여기 있다.
경찰과 검찰이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민의 ‘공복’이라면.
대다수 국민들의 무관심과 눈치보기 졸속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경찰의 수사행태속에서, 그리고 국정조사 타령을 하더니 입다문 여당..
그 사이에서 이렇게 국정원사태가 100일째를 맞이하였습니다.
200, 300일이 지나도 진전이 없을것 같은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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