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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59139
    작성자 : 도로시1
    추천 : 114
    조회수 : 12529
    IP : 118.33.***.129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13 12:38:49
    원글작성시간 : 2013/04/12 23:14:41
    http://todayhumor.com/?humorbest_659139 모바일
    비만 = 자기관리의 실패

     

    요즘 오유에 비만, 뚱뚱한 여자를 보는 시선에 관해 많은 글들이 올라오는데요.

    그 중에서 뚱뚱하면 안된다. 살은 빼야한다. 사회에 자신을 맞추지 않으려면 감수해야하는 것 아니냐.하는 댓글들 보고 적어봐요.

     

    그 주장들에 공통적인 주논리는 비만 = 자기관리의 실패. 라는 것인데요.

    살찐 것이 자기관리의 실패로 이어지려면 우리 몸은 애초에 모두 똑같은 조건에서 태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몸은 같은 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해도 기초대사량과 장의 흡수율에 따라서 모두 다른 칼로리로 저장되요.

    거기에 비만 유전자도 확실히 있어요. 저또한 상대적으로 살이 잘찌는 편인데 저희 아빠, 큰아버지, 고모들 다 비만이세요.

     

    그리고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취미도 모두 각양각색이에요.

    음식에 취미가 별로 없는 분들은 맛있는 것을 좋아하더라도 대게는 적당히 끼니를 떼우고 어쩌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걸로 만족하죠.

    반면에 음식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것에 더 큰 행복을 느끼고 보통 이런 분들은 요리도 잘하는 편이죠.

    그리고 맛에 대해서도 더 민감하게 느껴서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듯 해요.

     

    거기다가 집에 있으면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는 등 정적인 활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고

    밖에서 활동적으로 돌아다니고 움직이고 운동을 하는 동적인 활동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죠.

     

    그러면 애시당초 남들에 비해 살이 잘찌는 체질로 태어나

    음식에도 취미가 있는 편이고 정적인 활동을 더 선호해서 상대적으로 살이 찌게 되었다면,

    그저 생긴대로 내 인생을 살았을 뿐인데, 그게 '자기관리의 실패'라니요?

     

    그렇게 따지면 공부를 못하는 것도 좋은 회사에 취직을 못하는 것도 다 자기관리의 실패네요.

    어쨌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통통하다고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해서 20년 가까이 다이어트에 집착하면서 살았어요.

    그렇다고 모델처럼 날씬한 몸이 되는건 매우 힘들었어요.

    제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과 성향의 거의 대부분을 거역하며 살아야 했기 때문이에요.

    이제와서 생각하면 사람의 몸은 얼굴만큼 다양해서 다 다를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날씬한 것이 곧 좋은 것, 긍정적인 것이고 뚱뚱한 것은 부정적이고 추한 것이라는 생각의 틀에 갇혀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이어트에 집착했던 10년의 세월은 섭식장애로 고생하며 살았어요.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과 음식을 조절해야한다는 강박... 그게 제 몸과 마음을 너무 많이 망가뜨렸네요.

    아직도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과정에 있어요. 그것 또한 참 쉽지가 않네요.

     

    그리고 '의지의 문제'를 자꾸 갖다 붙이시는데...

    저는 지금 겉으로 보기에 비만이지만 최근엔 20여일 동안 하루에 죽염 약간과 꿀물 한잔만 마시는 단식을 한 적도 있고...

    여튼 그외에도 보통 사람들이 하기 힘들다는 일들을 여러번 해내면서 살아왔어요.

     

    저는 사실은 소심한데 겉으로는 활발하고 명랑하게 다녀서 그런지 뚱뚱하다고 수근거리거나 시선을 받거나 한 적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오유에서 뚱뚱한 사람들을 쳐다봄으로써 상처를 줄 권리가 있느냐. 그런 댓글에 어떤 분이 오유가 단체로 착한병에 걸린것 아니냐고 하시던데..

    뚱뚱한 사람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인정하지 않고

    '몸의 날씬함 = 긍정적. 몸의 뚱뚱함 = 부정적, 추함.'이라는 틀에 갇힌 사고로

    자신은 뚱뚱하지 않으니까 그 사람을 쳐다봄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걸 느끼는 태도 아닌가요?

    인간에게 타인의 불행을 보며 미약하게라도 자신의 행복을 느끼는... 그런 추악한 내면이 본능적으로 있다고 치더라도

    그래서 쳐다봐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라고 하는것은... 솔직한게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닌지..

     

    저 또한 다이어트에 한참 집착할때 '저'보다 뚱뚱한 분들을 조금은 쳐다보기도 했었다는 사실도 고백합니다..

     

    어쨌든 뚱뚱하고.. 다이어트에 집착한 저로써는 오유에 올라온 글들의 댓글을 보면서 사실 한번 더 상처가 되기도 한 것이 사실이네요.

    어째서 비만이, 몸에 살이 좀 더 많다는 것이 인간적인 결함, 단점이 되어야 하는 건지... 저또한 그 부분때문에 너무 힘들고 괴로웠기 때문에..

    비만이 결함이고 단점이라면.. 누구나 타인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만한 결함 하나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나요?

     

    다이어트는 살 찐 것이 결함이기 때문에.. 마이너스에서 0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이쁜 옷들을 많이 입을 수 있고.. 좀 더 다양하게 자신을 꾸며볼 수 있기 위해..

    내 인생에 플러스 알파를 만들기 위해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도 정말 자기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요.

     

    뚱뚱한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우월하다 느끼는 당신.

    사실은 자신보다 이쁘고 멋진 사람들을 보면서 더 지독하게 열등감을 느끼는 분일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나 나처럼 소심하고 자존감도 낮아 댓글들을 보며 마음에 상처가 보태어졌을지도 모르는 살찐 오유인들을 위해서 글 남겨봅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살이 찐 것은 결함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것일 뿐입니다.

    더이상 스스로를 괴물이라 여기서 자책하지 마세요. 힘내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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